사진제공/국립극장
[뉴스프리존=심종대 기자]국립극장(극장장 안호상)은 오는 28일부터 30일까지 프랑스 테아르트 드 라 빌 제작 ‘코불소’를 달오름 극장 무대에 올린다.
이번에 내한하는 테아르트 드 라 빌 대표 레퍼토리 ‘코뿔소’는 에마뉘엘 드마르시 모타의 연출로 지난 2004년 초연됐다. 초연 이후 영국 바비컨 센터, 미국 브루클린 음악원 등에서 12년이 넘는 동안 꾸준히 공연돼 왔다.
‘코뿔소’는 부조리극의 대가 외젠 이오네스코의 동명 희곡을 바탕으로, 외젠 이오네스코는 사뮈엘 베케트, 아르튀르 아다모프, 장 주네와 함께 부조리극을 대표하는 극작가로 잘 알려져 있다.
부조리극은 이전의 연극과는 다른 파격적인 구성과 인물 설정, 부조리적인 사회를 비판하는 철학적 성찰이 담긴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특징으로, 이해하기 다소 어려운 연극으로 인식돼 오고 있지만, ‘코뿔소’는 비교적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줄거리를 담고 있다.
사진제공/국립극장
평화로운 마을의 주민들이 하나둘 코뿔소로 변하는 가운데, 끝까지 인간으로 살아남기 위해 투쟁하는 소시민 베랑제의 이야기를 통해 20세기 인류를 위협했던 나치즘의 집단성과 광기를 비판적으로 풍자하고 있다.
에마뉘엘 드마르시 모타는 군중 속에 녹아들려는 유혹에 끊임없이 시달리는 우리 현대인들의 모습에서 오히려 ‘코뿔소’가 지닌 위미를 찾는다. 인간성을 상실한 무리에 속하는 것을 끝까지 거부하면서, 마지막 인간으로 남고자 했던 베랑제의 이야기는 여전히 강력한 힘을 발휘하고 있다.
에마뉘엘 드마르시 모타는 세련된 무대 연출을 통해 작품의 메시지를 감각적으로 전달한다. 직접적인 시각적 묘사보다는 은밀하고 상징적인 표현법을 사용한다. 그의 코뿔소는 구체적으로 형상화된 코뿔소가 등장하는 대신 코뿔소로 변해가는 인간들의 심리를 보다 내밀하게 묘사한다.
실제로 여러 단으로 구성된 무대의 바닥은 장면별로 들어 상승되기도 하고 기울어지기도 하면서 ‘인간으로 남을 것인지, 코뿔소로 변할 것인지’ 고민하는 인간의 심리나 위태로운 상황들을 절묘하게 표현하기도 하고, 또 코뿔소 자체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한편, 이달 29일 오후 3시 공연 종료 후 ‘관객들과의 대화’를 통해 에마뒤엘 드마르시 연출가와 배우들을 만날 수 있다.
심종대 기자, simjd11@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