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프리존=심종대 기자]최순실 국정농단 의혹이 박근혜 대통령의 40년 지기로 알려진 최순실 씨가 대통령을 대신해 인사 등 국정운영 곳곳에 개입했고, 이 과정에서 최 씨의 사리사욕으로 진행된 각종 사업에 국민혈세가 샜다는 추측성 보도까지 난무하면서 대통령의 지지율은 5%대까지 추락했다.
가장 큰 이유는 사실 확인이 안 된 추측성 보도를 남발하면서 여론이 악화되는 데 기여했다고 볼 수 있다. 부실한 근거와 정황이 주를 이룬 추측보도와 함께 또 다른 의혹을 부르는 악순환이 반복되면서 언론이 선동기관으로 추락했다. 익명의 취재원 일방의 주장을 검증 없이 보도하면서 최순실 의혹에 대한 사실 규명은 사라지고 대신 최 씨 일가에 대한 인신공격과 인격말살 위주의 마녀사냥 정국이 펼쳐지고 있다.
이와 함께 언론의 허위, 왜곡보도 및 과장보도 양산으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에, 최순실 씨가 어느 정도로 국정에 개입했는지에 대한 정확한 판단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특정인을 아예 악으로 규정한 언론의 선정적인 보도 행태가 정작 국민의 알권리를 방해하고 있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오보와 왜곡선동 등 부정확한 보도로 인한 폐해의 사례를 살펴보면, 미국산 쇠고기 수입 건, 이른바 광우병 사태, 세월호 사태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또한 메르스 소란 등 매번 큰 사건과 게이트가 터졌을 때 언론의 이 같은 보도로 인해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치르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현재, 최 씨 관련 의혹에서 밝혀진 것은 여러 의혹과 관련해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라는 사실 뿐이다. 추후 최 씨의 혐의가 사실로 인정될 경우 그에 따른 처벌을 하면 됨에도, 언론은 기다리지 않고 선동에만 목매고 있다.
현 정부에 대한 분노와 불만이 대통령의 비선실세 의혹을 받는 최 시에게로 자집중포화를 맞으면서 최 씨는 이미 언론의 갖가지 의혹보도로 여론에 의해 유죄판결을 받은 상황이다. 그렇다고 법에서 적용하고 있는 무죄추정의 원칙도 최 씨에 대해서는 예외사항으로, 다만 마녀사냥의 표적이 되고 있다.
국민을 분노로 떨게 했던 많은 보도들 중에도 상당한 의혹들이 허위 왜곡보도로 드러나거나 여전히 사실관계가 불분명한 것들로, 최순실 씨가 국정을 농단한 결정적 증거로 제시된 최순실 태블릿 PC가 정말로 최 씨가 사용한 것인지에 대한 사실관계도 불분명하다.
당초 JTBC는 최 씨의 셀카 사진 등이 담겨 있고, 태블릿 사용자 계정 이름이 최 씨의 딸 개명 전 이름인 ‘연이’로 돼 있다는 것 만으로 최 씨가 사용한 것이라고 보도해 파문을 일으켰다. JTBC는 지난 달 31일 추가 보도에서 검찰에 제출한 태블릿 PC에서 나온 최 씨의 친인척 사진을 추가로 공개했지만 결정적인 증거로 보기엔 여전히 불충분하다. 특히 최순실 씨와 최 씨의 측근으로 지목된 고영태 씨 모두 이 태블릿이 자신 것이 아니라고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현재 검찰은 이 태블릿PC가 김한수 청와대 선임행정관에 의해 지난 2012년 6월 첫 개통됐고, 이후 2014년 3월까지 최 씨가 사용한 것으로 잠정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에 대해 검찰 조차도 렇게 판단한 구체적인 근거들을 밝히고 있지 않고 있다. 또한 다른 사람이 사용했을 가능성도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JTBC는 지난 달 24일 당초 ‘최순실 PC’ ‘최순실 파일’ 등으로 최 씨가 이 태블릿 PC의 소유자이고 줄곧 사용한 것으로 단정해 보도했다. 연설문 수정과 외교안보 등 국가기밀 문서도 미리 받아 본 국기문란의 당사자로 사실상 낙인찍기식 보도가 이뤄졌던 셈으로, JTBC의 <[단독] 최순실 측 '청와대 핵심문건 수정' 정황 포착> 등 수많은 미확인 특종보도가 타 언론사에 인용 보도되면서 확산되면서 최순실 국정농단은 사실처럼 굳어지고 말았다.
최순실 씨가 이른바 ‘8선녀’로 불리는 비밀 모임을 만들어 국정에 개입했다는 의혹도 근거 없는 보도로 드러나고 있다. 8선녀 가운데 한명으로 지목된 당사자 김성주 성주그룹 회장은 “최순실 모른다”고 의혹을 부인했고, 모 그룹 회장 역시 “황당하다”면서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최 씨 역시 8선녀 의혹에 “처음 듣는 말”이라면서, “팔선녀는 소설이다. 그와 같은 그룹을 만든 적도 없다”고 밝히고 있음에도, 언론은 8선녀 의혹을 여전히 보도하고 있다. 특히 추가 근거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최 씨를 사이비 무당으로 몰아가는 언론보도도 쏟아지고 있다. 최 씨의 정확한 종교가 무엇인지는 정확한 보도가 나오지 않는 가운데, 최 씨의 아버지인 최태민 씨가 영세교 교주라는 사실만으로 최 씨를 사이비종교와 연관 짓고 있어, 우리 법에서 사라진 연좌제가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한 무당이 대통령의 아바타가 돼 국정을 농단했다는 것만큼 자극적인 소재는 없어 보이기 때문에 언론은 제기된 의혹 사실 여부를 확인하지 않고 선정적 보도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
특히 대통령 취임식에 등장한 오방낭은 황(黃), 청(靑), 홍(紅), 백(白), 흑(黑)의 오색비단을 사용해 음양오행의 원리에 따라 만든 복(福)을 담는 주머니로, 전통복주머니일 뿐 무속신앙이나 부적과는 상관이 없다는 일부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언론의 오방낭 의혹은 현 정권을 사이비 무당 정권이란 부정적 이미지로 그리는 데 기여했다. 실제로 조선닷컴-<정부 상징...오방낭...崔개입설 각종 문양, 무속 신앙과 연계 의혹>, 조인스닷컴-<“북한 2년내 붕괴 얘기...최순실은 주술적 예언가”>, 중앙일보-<박 대통령 “우주가 도와준다” 흔적이 최순실 PC에도?> 등의 기사를 통해 현 정권을 사이비 무당 정권으로 몰아가고 있다.
이 밖에도 최 씨 아들 청와대 근무설에 대해, 많은 언론들은 최 씨 아들이 뚜렷한 경력도 없이 청와대 5급 행정관으로 근무했다고 보도했지만 최 씨에게는 전혀 아들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이미 이 같은 보도는 언론에 의해 확산되면서 최 씨에 대한 공분을 키웠다.
시사저널이 29일 <[단독] “최순실 아들 청와대 근무했다”>를 보도한 뒤, 국민일보-<“최순실 아들 청와대 행정관 5급으로 근무했다”>, 서울경제-<최순실 아들, 청와대 5급 행정관으로 특혜 근무 논란>, TV리포트-<최순실 아들, 청와대 낙하산? 특혜 근무 논란> 등 딸 정유리에 이어 수많은 오보가 쏟아졌다.
최순실 씨 언니인 최순득 씨가 실세라는 의혹이 새롭게 제기되면서, 이를 뒷받침했던 박 대통령과 성심여고 8회 동기동창이라는 주장도 사실무근으로 밝혀졌다. 사실이 확인된 이후 많은 언론이 관련 보도를 정정했으나, 여전히 주간경향-<[이슈]박근혜는 어떻게 최태민 일가에 40년간 ‘포획’되었나>에서는 “정관모 씨의 증언에 따르면 순득 씨는 박근혜 대통령의 성심여고 동기동창(8회)”에서 보듯 보도하고 있다.
TV조선이 단독보도한 <린다김 “박 대통령과 친분...해외 방산업체와 거래”>도 마찬가지이다. TV조선은 “최순실 의혹에 무기 로비스트 린다 김의 이름이 등장했다. 린다 김이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 씨와의 친분을 과시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그렇다면, 최순실 씨가 혹시 무기사업까지 손댄 것 아니냐 이 부분도 들여다봐야 할 것 같다”고 보도했으나, 하지만 린다 김 측은 최 씨를 전혀 모른다면서 “최순실을 알지 못하는 데 하물며 전투기 도입사업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황당하다고 전했다.
최순실 씨 국정농단 의혹 사건으로 인해 언론의 이 같은 보도는 대중에게 충격적으로 다가갈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해 국정운영이 사실상 마비되면서 그 피해는 국민이 입고 있다. 언론이 사실추구가 아닌 선동에 매몰된다면, 어떤 부정적 결과를 가져오는지 누구보다도 국민들 스스로가 받게 된다는 사실에 언론의 ‘카더라’ 보도는 자제해야 할 것이다.
심종대 기자, simjd11@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