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예술의전당
[뉴스프리존=심종대 기자]셰익스피어의 후기 낭만주의의 첫 시작을 알린 연극 '페리클레스는 오는 12월 4일까지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공연된다.
이 작품은 '로미오와 줄리엣' '리차드 3세' '햄릿' 등과 함깨 셰익스피어 시대 가장 인기 있던 레퍼토리였으나, 원작의 방대한 스케일과 시대의 언어로 풀어내기 어려움 때문에 그리 많은 공연은 하지 않았다.
지난 해 예술의전당은 고전을 현대적 시각으로 재해석해 독창적으로 무대화하는 SAC CUBE X CLASSICS 으로 이 작품을 선보인 바 있다.
이 작품의 내용은 타이어 왕국의 왕자 페리클레스가 겪는 삶의 이야기를 음악과 춤을 곁들여 풀어놓은 연극 '페리클레스'는, 그가 겪는 고난과 행복 속에서 인간이 살아간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보여주고 있다. 특히 50톤의 모래가 깔리고, 무대의 깊이를 최대한 활용하면서 선보이는 압도적인 미장센, 시간이 지나도 유효한 시의성이 담긴 작품이다.
연출은 양정웅이 맡았고, 지난해에 이어 유인촌과 그의 아들 남윤호가 주인공 페리클레스의 노인과 청년 역을 맡는다. 페리클레스의 딸인 마리나 역은 2015년 최우리에 이어 뮤지컬과 연극의 경계를 넘나들면서 커리어를 쌓고 있는 배우 전성민이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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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기자회견에는 양정웅, 유인촌, 남윤호, 전성민이 함께했다
우선, 양정웅 연출은 '루피'를 연상시키는 등 작품에 만화적 요소들이 들어간 것에 대해 “'페리클레스'가 '리차드 3세' 등과 함께 가장 흥행한 작품으로, 엘리자베스 시대의 고전 연극은 우리가 점잖은 것만 상상하는데 엘리자베스 시대에는 귀족과 서민과 음악과 춤과 그런 게 관객과 함께 호흡하고 그런 부분이 많다”면서, “작품 자체도 관객과 굉장히 많이 어울리고 어부나 사창가 등 서민들의 삶에 관여된 요소들이 많다. 셰익스피어 서거 400주년인데 그가 다시 현대에 태어났다면 현대적인 요소와 소통하는 부분이 있었을 거라 생각되고 만화적 상상력을 발휘했다”고 말했다.
현 정세를 풍자한 대사들이 있는데, 이에 대해 양 연출은 “아무래도 나라 안팎으로 큰일이 많고 가슴 아픈 일이 많이 일어나고 있다. 실제로 원작에서도 시대성 시의성 풍자 이런 장면이 어부 장면에 있고 그렇다. 그래서 앞에 젊은 왕과 펠리카누스 장면에서도 어진 왕이란 게 어떤 거고 아첨, 아부가 어떻게 왕과 국가를 망치는지 원작에 나온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지난해에는 그런 부분에 힘을 주지 않았지만 많은 뉴스를 접하다 보니 이번엔 자연스럽게 저절로 강조했다. 어부 장면에서도 백성들이 나라와 정치인들에 관해 이야기하는 장면이 있어서 자연스럽게 풍자하게 된 것 같다”면서, “작품은 디테일인 것 같다. 지난해에 아쉬웠던 부분을 좀 더 다듬고 일련의 세월이 흐르니까 안 보이던 부분들이 보였다. 그런 부분들을 손보면서 배우들과 만들어 나갔다”고 설명했다.
아버지와 함께 출연하는데 부담감은 없었는지에 대해 남윤호는 “초연 이후 좋은 작품에 캐스팅돼서 너무 좋은 경험을 많이 했고 1년간 쌓인 배우로서의 경험이나 느낀 점을 이번 재연 때 배우로서 적용해보려고 노력했다”면서, “(유인촌 배우 가리키며)저희 아버지다(웃음). 남윤호란 배우로 1년 간 열심히 활동했지만, 아직 따라가기 너무나 힘든 선배님이시고 선생님이신데 저 나름대로 열심히 길을 개척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아들과 두 번째 작업을 하고 있는 유인촌은 선배로서 아들에게 “이 일을 시작하면 평생을 해야 하는데 다른 이런저런 눈에 보이는 것들을 좇지 않고 밑바닥부터 차근차근 준비하는 것들이 저는 괜찮다고 생각했다”면서, “사실은 이건 해답이 없고 또 언제 자신에 대한 완성이 될지도 모르는 일이니 끝까지 지치지 않고 자신에게 부족한 뭔가를 채우기 위해 계속 노력하다 보면 어느 날 자기 자리가 생긴다. 긴 항로니까 그런 생각으로 이 일을 해줬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이미 이야기해줬다”고 설명했다.
사진제공/예술의전당
그는 이어 “실제로 연기할 땐 사실 도와줄 수 있는 게 별로 없다. 본인이 깨닫고 느껴야지. 많은 후배와도 늘 같이 작업을 하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함부로 하기가 굉장히 힘들다”면서, “서로 생각과 추구하는 이상이 다르고. 연기 자체는 항상 보면 가르칠 수가 없다. 세월이 가면서 본인이 깨닫고 느끼고 그러면서 하나씩 쌓아가야지. 저는 옆에서 꾸준히 기다려주고 잘 봐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양정웅 연출은 이 작품에 대해 “각자가 생각하는 희망이 다 다르겠지만, 사람이 살아가는 데 있어 희망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그 모습이나 꿈은 다르겠지만. 작품은 보셨다시피 1부에선 있을 수 없는 절망을 겪는다. 부인을 잃고 자식을 잃고 조국을 잃고 떠돌아다니며 겪는 수모와 고난. 그러나 거기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살아나간다. 이어 2부에서도 마리나가 똑같이 죽을 고비를 넘기고 인신매매 당하며 수많은 위험을 겪지만, 그 속에서 희망을 일지 않고 살아간다. 어떤 고통과 고난의 운명적 파도와 장애가 있어도 우리는 살아야 한다. 산다는 것 자체가 희망이니까. 저희 테마의 키워드를 '나는 희망 속에서 살아간다'라고 했다. 그런 상황에서도 목숨이 존재하니까 사는 게 아니라. 그런데도 마지막에 이상적인 엔딩으로 끝난다”고 밝혔다.
양 연출은 이어 “셰익스피어의 작품은 용서와 화해에 대한 이야기가 거대한 주제였던 것 같다. 우리 삶의 분노와 증오, 미움이 존재하지만, 또 사랑이 있고 결국엔 용서와 화해를 꿈꾸고 시간이 치유해주고. 그게 자연의 질서고 치유의 힘이고, 그런 거대한 주제를 이야기하고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양 연출은 이 작품을 통해 “우리가 겪어가야 하는, 깨달음과 메시지를 주는 이 작품의 거대함...그런 것을 느낀 것 같다”면서, “관객들도 이건 제 삶의 방식에서 느끼는 희망이지만 제가 말씀드린 주제 말고도 각자가 얻을 수 있는 주제를 다의적으로 가진 작품이기에 많이들 가져가실 수 있지 않을까. '페리클레스'가 희망의 씨앗이 되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심종대 기자, simjd11@naver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