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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피아노 음악의 수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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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피아노 음악의 수호자”

심종대 기자 입력 2016/11/20 13:27
우리 시대 가장 진보적인 피아니스트 ‘피에르 로랑 에마르’

[뉴스프리존=심종대 기자]불레즈, 리게티, 슈톡하우젠, 메시앙 등 20-21세기 거장 작곡가들의 절대적인 신뢰를 받고 있는 현대 피아노 음악의 교과서 같은 존재이자, 시대와 양식을 넘나드는 폭넓은 스펙트럼을 보여주면서 이 시대 가장 중요한 피아니스트 중 한 사람으로 꼽히는 프랑스 출신의 피에르 로랑 에마르가 오는 24일 오후 8시 LG아트센터에서 두 번째 내한 공연을 갖는다.


에마르는 16세에 세계적인 작곡가 올리비에 메시앙의 애제자가 됐고, 올해 타계한 피에르 블레즈가 1976년 창단한 현대음악 전문단체 ‘앙상블 앵테르콩탱포랭’의 창단 멤버이자 피아노 솔리스트였다.


당시 19세의 나이로 불레즈의 제안으로 입단한 에마르는 이후 불레즈와 18년이나 함께 활동하면서 실로 수많은 동시대 음악을 연주, 초연하면서 일찌감치 음악계에 자신의 진보적인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지난 2012년 그의 첫 내한에서도 에마르는 난해하기로 악명높은 죄르지 리케티의 ‘에튀드(연습곡)’를 놀라운 기교와 명쾌한 해석으로 풀어내면서 관객들의 마음을 단번에 사로잡았고, 우리 시대 음악의 진정한 가치를 증명해 보였다.


그러나 에마르의 진면목은 단순히 현대음악의 연주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고음악 거장 니콜라우스 아르농쿠르의 ‘의외의 선택’으로 협연한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전곡’, 바흐의 ‘푸가의 기법’, ‘평균율 1권’ 등의 음반에서 보여준 신선하고 독특한 시각의 정통 클래식 해석은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또 루체른 페스티벌, 카네기홀, 베를린 필하모닉 상주 피아니스트로 위촉돼 프로그래밍의 권한을 위임받아 선보인 고전과 현대를 넘나드는 통찰력 있는 프로그램은 ‘한 편의 예술작품과도 같다’(뉴욕타임즈)는 극찬을 받기도 했다.


이번 두 번째 내한공연에서도 그의 피아니즘에서 뗄 수 없는 두 작곡가, 쿠루탁과 메시앙을 중심으로 독특한 프로그램을 펼쳐낸다.


1부는 헝가리 작곡가 죄르지 쿠르탁을 중심으로 꾸며진다. 바르토크의 계보를 잇는 그는 매우 짧은 곡에서도 강렬한 표현을 드리우면서도 독창적인 음악을 쓰는 가장 영향력 있는 작곡가 중 한 명으로, 에마르는 쿠르탁 탄생 90주년을 맞는 올해 그의 신곡 ‘이름없는 수난곡’을 헌정받아 세계 초연했고, ‘게임’ 및 ‘조각’과 함께 이번 공연에서도 선보일 예정이다. 또 바로크 시대 건반악기 음악의 대부라 할 스베일링크의 ‘에코 환상곡’과 슈만의 ‘다색의 소품’ 등을 배치시켜 400년을 관통하는 건반악기 음악의 독특한 조화와 대비를 보여줄 예정이다.


이어 2부에서는 올리비아 메시앙을 중심축으로 다시 한번 시대를 넘나든다. 메시앙 부부와 가족과 같은 관계를 유지했던 에마르는 자신의 DNA까지 메시앙의 음악이 자리한다고 자부할 만큼 메시앙 피아노 음악의 독보적인 해석자로 명성이 높다. 그는 2008년 런던의 세계적인 공연장인 사우스뱅크 센터에서 열린 ‘메시앙 페스티벌’에서도 음악감독을 맡아 훌륭한 프로그램을 선보안 바 있다. 이번 내한에서 그가 선택한 곡은 메시앙의 1950년대의 역작 ‘새의 카탈로그’이다.


조류학자에 버금가는 ‘새’ 전문가였던 메시앙은 “새소리는 신이 만든 음악”으로 믿으면서 세계 각지에서 채집한 새소리를 완벽히 기보한 13악장, 총 3시간에 달하는 이 대표작을 탄생시켰다. 누구보다 이 곡을 완벽히 이해하고 있는 에마르는 지난 6월 자신이 음악감독으로 활동하고 있는 영국의 올드버러 페스티벌에서 전곡을 완주해 평단의 비상한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이번 공연에서는 이 대곡의 일부(제7권 ‘마도요’, 제3권 ‘숲 종다리’)를 연주하면서 앞뒤로 ‘새’를 주제로 한 바로크 시대 작곡가 다캥의 클라브생 모음곡과 ‘밤’을 주제로 쇼팽의 녹턴을 연결시키면서, 시대는 다르지만 음악적 맥락과 주제를 관통하는 인상적인 프로그램을 선보일 예정이다.


심종대 기자, simjd1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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