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극단 인어
명륜동 예술공간 서을에서 극단 인어의 최원석 작, 오유경 연출의 ‘인어를 사랑하다’를 관람했다.
최원석은 동국대학교 연극영화학과 출신으로 배우 겸 연출가 그리고 극작가 겸 극단 대표다. <그녀의 봄> <존경하는 세르게예브나> <덫-햄릿에 관한 명상> <타이터스 앤드로니커스> <갈매기> <숲귀신> <운전배우기> <불량청년> 그 외 다수 작품에 출연하여 탁월한 기량을 보였다. 희곡 <불멸의 여자> <몽중왕> <발기인들> <변태> <인어를 사랑하다>를 발표 공연했다. 연극 <불멸의 여자> <변태>로 서울연극인 대상, 극작 상을 수상한 한국연극의 기대주다.
오유경은 정신여자고등학교, 이화여자대학 인문과학대학 철학과, 영국 Essex대학 영문과 드라마비평 M.A.과정,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연출과, 동국대학교 대학원 연극영화학과 석사 출신으로 극단 그룹動시대 상임연출이고 소극장 씨어터 송 예술감독이다.
<신기루> <오델로 오델로(Othello, That Night)> <원더풀 초밥> <진흙> <안전(+)제일> <레고인간-Homo Legos> <오! 발칙한 앨리스> <연(燃)-불타다. 2개의 monodrama>, <아가멤논家의 비극>, <구름을 지어…> <박제 갈매기> <一葉, 사랑을 사르다> <햄릿-유령선>, <강철여인의 거울>, <어린이 성교육 뮤지컬-엄마는 안가르쳐줘> <말하는 고양이> <은미노래방> <변태> <서글퍼도 커튼콜> <듀스> <나는 꽃이 싫다> 등을 연출했다.
2015, 2016 서울연극제 자유참가작 연출상과 대상을 수상했고, 현재 한국예술종합학교와 공주영상대학 교수인 미모의 여성연출가다.
이 연극은 식충식물인 네펜데스나 (Nepenthes) 사라세니아(sarracenia)에서 주제를 따왔다. 식충식물은 입구 부분과, 입구와 뚜껑의 연결부분에서 약간의 마취성분이 포함된 벌레를 유인하는 액체가 나온다. 이에 유인된 파리나, 벌 등이 그 액체를 먹게 되고, 비틀거리다. 결국은 안으로 빠지게 된다. 안에는 벌레가 올라오는 것을 막을 수 있도록 털이 나있기 때문에, 올라오지 못하고 그 안에서 익사하게 된다.
안에 벌레가 소화되면서 이상한 냄새가 나는데, 이로 인하여 파리와 같은 벌레가 유인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실외에서 기를 경우, 파리나 벌과 같은 날벌레를 매우 많이 잡아, 포 충 낭이 가득 차게 되어 더 이상 벌레가 들어가지 못하게 되는 경우가 잦다. 간혹 벌레를 많이 먹어 과식하게 되면 포 충 낭 일부가 썩는다.
이 연극에서 인간이 돈이나 욕정으로 인한 탐욕이 식충식물에게 벌레가 빨려들 듯이 결국 깊이 들어가 목숨까지 잃게 되는 과정을 그려냈다.
무대는 온실 같은 거실이다. 비스듬한 투명 천창이 지붕처럼 펼쳐지고 거기에 비가 끊임없이 내린다. 바닥은 검은 색의 높은 단이 직각으로 꺾여 네 귀퉁이를 차지하고, 단의 안쪽은 욕조처럼 깊이가 있다. 천정에 식충식물이 가지를 뻗고, 한 귀퉁이에는 해골바가지를 철사로 만든 조형물에 걸어놓았다. 상수 쪽에 등퇴장 로가 있고, 단은 온실 밖으로 나가 한 바퀴 돌아 올 수 있도록 연결되었다. 벽에는 기타를 기대놓았다.
연극은 도입에 정장차림의 남편이 공중에 매달린 해골을 떼어내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암전 후 조명이 다시 들어오면, 간편한 차림의 남성과 여인이 모습을 드러낸다. 기타나 치고 노래를 부르며 소일하는 남성이 첫 사랑의 여인을 만나 통정을 하는 장면이다. 그러나 여인은 이미 결혼한 몸이고, 부자 집으로 시집을 가 몸과 마음이 편하니 자연 한눈을 팔게 된다는 설정이다.
여인은 10여 년 전의 초연상대남과 재회를 해 몸과 마음을 밀착시켜 욕정을 채운다. 그러다가 남편이 이 사실을 알아차리게 된다. 그런데 남편은 아내의 통정에 분노하기는커녕 관계가 지속되기를 바란다.
대신 자신의 부친에게 절대 필요한 신체의 부위를, 예를 들면 장기이식을 부인의 상대남이 제공하면, 부인과의 통정을 허락한다는 조건과 함께 재산분배까지 약속을 한다. 할 일없이 빈둥거리던 남성은 이게 웬 떡이나 하고 상대 여인 남편의 제시에 선뜻 응한다.
세 사람은 함께 노래도 부르고 춤도 추면서 세상에 더 이상 즐거울 게 없다. 드디어 장기이식 시각이 다가오고, 밖으로 퇴장했다가 다시 들어서는 통정 남은 두 눈이 뽑힌 채 피투성이의 모습이다. 항의하는 통정 남과 남편의 싸움이 시작되고 결국 통정 남은 목을 졸린 채 목숨을 잃는다.
장면이 바뀌면 천정에 두 개의 해골이 매달려 있고, 남편이 혼자 기다리는 집에 아내가 여행 가방을 들고 들어온다. 충격 때문에 장거리 여행이나 외국여행을 다녀오는 듯싶은 모습이다. 물론 남편은 아내를 반갑게 맞이한다. 두 사람은 음주를 하며 재회를 즐긴다. 그런데 그 술 속에 독약이 들어있는지 남편과 아내가 비틀거리기 시작한다. 남편이 다가가 아내의 목을 조르기 시작한다. 암전이 되고 조명이 들어오면 탁자 위에 놓인 빈 그릇인지 식충식물인지에 조명이 집중되는 장면에서 공연은 끝이 난다.
양동탁이 여인의 첫사랑 남, 송인성이 아내, 한규남이 남편으로 출연해 속사포 같은 대사와 부드러운 노래, 그리고 유연한 동작으로 연극을 이끌어 가다가 결투를 벌이며 관객을 극에 몰입시키고 대단원에서 우레와 같은 갈채를 이끌어 낸다.
음악감독 이호근, 움직임 최 희, 무대디자인 김준성, 의상디자인 김우성, 조명디자인 김상호, 조연출 김민경 송은혜, 조명오퍼 황교성 등 스텝 진의 기량이 돋보여, 극단 인어의 최원석 작, 오유경 연출의 <인어를 사랑하다>를 작가의 창의력과 연출가의 기량이 조화를 이룬 한편의 걸작연극으로 탄생시켰다./박정기 공연전문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