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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기의 문화산책]연희단거리패, 채윤일 연출 ‘황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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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기의 문화산책]연희단거리패, 채윤일 연출 ‘황혼’

심종대 기자 입력 2016/12/03 15:20


사진제공/연희단거리패

혜화동 게릴라극장에서 연희단거리패 30주년 페터 투리니(Peter Turrini) 작, 윤시향 번역, 채윤일 연출의 <황혼(Alpengluhen)>을 관극했다.


페터 투리니(Peter Turrini)는 1944년 오스트리아의 쌍트-마가레텐에서 태어나 희곡, 시, 시나리오, 방송극, 소설, 연설문 등을 썼으며 1971년부터 20년에 걸쳐 여러 번 상과 훈장을 받았다.


작품으로는 <쥐사냥 Rozznjogd> <돼지 도살> <끝내주는 날> <유아 살해> <두 명의 주인을 섬기는 하인 (Der Diener zweier Herren)> <알프스의 불빛(Alpengluhen)> 그 외 다수 작품을 발표 공연했다. 특히 그의 처녀작 <쥐사냥 Rozznjogd(1971)>이 비인의 민중 극장(Volks theater)에서 공연되었을 때, 노골적인 언어와 공격적인 주제로 인해 비평가들의 가장 많은 논란의 대상이 되기도 했고 관객들의 항의를 받기도 했으며 ‘불편한 향토 작가’라는 별명으로 불리기도 했다.


하지만 작품의 치밀한 구성과 처음부터 숨 돌릴 틈 없이 관객을 몰아붙이는 긴장감, 강렬한 주제로 인해 그는 ‘실험적 언어의 천재적 마술사’라는 칭호를 받으며 현대 오스트리아의 대표적인 극작가로 인정받기에 이른다. 현재는 오스트리아 레츠 부근에서 집필을 계속하고 있다.


번역을 한 윤시향(尹詩鄕) 원광대 명예교수는 함경북도 무산 출생으로, 이화여대 독어독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이후 독일 쾰른대학과 베를린자유대학에서 수학했다. 원광대 유럽문화학부 교수 및 공연 영상 학 전공 교수, 한국브레히트학회 회장, 한국독어독문학회 부회장, 한국여성연극인협회 공동대표, 한국연극학회 편집위원, 한국 I.T.I. 감사, 서울신문 자문위원, (사)한국공연예술원 원장 등을 역임하고, 현재 원광대 명예교수로 있으며, 2인극 페스티벌 자문위원을 맡고 있다.


공저로 <브레히트의 연극세계> <하이너 뮐러의 연극세계> <15인의 거장들> <유럽영화예술> 외 다수가 있고, 역서로<당나귀 그림자에 대한 재판> <어두운 밤 나는 적막한 집을 나섰다> <시체들의 뗏목> <햄릿머신> <그때 이미 여우는 사냥꾼이었다> <메데이아> 외 다수가 있다.


연출가 채윤일은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정말 부조리하군> <의무적 희생자들> <불가불가> <사중주>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그 외 다수 작품을 연출한 게릴라극장장이자, 극단 세실 대표다.


<카덴자>로 1991년 日本동경 <타이니 엘리스페스티벌> 참가, <산씻김> 1998년 스위스 <취리히 세계연극페스티벌> 공식초청참가, 스위스 4대도시순회공연(라시드뽕, 제네바, 취리히, 벨린쵸나)에서 국제적으로 인정받은 연출가다. <불가불가>로 1988년 한국백상예술대상 및 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선정 ‘1988년 최우수연출가’ <나는 개처럼 살고 싶지 않다>로 1996년 한국백상예술대상 연출상 수상, <깔리귤라> 로2000년 기독교 문화대상 연출상 수상, <불꽃의 여자-나혜석>으로 2001년 동아연극상 연출상 수상, 조명, 무대, 음향분과 회원들로 구성된 무대예술전문인협회 선정 2003년도 ‘올해의 예술인상’ 수상했다.


사진제공/연희단거리패

백색의 촘촘한 판자로 이어진 벽과 벽 너머 복도 방문이 있고 안에는 야전침대 긴 나무의자, 옷걸이 등 산장의 일실이다.


직업이 성우였다가 실명을 한 듯 초로의 남성은 담당직원이 지시를 하면 가끔 새 울음소리를 실제와 방불한 음색으로 크게 발성을 한다. 알프스의 산록이라는 설정이면 분명히 두툼한 옷을 걸쳐야 하는데, 전라로 잠을 자고 깨어나서 내복부터 하나하나 옷을 집어 입는 것을 보면, 눈이 덮이지 않은 따뜻하고 양지바른 언덕인 듯싶다.


조명이 들어오면, 웬 여인이 긴 나무의자에 옆으로 기대어 잠이 들어있고, 맹인은 그녀를 초대한 듯 무척 반기는 표정이다. 여인은 잠이 깨어나자마자 포켓 위스키 병을 꺼내 무슨 분말과 함께 들이킨다. 맹인협회에서 보낸 책읽어주는 여자라는 설정인데, 맹인의 눈앞에서 젊은 산장직원과 주린 듯 몸을 밀착시키는 모습에서 이곳으로 온 책읽기와는 다른 직업을 가지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돈을 쥐어주면 몸을 제공하는 그런 여인이라는....


그러나 맹인은 정중하게 그녀를 대한다. 마치 귀부인을 대하는 것 같은 태도다. 여인은 책읽기보다 맹인의 성적욕구를 북돋아주려는 듯 맹인의 중요부분을 쓰다듬고 문지르고 별의별 마찰을 다 해보지만 맹인의 주요부분은 고요한 돈 강이나 센 강처럼 잔잔하기만 할 뿐이다. 그녀는 다시 밖의 산장직원에게 추파를 던진다.


그러다가 맹인의 귀부인을 대하는 듯 정중한 태도와 진정성에 감동을 한 듯 자신은 야한 직업과는 관계가 없고 맹인협회 사무원이었고, 로미오 같은 지고지순의 사랑 남을 찾아 이곳으로 왔노라고 고백을 한다. 밖에서 산장책임자의 요청으로 맹인은 새 울음소리를 능숙하게 발한다. 여인은 자신은 여배우 출신이며 셰익스피어의 작품에서 30년간 줄리엣을 맡았던 여배우라고 고백을 한다.


그 고백에 맹인은 최초 원자폭탄 투하 참관자로 갔다가 실명한 인물로 소개가 되었지만, 사실 자신은 연출가이고 평생 로미오와 줄리엣의 여주인공을 찾았으며 바로 당신이 내가 찾던 그 줄리엣이라며 반가움을 표하지만 여인은 젊은 직원에게 마음이 쏠린 듯 직원과 함께 떠나버리고 만다. 맹인만 홀로 남은 방안에는 알프스의 황혼만 짙은 노을과 함께 들어찬 장면에서 공연은 끝이 난다.


명계남이 맹인으로 출연해 일생일대의 명연을 펼친다. 김소희가 상대여인으로 출연해 호연과 성격창출로 극의 분위기를 100% 상승시킨다. 안윤철과 노심동이 젊은 직원과 산장책임자로 등장해 호연을 보인다.


무대 김경수, 조명 조인곤, 음악감독 이승헌, 움직임자문 김윤규, 조연출 이혜선, 무디감독 김한솔, 무대 소품 의상제작 월산프로젝트, 기획 오동식, 홍보 이채경, 마케팅 원선혜, 사진 김용주, 홍보디자인 황유진, 조명오퍼 김준호, 음향오퍼 이수강 등 제작진과 기술진의 기량과 열정이 드러나, 연희단거리패 30주년 페터 투리니(Peter Turrini) 작, 윤시향 번역, 채윤일 연출의 <황혼(Alpengluhen)>을 연출가와 연기자, 그리고 스텝의 기량이 조화를 이룬 걸작연극으로 창출시켰다./박정기 공연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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