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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나는 왜 배우 이순재를 사랑하는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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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나는 왜 배우 이순재를 사랑하는가?(3)

심종대 기자 입력 2016/12/08 13:19

지난호에 계속

김태훈/배우, 세종대 교수
 

2. 이순재 교수가 대학원생들에 연기수업을 하고 있다./사진제공=3. 배우 이순재의 연기교육 철학 – 역할창조과정의 동반자

세종대학교에서 처음 선생님이 맡았던 교과목은 매체연기실습, 영화연기실제 등이었다. 즉 대부분의 사람들은 선생님을 방송 연기자로만 알고 있었고 이것은 대학에서도 예외가 아니었다. 물론 선생님은 TBC 창립 초기부터 오랜 시간 방송 생활을 하였기에 아마 국내의 누구보다도 매체연기 테크닉과 그 활용성을 후학들에게 잘 가르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선생님의 연기교육의 진가는 ‘체계적인 기본기 훈련’에서 나타난다. 연극영화과에 입학만 하면 이미 배우가 된 듯 거들먹거리고 기본 훈련은 안중에도 없는 학생들의 수업태도로 강의를 그만 두시려 하는 선생님께 필자는 연극워크숍 교과를 추천하였다. ‘연극 제작실기’라는 교과는 학기말에 연극 한편을 학생들과 무대에 올려야 하기에 수업외의 시간을 많이 필요로 하고 또한 연기부분만 아니라 무대적 기술요소 전반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하기에 학과의 다른 교수들 가지는 염려는 당연한 것이었다.


1979년영화 '밤의찬가'의 한장면/사진제공=배우 이순재 연기인생 60주년 기념사업회 추진위원회

그러나 선생님과의 첫 대면 이전부터 선생님의 연극계 이력과 행보를 나름 잘 알고 있었고 무엇보다 선생님의 역할창조를 위한 텍스트(대본)분석의 투철함을 알기에 필자는 적극적으로 선생님의 연극워크숍 지도를 추천하였다. 선생님이 지도한 학생들과의 첫 연극워크숍 작품은 아서밀러의 <시련>으로 기억한다. 결과는 대만족이었다. 물론 제작과정에서 약간의 어려움이 있고 공연을 위한 연기외적인 스텝적요소의 부족함이 있었겠지만 연기실기 교육을 위한 효과로서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라는 것이 필자의 판단이다.


연기학적 측면에서 선생님의 연기실기교육이 지니는 가치는 배우의 ‘역할창조 과정’지도 에 있다. 선생님은 배우의 입장에서 객관적 시점이 아닌 역을 수행하는 초보 학생의 주관적 시점에 따라 같이 그 창조 과정을 동반해 주는 것이다. 이는 마치 칠흙같이 어두운 밤, 길을 잃고 헤매고 있는 초보의 수행자에게 따뜻한 손을 내밀어 두려움을 없애주고 창조의 조그마한 불빛을 따라 같이 걸음을 재촉하는 것과 같다.

연기교육의 체계에 있어 1차 단계인 ‘자신에 대한 배우의 작업’을 마친 학습자가 다음 단계에서 겪게 되는 난관은 자신이 아닌 타인의 말과 행동을 어떻게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이고 주어진 사건과 상황을 인물의 사고로서 인식할 것인가에 있다. 물론 ‘자신에 대한 배우의 작업’ 또한 배우가 창조 작업을 위해 평생 활용할 자신의 내면체계를 알아보고 이를 어떻게 조율할 것인가, 즉 초기 포맷을 하는 과정이기에 매우 고난도의 훈련을 필요로 하는 사실이다.


2002 KBS드라마 '장희빈'의 한 장면/사진제공=배우 이순재 연기인생 60주년 기념사업회 추진위원회

그리고 이 과정의 교육을 통해 배우는 그 어떤 타인의 생각과 상황이 주어져도 자신의 본성을 잃어버리지 않는 ‘자신만의 프리즘’을 가지게 된다. 그러나 오히려 이것에 익숙해지면 학생은 모든 타인의 상황과 사건을 자신만의 이해로 받아들이는 편협적 사고와 표현의 한계에 부닥치고 마는 것이다. 그래서 다음 두 번째 단계인 ‘타인에 대한 배우의 작업’, 즉 역할 창조의 과정 훈련이 매우 중요한 것이다.


이것이 제대로 이루지지 않은 상태에서 작가가 준 대사와 지문의 행동을 무작정 반복으로 따라 할 시 배우는 결국 기계적인 앵무새에 지나지 않게 되는 것이다. 여기에 선생님은 오랜 배우 생활을 통한 자신의 역할창조 노하우를 연기실기교육에 접목함으로서 자신만의 연극워크숍 지도 시스템, 곧 ‘역할창조과정 지도 프로그램’을 완성하게 되는 것이다. 어느덧 연극영화과 계열의 대학가에서 선생님은 연극워크숍 지도의 최고 지도교수로 우뚝 서게 된다.


지면의 한계로 선생님의 역할창조 지도 시스템을 이곳에 다 나열 할 수는 없지만 몇가지 중요한 요소들을 적어보기로 한다./다음호에 계속

김태훈/배우, 세종대교수/주요작품=에쿠우스, 고곤의선물, 비극의 일인자, 내면의악마, 갈매기, 나생문, 죄와벌 등/수상=2004년 제25회 서울연극제 연출상, 2009년 2인극 페스티벌 작품상, 2012년 33회 서울연극제 연기상, 2014년 러시아모스크바예술극장, 연기부분 공로상, 2014년 제15회 김동훈연극상, 2015 대한민국 신한국인상.문화예술부분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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