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뉴스프리존

공공임대주택 확충으로 주거 패러다임 전환해야..
오피니언

공공임대주택 확충으로 주거 패러다임 전환해야

심종대 기자 입력 2016/12/26 13:31

이권능(복지국가소사이어티 연구실장)


최근 주거비 급등으로 인해 서민의 주거 불안이 크게 증대했다. 주거비 상승은 가계부채를 늘리는 주요 원인이 됐고, 집값과 빚을 갚다 보니 쓸 돈이 줄어드는 구매력 저하가 심각해졌다. 그리고 이런 모습들은 내수시장의 급랭을 가져와 경제 성장의 한쪽 날개를 꺾고 말았다. 특히 최근 10여 년 동안 역대 정권들은 주택 건설에 기반을 둔 부동산 활성화를 통해 경기를 부양하는 기조를 취했지만 오히려 민생을 더욱 악화시키고 말았다. 따라서 주거와 관련된 정책 기조의 대대적인 변화, 즉 주거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수불가결한 상황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방향으로 무엇을 해야 할까?


# 문제의 핵심은 주거비의 급등이다


과거의 주거 문제는 주로 주택의 부족에서 발생했다. 이에 지난 20여 년 동안 주택 보급은 정책의 핵심 목표였고, 실제 이것은 점진적으로 개선됐다. ‘가구 수 대비 주택 수’를 나타내는 주택보급률은 2013년을 기점으로 100%를 넘어섰다. 즉 산술적으로만 보면 각각의 가구들은 자가든 임대든 간에 집을 마련할 수 있고, 따라서 양적인 문제는 상당부분 해소됐다. 물론 선진 복지국가들의 주택보급률이 120% 전후인 점을 감안해볼 때 주택을 양적으로 더 확보할 필요는 있다. 그러나 주택의 양적 확대가 이제 더 이상 정책의 핵심일 수는 없다.


더 중요한 문제는 주거비용의 급속한 증가이다. 2003년을 기준으로 2015년까지 물가, 소득, 주택비용 등의 추이를 보면 문제는 명확히 드러난다. 이 기간 동안 물가는 36%, 소득은 54% 증가한 반면, 아파트 매매가는 66%, 아파트 전세가는 86% 올랐다(그림1 참고).



무엇보다 이런 주거비용의 급상승은 저소득층에 큰 어려움을 주고 있다. 가구소득이 하위 10%에 해당하는 가구의 실질소득은 지난 10년 동안 연평균 4%씩 감소했다. 경제 성장의 결실은 하위 소득계층에게는 돌아가지 않았고 소득의 양극화가 심화된 것이다. 반면, 같은 기간 동안 전세가격의 실질 증가율은 연평균 5% 이상이었다. 즉 소득 하위계층의 경우, 소득은 줄어든 반면 전세가격은 큰 폭으로 상승했기 때문에 주거 문제를 자력으로 해결하기가 어려워진 상황이다.


# 월세 증가로 인해 보통사람들의 주거비 부담 더 커져


여기에 비용이 상대적으로 더 드는 월세가 증가하고 있어 서민들의 주거불안이 악화되고 있다. 2013∼2015년 사이에 전체 주택에서 월세가 차지하는 비중이 39.4%에서 44.2%로 증가했다(국토교통부 2016년 1월 15일 보도자료). 그리고 지난 12월 19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5년 인구주택총조사 표본집계 결과」에 따르면, 총 가구에서 월세 가구의 수가 전세 가구의 수를 추월했다. 월세 가구 수는 436만 8천 가구로 전체 가구 수(1,911만 2천 가구)의 22.9%를 차지했고 전세 가구 수는 296만 1천 가구로 전체 가구의 15.5%를 차지했다. 월세 가구가 전세 가구를 추월한 것은 1975년 인구주택총조사가 시작된 후 처음이다.


임차인 입장에서 보면 월세가 전세보다 상대적으로 비용부담이 높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매우 크다. 이를 잘 보여주는 지표가 전.월세 전환율이다. 전.월세 전환율이란 전세보증금과 월세 사이의 대응 비율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증금을 줄이는 대신 그에 맞춰 인상되는 월세의 크기를 말한다. 예를 들어, 전.월세 전환율이 10%인 경우 전세보증금을 1억 원 줄인다면 그에 대응해 월세는 1년에 1천만 원, 매달 83만3천 원을 내야 한다. 이런 점에서 전.월세 전환율을 흔히 ‘월세 이율’이라고도 부른다.


지난 11월 30일 「주택임대차보호법 시행령」이 개정되면서 전.월세 전환율이 기존의 ‘기준금리×4’에서 ‘기준금리+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이율’로 바뀌었다. 현재 대통령령이 정하는 이율은 연 3.5%이다. 따라서 기준 금리가 1.25%인 현재의 전.월세 전환율은 4.75%이다. 2016년 하반기 우리나라의 예금 금리는 2%를 넘지 않고 대출 금리가 3∼4%인 점과 비교해 보면, 월세를 통해 얻는 수익이 상대적으로 높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법정 전.월세 전환율보다 더 높은 전환율이 관행적으로 적용되고 있어 월세 임차인들의 부담이 실제로는 더 크다. 한국감정원의 조사에 따르면, 올해 10월 기준으로 전.월세 전환율이 서울은 5.7%, 인천 7%, 경북 9.6% 등으로 모두가 법정 전환율보다 높았다. 특히 서민층이 주로 사는 연립다세대 주택은 4.8%의 아파트 전환율 보다 높은 6.8%였다(2016년 12월 20일자 경향신문 18면). 월세나 반월세 세입자 입장에서 보면 법정 전.월세 전환율조차 ‘그림의 떡’일 뿐이다.


결국 전세보다 월세가 늘어나는 현상은 주거비용이 증가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이런 월세부담의 가중으로 인해 가장 큰 압박을 받는 국민들은 누구일까? 소득 계층별로 전세와 월세 간의 비중을 살펴보면, 중.저소득층의 월세화가 뚜렷하다(표1 참고). 즉 저소득층이 가장 큰 불이익을 받고 있는 것이다.



2년마다 시행되는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저소득층의 월세 비율이 2006년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하여 2014년에는 전체 저소득층의 임차인 중에 70.5%가 월세로 살고 있다. 절대치로 보아도 매우 높지만, 중소득층의 48.8%, 고소득층의 28%와 비교해보더라도 매우 높은 비중이다. 물론 중간소득층도 절반 정도가 월세로 산다는 점에서 이들도 주거비용 부담의 증가로부터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 특히 주거비용의 급격한 증가는 중간소득층을 저소득층으로 내려앉히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위기감이 점차 늘고 있는 실정이다.


# 자가 주택을 가져야 한다는 사회적 강박관념에서 벗어나야


그렇다면, 주거비용 부담이 크게 증가하는 문제를 어떻게 해소할 수 있을까? 무엇보다 문제의 출발점을 다시 설정할 필요가 있다. 즉 우리에게 ‘집’이란 어떤 의미인지, 그리고 ‘내 집 마련’은 반드시 필요한 것인지, 이에 대한 사회적 숙고가 필요하다. 선진 복지국가들의 자가 주택 보유율은 60%를 넘는 경우가 거의 없다. 독일은 50%를 넘지 않으며, 프랑스의 경우에도 50% 중반을 유지하고 있다. 스웨덴은 40%대 초반에 그친다. 반면, 우리나라는 자가 보유율 56%를 넘겼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자가 주택을 가져야 한다는 사회적 강박관념이 지배적이다. 정부의 ‘빚내서 집 사라’는 정책 기조는 이런 관념을 재생산하고 있다.


지난 12월 20일 발표한 2016년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지난 4년 동안 우리나라 가구의 자산 총액 증가율보다 부동산 자산 증가율이 더 높았다. 자산이 부동산을 중심으로 늘어난 것이다. 문제는 이런 자산 확대의 방법이 돈을 빌리는 것이라는 점이다. 같은 기간 동안 가계의 부채 증가율은 부동산 자산 증가율을 넘었다. 특히 가계부채의 위험도를 측정하는 지표인 ‘처분가능소득 대비 원리금 상환’ 비율은 올해 26.6%까지 올랐다. 쓸 수 있는 돈 100만 원 중에서 약 27만 원을 빌린 돈을 갚는 데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지난 4년 전보다 무려 10만 원이 늘어난 것이다. 뿐만 아니라 4년 동안 처분가능소득은 겨우 2.4%의 증가율을 보였는데 원리금 상환액은 13.7%의 증가율을 보였다. 즉 소득이 커지는 속도보다 갚아야 할 돈이 늘어나는 속도가 훨씬 빠른 것인데, 이는 빚에 대한 부담이 급증했음을 보여준다. 특히 빚이 늘어난 이유가 ‘거주 목적의 주택 마련’이었다(전체 이유 중에서 40.3% 차지). 즉 빚을 내서 집을 마련함으로써 부채 상황이 악화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제는 “빚을 내면서까지 집을 사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정말 진지하게 던져야 할 때가 됐다. 이제까지 우리나라는 내 집 마련을 투기를 통한 불로소득의 원천으로 여겼다. 그러나 집은 인간적 삶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안전, 휴식, 가족 활동 등을 위한 공간이고, 이것 자체가 집을 마련하는 목적이어야 한다. 그리고 이런 목적은 최대한 합리적으로 달성돼야 한다.


이런 면에서 보면 집을 꼭 소유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집을 임대해서 사용하는 것도 목적을 달성하는 좋은 통로가 된다. 그리고 굳이 집을 소유한다 하더라도 소유의 근본적 목적이 집을 통해 돈을 벌려는 것이어서는 안 된다. 특히 오늘날처럼 1∼2인 가구가 급증하고 있고 직장 등의 이유로 거주지를 자주 옮겨야 하는 경우가 많아지는 상황은 자가 주택을 소유하는 것이 반드시 합리적인 것만은 아닐 수 있음을 보여준다.


# 주거 시스템의 선진화 : 공공임대주택 비중 확대에서 찾아야


그렇다면 향후 우리나라가 추구해야 할 모습은 어떤 것일까? 몇 년 전부터 우리나라에서 주목을 받고 있는 ‘유럽피안 드림’에 따라 유럽 선진 복지국가들의 상황을 좀 더 구체적으로 들여다보자(표2 참고).



요컨대, 우리가 앞으로 닮아가야 한다고 여기는 유럽 주요 복지국가들은 자가 주택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대신 공공임대주택의 비중이 높다는 특징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이런 주거 시스템이 향후 우리나라가 추구해야 할 방향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최근 주거 불안의 증폭 속에서 임대주택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 임대주택은 잔여주의 선별적 복지에 해당하는 정책 사업으로 저소득층의 주거 안정을 위한 것으로 여겨졌고, 그래서 이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상대적으로 낮았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변했다. 반드시 자가 주택을 마련해야 한다는 생각을 과거보다 덜 갖고 있다. 위치가 편리하고 주거비가 저렴하다면 임대주택 입주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주택 공급자들도 장기 미분양 주택을 임대로 전환하여 투자금을 회수하고 있고, 임대주택이 경영상 유리하다고 여기기도 한다. 특히 소규모로 임대사업을 하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어 임대주택 시장이 점차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변화는 우리나라에서도 임대주택 문화가 형성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사실 임대주택은 직장 이동과 같은 사회적 이동에 적응하기가 용이할 뿐만 아니라 단기적으로 보면 자가 주택보다 주거비 지출을 저렴하게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유럽 선진 복지국가에 비해 주택보급률이 아직은 낮은 상황에서 임대주택의 확대를 통해 주택의 총량을 늘릴 수 있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변화이기도 하다.


주거 정책의 관점에서 문제의 핵심은 자가 주택, 공공임대주택, 민간임대주택 등을 어떤 비중으로 구성해야 하는 지에 있다. 앞서 보았듯이 현재 우리나라는 자가 주택 보급률이 유럽 선진 복지국가들에 비해 그리 낮지 않은 반면, 공공임대주택의 비중은 매우 낮은 특징을 보인다. 따라서 향후 주택 건설은 공공임대주택에 보다 초점을 맞춰 진행해야 할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현 정부가 임대주택에 대한 관심을 민간임대주택의 활성화로 몰아가는 모습은 매우 우려스럽다. 현재 정부는 ‘뉴 스테이 사업’처럼 기업에게 임대사업을 하라고 여러 혜택을 주면서 권장하고 있고 일반 자산가들이 원룸이나 다세대 주택 등의 임대업을 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민간임대주택의 확대가 아니라 공공임대주택의 확대이다. 현재 우리나라 공공임대주택은 전체 주택 수의 약 6%에 불과하다. 이 비중을 단기적으로 10%, 중장기적으로는 15% 수준으로 단계적으로 끌어올려야 한다. 그리고 이를 통해 주택보급률을 120%대까지 올리는 것이 가장 적절한 정책 방향이다.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뉴스프리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