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프리존=심종대 기자]이덕훈 수출입은행장이 2017년을 ‘지속가능경영의 원년’으로 밝혔다.
이 행장은 1일 신년사를 통해 “힘이 들어도 가까운 곳보다 먼 곳의 땔나무를 먼저 캐야 한다는 교자채신(敎子採薪)의 마음으로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성장 동력을 창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행장은 이어 “건설·플랜트 등 전통 수주산업은 단순시공 위주에서 사업개발, 지분출자, 운영 및 관리 등 해외진출방식을 질적으로 고도화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면서, “서비스, 에너지신산업 등 신성장산업을 새로운 수출동력으로 육성해 대내외 경기 변화에도 흔들림이 없는 다변화된 수출구조로 산업 포트폴리오를 재구성하는 데도 앞장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행장은 또 “국가전략적 관점에서 선점이 필요한 유망 신흥시장을 개척하는 한편 선진 시장에서도 아국 기업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인수합병(M&A) 인수금융, 지분투자 등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면서, “글로벌 금융 네트워크를 적재적소에 활용해 금융의 가용성을 높이고 국내 금융기관의 해외사업 참여를 견인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다음은 신년사 전문
수은 가족 여러분, 2017년의 새 아침이 밝았습니다.
지난 한 해 여러분의 헌신적인 노고를 치하드리며, 아울러 변함없는 믿음으로 성원을 아끼지 않으신 고객기업과 유관기관 모든 분들께도 충심어린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돌이켜 보면 지난 2016년은 불확실성의 소용돌이 속에서 우리 경제에도, 수은에도 많은 어려움이 따랐던 한 해였습니다. 글로벌 경기 침체와 저유가가 지속되는 가운데 대외적으로는 영국의 브렉시트 결정이나 미국 대선결과 등 예상을 벗어나는 상황이 거듭되었습니다.
대내적으로도 조선, 플랜트, 철강 등 주력산업의 부진이 장기화되면서 수출은 58년 만에 2년 연속으로 내리막길을 걸었으며, 여기에 소비, 투자, 고용 부진의 삼중고가 겹치면서 우리 경제는 또다시 2%대의 저성장 터널에 머물렀습니다. 수은은 이러한 대내외적인 어려움 속에서도 68조원의 여신을 충실하게 공급하였으며, 구조조정 담당 조직과 인력을 대폭 확충하여 조선업 등 주력산업 정상화에 앞장섰습니다.
ICT, 콘텐츠, 관광 등 서비스산업과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및 병원, 신약개발을 비롯한 보건의료산업 등 미래의 먹거리 산업 개발을 위해 기업금융에서 PF, 지분투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금융솔루션을 제공하였습니다.
아울러 메트로, 고속철, 공항 등 그동안 우리 기업의 진출이 쉽지 않았던 해외 대규모 인프라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중남미, 중앙아시아 등지의 발주국 정부 등과 긴밀하게 협력하고, KOAFEC 경제협력회의를 성공적으로 개최하여 아프리카 시장 진출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였습니다.
또한 지난해에는, 수은이 국책은행으로서 국민과 국가경제 속에 올바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우리의 역할을 재검토하고 리스크 관리체계를 혁신하는 등 급변하는 대내외 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토대를 구축하기도 하였습니다.
임직원 여러분!
2016년이 더 큰 도약을 위해 숨을 고르면서 우리의 체질을 차근차근 개선해 나가는 한 해였다면, 올해는 새롭게 정비한 제도와 조직체계를 기반으로 안으로는 내실을 더욱 단단히 다지면서, 동시에 밖으로는 우리 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전방위적인 노력을 펼쳐나가는 한 해가 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금년에도 우리 경제는 결코 쉽지 않은 여건에 처해 있습니다. 통화정책의 방향 선회를 뚜렷이 드러내는 미국의 금리 인상과 OPEC의 8년만의 감산 합의 등으로 금리, 환율, 유가 등이 급변하면서 실물경제의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으며, 저금리, 저유가로 표현되던 기존의 세계경제 체제는 이제 새로운 국면에 진입하고 있습니다.
한편, 우리의 최대 교역국인 중국과 FTA를 발효한 첫 해에 대(對) 중국 수출이 예년에 비해 오히려 줄어든 점은, 중국의 산업고도화로 인해 기존의 중간재 중심의 수출구조만으로는 수출경쟁력을 유지할 수 없음을 시사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가운데, 그간 우리 경제의 큰 축을 이루었던 중화학공업 중심의 수출산업 역시 계속해서 어려움을 겪고 있어,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는 글로벌 보호무역주의 기조라는 악재 속에서 수출의 구조적인 변화까지 모색해야 하는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였습니다.
한반도를 둘러싼 지정학적 위험도 고조되고 있습니다. 미국 新정부가 출범 전부터 예측하기 어려운 대외 행보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러시아, 중국, 일본 등도 자국의 영향력 확대를 추진하는 등 동북아 정세가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정치상황의 불확실성은 금융, 무역, 투자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우리 경제와 교역의 불안요소로 작용할 것입니다.
이에 더해 대내적으로는 한계기업의 증가와 인구구조의 변화로 자원 배분의 효율성과 역동성이 점차 저하되고 있습니다. 이렇게 밖에서 몰아치는 삼각파도를 이겨내고 우리 경제의 기초체력을 보강하여 명실상부한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수출 및 산업구조 등 경제구조 전반의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그 변화의 선봉에는 지난 40년간 한국 경제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온 우리 수은이 앞장서야 할 것입니다.
이에 저는 2017년을 “지속가능경영의 원년(元年)”으로 정하고, ‘힘이 들어도 가까운 곳보다 먼 곳의 땔나무를 먼저 캐야 한다’는 교자채신(敎子採薪)의 마음으로 우리 경제의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성장동력을 창출하기 위한 중점 경영시책 방향을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첫째, “전통 수주산업을 고부가가치화하고 신성장 산업을 수출동력화하여 수출산업의 구조 변화를 선도”해야 하겠습니다. 건설.플랜트 등 전통 수주산업은 단순시공 위주에서 사업개발, 지분출자, 운영 및 관리 등 해외진출방식을 질적으로 고도화해야 살아남을 수 있으며, 우리는 고객기업의 이러한 노력을 적극 지원할 것입니다.
올해는 기나긴 저유가의 터널을 지나온 중동 산유국들을 중심으로 석유나 가스 사업 발주가 재개될 조짐을 보이고 있고, 아시아를 포함한 신흥지역에서도 신규 인프라 사업들이 추진되고 있는 바, 우리 기업의 해외 수주가 정상 궤도에 오를 수 있도록 배전의 노력을 기울여야 하겠습니다.
아울러 서비스, 에너지신산업 등 신성장산업을 새로운 수출동력으로 육성하여, 대내외 경기 변화에도 흔들림이 없는 다변화된 수출구조로 산업 포트폴리오를 재구성하는 데에도 앞장서 주시기 바랍니다.
특히, 4차 산업혁명은 그 대처가 중요하고 시급한 만큼 우리 기업이 산업혁명의 파고에 휩쓸리지 않고 변화의 물결을 주도할 수 있도록 치밀하고도 효과적인 지원계획을 갖추어 조속히 실행해 나가야 합니다.
둘째, “수주절벽 타개를 위해 수은이 앞장서서 우리 기업의 신시장 개척을 선도”해야 하겠습니다. 수은금융, 개발금융, EDCF 등 수은이 보유한 다양한 정책금융 기능을 국가별 수요에 맞게 패키지화하여 제공하고 국가전략적 관점에서 선점이 필요한 유망 신흥시장을 앞장서서 개척하는 한편, 미국, 유럽 등 선진 시장에서도 기술력을 보유한 현지기업 인수 등을 통해 아국 기업이 단기간에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M&A 인수금융, 지분투자 등을 적극 지원함으로써 우리 기업이 전세계 구석구석에서 눈부시게 활약하는 “해가 지지 않는 한국”이 될 수 있도록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 주시기 바랍니다.
또한, 수은이 보유한 글로벌 금융 네트워크를 적재적소에 활용하여 금융의 가용성을 높이고, 정책금융기관으로서의 사명감을 가지고 국내 금융기관의 해외사업 참여를 견인하여 금융산업의 글로벌화도 이끌어야 할 것입니다.
세 번째로 “취약부문에 대한 선제적인 대응을 통해 시장의 안전판 역할을 강화”해 나가겠습니다. 우선, 대외환경 변화에 취약한 중소중견기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뒷받침해야 하겠습니다. 올해는 수주환경과 고객수요 뿐만 아니라 리스크, 수지, 재무적인 영향을 고루 반영하여 여신공급계획을 수립하였으며, 이 과정에서 중소중견기업 지원목표는 작년보다 확대하였습니다.
정책금융의 손길이 절실한 부문에 자금이 효과적으로 공급될 수 있도록 해외 온렌딩, 전대금융 등의 지원수단을 적극 활용하고, 신성장산업과 연계된 권역별 전략산업을 지원하는 등 중소중견기업 지원의 질적 제고에도 힘써 주시기 바랍니다.
한편, 조선해운업 등 취약부문의 업황 개선은 올해도 쉽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특히, 취약산업의 위기는 향후 산업연관경로를 통해 경제 전반으로 확산될 우려가 큰 만큼, 국민경제에 대한 부담을 최소화하면서도 구조조정 등 취약산업의 연착륙을 차질 없이 도모하여 산업경쟁력의 조기 회복을 이끌어야 하겠습니다.
넷째, “선제적이고 체계적으로 리스크를 관리하는 한편, 안정적인 수익기반 확대”에도 노력해야 합니다. 금융기관의, 특히 국가경제에 막대한 파급효과를 미치는 정책금융기관의 리스크 관리는 무엇보다도 중요합니다. 금번에 한층 강화된 리스크관리 시스템 및 심사평가, 사후관리 체계를 토대로 당행 자산을 건전하고 수익성 있게 관리하는 데에 만전을 기해주시기 바랍니다. 또한, 올해는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그 어느 때보다도 격심해질 것으로 예상되므로 시장상황을 상시 모니터링하는 동시에, 한국의 대표 외화차입기관으로서 글로벌 투자자들과의 소통을 강화하여 양질의 자금을 적기에 확보하도록 힘써 주시고, 신디케이션과 파생 업무 등 수익 창출이 가능한 부문을 활성화하여 자체적인 자본 확충에도 노력해야 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경협 및 남북기금의 효과적인 운용”을 통해 개도국과의 경제협력을 활성화하고 정부의 대북정책을 뒷받침해야 합니다. 올해는 EDCF 출범 30주년을 맞는 해입니다. 또한, 작년말 우리 정부가 마지막 공공차관을 상환함에 따라 57년 만에 명실상부한 차관 순공여국이 되었습니다. 이처럼 개도국의 경제성장을 지원하는 우리의 국제적 위상이 한층 높아진 가운데, 대외경제협력기금은 지난 30년간 대정부 협상(G2G)을 성공적으로 이끌어온 경험과 노하우를 토대로, 개도국 초기사업 발굴의 최일선에 서서 우리 기업의 새로운 시장, 새로운 산업 진출의 물꼬를 트는 첨병 역할을 해 주시기 바랍니다.
또한, 남북협력기금도 한반도 정세와 정부의 대북정책 방향성 변화를 면밀히 주시하면서 남북관계 변화에 따라 즉시 대응할 수 있도록 비상 시나리오를 마련하는 등 만반의 준비를 갖추어 주시기 바랍니다.
수은 가족 여러분,
지난 40년간 우리는 수많은 역경을 이겨내 왔지만, 올해는 지금껏 경험하지 못한 더 차갑고 거센 파도가 몰아닥칠 것입니다. 또한, 지금 우리 앞에는 경제의 성장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바꿔나가야 하는 중대한 전환점에서, 국책은행으로서의 시대적 소명을 새롭게 모색해야 하는 도전과제도 놓여 있습니다.
당면한 위기상황을 슬기롭게 극복하기 위해서는 임직원 여러분 한 명 한 명이 수은의 역사를 써내려가는 주인공이라는 마음으로 주체적이고 능동적으로 대응해야 합니다. 그러나 우리끼리만 잘하겠다고 외쳐봐야 소용없습니다. 정책금융기관은 고객과 국민과 정부의 눈높이에 부응하지 못하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맙니다.
우리를 둘러싼 여러 관계기관과 상생의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한편, 우리의 역량과 성과를 정확하게 알리고 우리에게 기대되는 역할을 치열하게 고민하고 적극적으로 수행하면서, 고객과 국민과 정부가 진정으로 필요로 하는 든든한 비즈니스 파트너로 거듭나야 할 것입니다.
사랑하는 수은 가족 여러분!
독수리는 통상 약 70년의 수명을 누린다고 합니다. 그러나 30~40년 정도 살면 부리도, 발톱도, 날개도 사냥을 할 수 없을 만큼 닳고 무뎌지기 때문에, 이대로 살다가 죽을 것인지, 아니면 고통스럽더라도 환골탈태의 과정을 겪을 것인지 중대한 결단을 내려야 합니다. 스스로 변화를 선택한 독수리는 바위산에 올라무뎌진 부리를 바위에 내리치면서 발톱과 날개의 깃털을 스스로 뽑아버립니다. 이렇게 몇 달에 걸쳐 고통을 견뎌낸 독수리는 이제 새로운 부리와 발톱과 날개를 가지고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고 합니다.
이 이야기의 과학적 사실 여부는 확인하기 어렵지만, 지금의 우리에게는 커다란 울림으로 다가옵니다. 우리 수은도 이미 바위산을 향한 등정을 시작했습니다. 우리 손으로 모든 것을 바꿔나가겠다는 의지로 혁신전담조직도 새롭게 구축하였으며, 이제 한발 한발 착실하게 내딛는 실행만 남았습니다.
나무는 꽃을 버려야 열매를 맺고, 강물은 강을 떠나야 비로소 바다에 이릅니다. 변화와 혁신에는 많은 어려움이 따르겠지만, 과거의 성장방식이 변화의 걸림돌이 되는 것은 아닌지 돌이켜보고 모든 비효율을 개선해야 하겠습니다.
임직원 여러분, 저는 올 한 해 우리가 흘리는 땀방울 하나하나가수은의 미래를 결정지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수은 40년의 역사와 긍지를 가슴에 품고 새로운 100년을 향해 한 마음 한 뜻으로 힘차게 나아갑시다.
끝으로 수은가족 여러분 모두의 가정에 건강과 행복이 늘 함께 하시기를 기원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감사합니다.
심종대 기자,simjd11@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