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프리존=심종대 기자]“나는 지금이 행복합니다. 지나온 인생길에서 지금의 내 생활이 가장 행복하다고 망설임 없이 말할 수 있습니다. 여유롭고 자유롭습니다. 그것은 치열하게 살았던 젊은 날의 보상이고, 인내하며 달려온 지난날들이 나에게 주는 선물이 아닐까요? 이제야 내면에서 스멀거리던 영혼에 자유를 줍니다. 더는 억누르지 않습니다. 보헤미안으로 살아갑니다”
이 책의 에필로그 한 대목이다. 이 책을 설명하는데 가장 적절한 글이다. 지금이 가장 소중한 날이라는 저자의 글줄을 따라 한걸음 내딛어보자.
‘벼를 베어 수확하거나 보리를 벨 때 아버지는 늘 혼자였다. 일꾼들은 한 명씩 낫질을 하며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나아간다. 왼손으로 낫질을 하는 아버지와는 겹칠 수 밖에 없었다. 결국, 아버지는 보이지 않는 저 너머 반대편으로 가셔서 혼자서 낫질을 하셨다. 혼자서 하는 노동은 더 지루하고 힘들었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리라. 아버지의 낫은 왼손에 들려있으므로...’-본문 중에서
누구나 그렇듯이 어느 시점에선가 인생을 돌아보고 정리하게 된다. 그러다 보면 가슴이 뿌듯하기도 하고 때로는 뒤늦게 부끄럽게 느껴질 때가 있다. 그렇기에 자신의 삶이 담긴 이야기를 한 권의 책으로 내는 작업을 주저하게 되고 망설이게 된다. 하지만 저자는 밀린 숙제를 하고 난 것처럼 홀가분하다면서 자신의 민낯을 드러낸 것으로 후회하지 않는다. 마냥 머뭇거렸을 것을 용기 내어 수필집 한 권을 엮을 수 있게 부추기고 등 떠민 이에게 고마움을 전하는 저자의 모습에서 삶을 긍정적으로 살아낸 모습이 보인다.
저자는 살아오면서 보거나 느꼈던 소소한 일상을 담담하게 그려내면서 잊고 지내기 쉬운 우리들의 관계망의 꼬인 부분들을 풀어 단정하게 매듭지으면서 이야기를 엮어가고 있다. 그런 저자의 이야기를 가만히 듣다 보면 일상을 새롭게 꾸려나갈 힘을 얻게 되고, 뒤에서 누군가 응원해주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저자가 살아온 날이나 저자가 살고 있는 날들이 인생의 모범 답안지일지는 모르지만 치열하게 살아온 날들에 대해 남들에게 위로받기보다는 자신에게 따스한 마음의 위로와 자신감은 독자들의 가슴도 따뜻하게 보듬어 준다.
‘현실에서는 꿈이 없었던가? 간절하게 실현하고 싶은 이상이나 희망이 없었던가? 그러한 어떤 간절함이 없었기에 엄벙덤벙 살아왔는지도 모른다. 다시는 되돌아갈 수 없는 아득한 삶의 길에서 버린 시간들은 어디에 있을까? 가슴에 꿈나무 하나 심었더라면 지금도 미루나무처럼 크게 자라 가지를 흔들고 있을 것이다. 떠밀리듯 흘러온 삶들을 뒤돌아보며 나는 얼마나 더 많은 후회를 해야 미련의 끈을 놓을 수 있을까. 매번 지나온 뒤에야 뒤돌아보는 길에는 놓치고 온 많은 것들이 강물처럼 일렁거린다.-본문 중에서
지나간 날들이 인생이라고 하지만 다가오는 날들도 결코 지나가는 날이 된다. 지나간 날들과 다가오는 날들 사이에서 서성이면서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를 고민한 적이 있는 사람들에게 저자는 단호하게 내일의 한 병을 위해 오늘의 한 잔을 포기하는 선택을 하지 말라고 권한다.
저자가 살아가는 행복한 카펫 위에서 같이 가자고 독자에게 내미는 손을 잡아보자. 아직 세상은 넓고 아름답다.
심종대 기자, simjd11@naver.c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