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의 경우에는 메이크업에 관한 연구와 분장 술의 대가가 공연관련서적에 소개되어 있고, <천의 얼굴을 가진 사나이 (Man of a Thousand Faces)>라 불리던 미국의 배우 론 체니( Lon Chaney1883~1930)의 특수 분장 관련 이야기는, 1957년 조셉 페브니 감독과 제임스 캐그니, 도로시 말론 주연의 영화로 제작되어 <노트르담의 꼽추(1923)>와 <오페라의 유령(1925)>의 '괴물' 역할로 출연한 론 체니의 탁월한 분장술과 그의 일대기를 영화화 했다 사실 론 체니는 알렉 기네스나 피터 셀러즈처럼 분장 술에 뛰어난 기량을 나타낸 카멜레온 스타였고, 영국의 찰리 채플린과도 비견되는 분장 술의 천재였다.
론 체니가 최초로 만들어 낸 <미러클 맨(1919)>에서 가짜 심령치료사의 지시에 따라 몸이 펴지는 가짜 불구자 역, <보물섬(1920)>의 블라인드 퓨, <올리버 트위스트(1922)>의 패긴, <마커리(1927)>의 몽골 농부를 연기하면서 가짜 코와 끔찍한 치아, 가발, 우윳빛 콘택트렌즈, 흉터, 주름살 등은 탁월한 분장 술로 평가된다.
론 체니는 흉측한 거지, 괴물, 흡혈귀, 중국인 여성 같은 인물구현과 오싹한 흉터, 틀니, 일그러진 얼굴 등, 특이한 분장에서부터 그로테스크한 인물까지 실감나는 특수 분장으로 정평 난 배우이자 분장 술의 천재로 일컬어진다.
영화 <천의 얼굴을 가진 사나이>에서 주인공인 제임스 캐그니의 분장을 맡은 미국 분장의 1인자인 키스터 스위니(Keister Sweeney 1906~1974)는 론 체니 이후 분장 술의 대가로 알려졌고, 헐리우드 영화와CBS-TV의 드라마 분장을 비롯해, 영화 <사상최대의 작전>에 출연한 1000여명의 배우의 분장을 비롯해, <8 15전야의 찻집>에서 말론 브란도를 동양인으로 분장시키고, <신데렐라>에서 레슬리 캐론을 소녀시절부터 성인까지 모습으로 완벽한 분장을 해낸 장본인이다. 1965년에 부인과 함께 한국의 고적을 관람하려고, 우리나라를 방문한 적이 있다.
현대판 천의 얼굴을 가진 사나이는 미국의 조니 뎁(Johnny Depp 1963~)이다. 비슷한 나이또래인 톰 크루즈, 브래드 피트, 윌 스미스, 휴 잭맨 등이 조각 같은 미남에 섹시하고 터프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면, 조니 뎁 같은 경우 조금은 엉뚱하고, 누구도 따라 올 수 없는 개성, 친근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이런 조니 뎁의 이미지는 바로 그의 연기 인생을 그대로 투영하고 있다. 그는 그의 역작 <가위손>으로 이름을 알리고 난 뒤, 여러 장르와 소재의 영화에 출연을 하고, 특히 판타지 영화에서 분장을 하고 캐릭터를 소화했을 때 더 큰 흥행성적과 좋은 평가를 받았다.
그렇다면 조니 뎁의 판타지 영화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가장 대표적으로 유쾌한 판타지 영화 <캐리비안의 해적> 시리즈가 있으며 단발머리로 변신한 가족용 판타지 영화 <찰리와 초콜릿 공장> 도 있다. 특히 이 영화는 팀 버튼과 함께한 작품으로 대중에게 크게 어필 된 영화다. 이 외에 팀 버튼과 한번 더 합을 맞춘 애니메이션 <유령신부>에서도 순진무구하고 소심한 새신랑 ‘빅터’역의 더빙을 맡아 수 많은 매니아들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그리고 가장 인상 깊었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부터 <다크 섀도우>까지, 그의 판타지 영화에는 언제나 팀 버튼 감독과 함께 했다.
조니 뎁의 대표작 중 하나인 <찰리와 초콜릿 공장> 이다. 팀 버튼과 함께 이 영화에서 맡은 역은 초콜릿 공장의 주인인 ‘윌리 웡카’로 어떤 모양새를 했고, 어떤 사람인지 알려져 있지 않은 비밀스러운 캐릭터다. 원작 ‘로얄드 달’의 동화를 리메이크해 제작한 영화 <찰리와 초콜릿 공장>의 내용을 소개한다.
초콜릿 공장의 주인 웡카는 어느 날 5개의 웡카 초콜릿에 행운의 황금티켓을 넣어 놓았으며, 그것을 찾은 어린이 5명에게 초콜릿을 만드는 비밀을 알려주겠다고 선언한다. 가난한 오두막집에 살고 있는 마음씨 착한 찰리 역시 그 웡카의 공장에 방문하고 싶어했지만, 찰리는 1년에 단 한번 자신의 생일에만 단 하나의 초콜릿을 먹을 수 있었다. 우연히 눈 덮인 길에서 돈을 주워 초콜릿을 산 찰리는 마지막 황금티켓의 주인공이 된다.
찰리는 웡카의 공장에서 펼쳐지는 놀라운 광경에 입을 다물지 못한다. 한쪽에는 초콜릿 폭포가 흐르고 그 옆에선 쾌활한 움파 룸파 족들이 거대한 초콜릿 과자 산을 오르거나 초콜릿 강가에 꽈배기 사탕이 열리는 나무와 민트 설탕 풀이 자란다. 한편 덤불 속에선 머쉬 멜로우 체리 크림이 익어가는데, 이런 크나큰 공장의 비밀을 웡카는 왜 공개한 것일까?
두 번 째로 소개할 영화 역시 판타지 영화로, 팀 버튼 감독의 작품이다. 영화의 포스터부터 어두컴컴하고 붉은 색을 써 스릴러의 느낌을 준다. 간단한 줄거리를 소개하면 여기서 조니 뎁은 사랑하는 아내, 딸과 행복한 생을 보내는 남자 벤자민으로 출연한다. 자신의 아름다운 아내를 탐한 악랄한 터핀 판사 때문에 억울한 누명을 쓰고 감옥에 갇히게 된다.
그 후로 15년, 아내와 딸을 되찾기 위해 고향으로 돌아온 그는 복수를 위해 스위니 토드로 거듭나 이발소를 개업한다. 그날 이후 수많은 신사들이 이발하러 간 후엔 바람같이 사라져 나타나지 않고, 이발소 아래층 러빗 부인의 파이 가게는 갑자기 황홀해진 파이 맛 덕분에 손님이 끊이질 않는다. 스위니 토드의 사랑하는 아내와 딸은 대체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세 번째로 소개드릴 영화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다. 푸석푸석한 주황색 머리와 하얀 피부, 연두색 눈동자까지, 조니 뎁의 이미지 변신 중 가장 큰 비주얼 쇼크를 안겨준 작품이다. 겉모습은 멍청한 모자 장수이지만, 필요할 때는 비범한 능력을 발휘하는 캐릭터로 출연했다. 줄거리를 소개하면, 더 이상 소녀가 아닌 19살의 앨리스는 우연히 이상한 나라에 다시 들어가게 된다. 그러나 그 곳은 자기가 겪었던 이상한 나라의 느낌과는 사뭇 다르다. 십 여 년 전 홀연히 앨리스가 사라진 후 이상한 나라는 독재자 붉은 여왕이 공포의 정치로 나라를 통치하고 있었다. 하얀 토끼, 트위들디와 트위들덤 쌍둥이, 그리고 미친 모자장수 등은 붉은 여왕의 공포 정치 속에서도 정신없는 오후의 티타임을 즐기다 앨리스를 발견하곤 마치 어제 만난 사이처럼 앨리스를 환영한다. 앨리스는 붉은 여왕의 공포를 뚫고 무사히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마지막으로 소개할 영화는 조니 뎁이 팀 버튼과 제일 처음 호흡을 맞춘 영화 <가위손>이다. 제작된 지 20여년이 지났음에도 할리우드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랑이야기 중 하나로 남아있는 영화다. 조니 뎁 분장 영화의 시작인 작품이기도 하다. 외로운 과학자의 일생의 업적으로 탄생한 에드워드와 그를 사랑한 순수 소녀 킴의 가슴 절절한 사랑이야기다. 에드워드가 킴을 위해 얼음을 깎아내는 장면은 그야말로 손에 꼽히는 명장면이라고 할 수 있다. 영화의 내용은 화장품 외판원인 킴의 엄마는 마을 언덕 외딴 성에서 상처투성이를 한 창백한 얼굴과 날카로운 가위손을 가진 에드워드를 만나 자신의 집으로 데려온다. 평범한 일상에 무료해하던 마을 사람들에게 큰 관심거리가 된 에드워드는 킴을 만나 첫눈에 사랑에 빠지지만, 그녀의 남자친구의 질투와 이웃들의 편견으로 도둑으로 몰리며 더 큰 오해에 사로잡히는 등 시련을 겪는다, 그러나 그녀와 순수한 사랑을 키워가는 내용을 담고 있다.
무엇보다도 <가위손>은 소재와 캐릭터들의 음침함을 극복한 스토리의 따듯함이 훌륭하다. 순수한 남녀의 순수한 사랑 자체도 좋지만, 결말에 남는 여운은 1990년 영화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다. 이기적인 마을 사람들에게 이용당하고 배척당하지만, 한없이 순수하고 착한 마음씨로 대사 몇 마디도 없이 모든 관객들을 울리고 웃겼던 조니 뎁. 영화 초반에 등장하는 조니 뎁의 귀엽고 풋풋한 모습까지 감상하면서 그의 분장 술의 뛰어남은 물론 과연 현대판 천의 얼굴을 가진 사나이임을 감지할 수 있다./박정기 문화공연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