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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기의 문화산책]연희단거리패, 김소희 연출 ‘갈매기’..
문화

[박정기의 문화산책]연희단거리패, 김소희 연출 ‘갈매기’

심종대 기자 입력 2017/01/19 21:02



게릴라극장에서 연희단거리패의 안톤 체홉 원작, 윤광진 번역, 김소희 연출의 <갈매기>를 관극했다.


번역을 한 윤광진(1954~)은 서강대학교와 캘리포니아대학교 샌타 바버라 대학원 출신이고, 우리극 연구소 소장, 용인대학교 문화예술대학 뮤지컬 연극학과 교수다.

1994년 동아연극상 연출상, 작품상, 2007년 서울연극제 작품상, 2013 김상열 연극상, 한국연극대상을 수상한 우수한 연출가다. <아메리칸 환갑> <못생긴 남자> <로미오와 줄리엣> <그림자 아이> <츄림스크에서의 지난여름> <황금용> <리어왕> <혈맥> 등 연출작에서 출중한 기량을 발휘했다.


연출을 한 김소희는 연세대학교 국문과, 동국대학교 대학원 연극영화과 석사출신으로 출중한 기량의 여배우 겸 연출가다. 현재 연희단거리패 대표이자 경기대 연극영화과 겸임교수다.

연극 <혜경궁 홍씨> <어머니> <고곤의 선물> <리어을 연기하는 배우 미테티> <갈매기>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하녀들> <맥베스> <약산 아리랑> <미친 동물의 역사> <오구> <햄릿> <오이디푸스> <원전유서> <달아달아 밝은 달아> <피의 결혼> <하녀들> <느낌, 극락 같은> <일식> <아름다운 남자> <울고 있는 저 여자> <리어왕> <억척어멈과 그의 자식들> <이아고 오셀로> <경성스타> 외 다수 작에 출연하고, 뮤지컬 <화성에서 꿈꾸다><이순신>을 비롯, 영 화 <굿바이보이> <새는 폐곡선을 그린다.> <불꽃처럼 나비처럼> <오구>에 출연해 명연기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수상경력은 서울국제연극제 신인연기상, 동아 연극상 신인연기상, 대한민국 연극상 여자연기상, 동아 연극상 여자연기상, 제2회 아름다운 예술인상 연극예술인상, 김동훈 연극상, 동아연극상 여자연기상 등을 수상했다.



1막의 무대는 세자 폭 여섯 자 길이의 탁자 두 개와 책상 한 개 그리고 의자 10여개를 사용해 장면변화마다 출연자들이 이동시켜 소형 무대와 객석이 되고, 탁자를 가로로 늘어놓거나, 세로로 늘어놓아 식탁이나 카드놀이 장소로도 사용한다. 또 탁자 한 개를 세워, 백묵으로 글씨를 써, 칠판처럼 사용하기도 한다. 무대 왼쪽에 책상과 의자가 있어 청년작가의 집필 장소로 사용되고, 배경 쪽 좌우 통로를 등퇴장 로로 사용하고, 객석 출입구도 등퇴장 로가 된다. 갈매기 시체나 박제갈매기는 박스 안에 담겨진 것으로 연출된다.

2막은 연극은 원작대로 펼쳐진다. 트레블레프는 가족들 앞에서 니나를 주연으로 자신의 희곡을 공연한다. 하지만 공연하기에 앞서 니나에게 키스를 퍼붓는 등 열정적인 모습을 보인다. 아르까디나는 아들의 공연을 가볍게 여기고 처신한다, 이 때문에 화가 난 트레블레프는 공연을 중단하고, 막을 뜯어내려 팽개치고, 자리를 떠난다. 그 사이 니나는 명성있는 작가 트리고린을 소개받게 된다. 트리고린이 인사로 좋았다고 하는 소리를 들은 니나는 좋아서 어쩔 줄을 모른다. 모두가 떠난 자리에 남은 관리인의 딸 마샤는 닥터 도른에게 자신이 트레블레프를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을 고백한다.

가족들이 모인 자리에서 아르까디나는 자신을 자랑해 보이고, 아르까디나의 부친 쏘린과 닥터 도른은 언제나처럼 논쟁을 벌인다. 아르까디나는 시내로 나가겠다고 하지만 주택관리인 샤므라예프는 말을 내주지 않으려 한다. 자리에 동석해있던 니나는 갈매기를 사냥하고 돌아오는 트레블레프를 반기지만, 작가 트리고린 때문에 기분이 상한 트레블레프는 불쾌한 심정을 드러내며 자리를 떠난다. 트리고린과 니나는 함께 대화를 나누면서 은연중에 마음이 밀착되는 정황을 보인다. 샤므라예프의 부인 안드레예브나는 닥터 도른에게 좋아하는 심정을 드러내며 가까이 다가간다. 닥터 도른은 자신은 55세라며 늙은 나이임을 애써 강조를 하지만, 안드레예브나에게는 도른의 소리가 더욱 다정하게만 들릴 뿐이다.

이런 경황 중에 트레블레프는 자신이 사랑하는 니나가 작가 트리고린에게 보이는 열정을 감지하고 일종의 시기심과 질투에 따른 증오감을 이기지 못해, 자살까지 기도하지만 실패로 그친다.

아르까디나와 트리고린은 모스크바로 돌아가기로 한다. 마샤는 술에 취해 작가 트리고린에게 호감을 드러내고, 사랑을 하지는 않지만 메드베첸코와 결혼하기로 했다는 사실을 밝힌다. 아르까디나는 아들 머리의 붕대를 갈아주면서 아들을 사랑하는 마음을 드러낸다. 공연관계나 작가 트리고린 때문에 틀어졌던 어머니와 아들의 화해가 이루어진다. 아르까디나와 트리고린은 출발한 다. 그러다가 갑자기 트리고린은 잠시 되돌아 와 니나와 대면한다. 장차 배우가 되려는 니나가 트리고린에게 보이는 기대와 열정은 태양보다 뜨거워 극장이 불타버릴 지경이다. 잠시 되돌아 온 아르까디나도 이 광경을 목도한다. 트리고린은 니나와 재회하기로 약속하고 열정적인 키스를 퍼붓고 떠나간다.

2막은 무대전체를 커다란 하얀색 천으로 덮어 천을 흔들어대면서 2년이 흐른 것으로 설정된다. 그 사이 트레블레프는 소설가가 된다. 원작에는 니나가 트리고린의 사생아를 낳고, 아이가 죽는 것으로 설정이 되지만, 이번 연극에서는 생략된다. 결국 두 사람은 헤어졌고, 니나는 배우로서 성공하지 못한 채 자신의 고향으로 잠시 되돌아 온 상태다. 관리인의 딸 마샤와 메드베첸코는 결혼했지만 두 사람사이에 사랑은 없는 것으로 묘사된다.



닥터 도른의 종용으로 아르까디나와 트리고린은 아르까디나의 부친 쏘린을 만나기 위해 돌아온다. 노년의 쏘린은 여생이 얼마 남지 않은 듯 보인다. 한 겨울이라 밖에는 모진 한파에 눈보라까지 치는 것으로 설정이 된다. 사람들이 카드놀이를 하는 사이 혼자 작업실에 남아 집필을 하던 트레블레프는 노크소리와 함께 등장한 초라한 모습의 니나와 상면한다.


하지만 트레블레프는 니나를 반기고 사랑하고 있다는 심정을 몸과 마음으로 드러낸다. 그러나 그 소리가 니나에게는 당나귀 귀에 코란을 읊는 격이라, 자신은 여전히 트리고린을 사랑하고 있음을 트레블레프에게 고백한다. 그리고 니나는 다시 만날 기약도 없이 트레블레프를 떠나간다. 니나가 떠나자마자 트레블레프는 내실 쪽으로 들어간다.


아르까디나와 트리고린, 그리고 카드놀이 참가자들이 다시 무대로 등장해 판을 벌일 때 총성이 울린다. 닥터 도른이 약품이 폭발한 듯싶다며 내실로 들어간다. 잠시 후 도른이 나와 역시 약병 폭발소리였다며 카드놀이 하는 사람들을 안심시키고, 트리고린을 손짓해 부른다. 닥터 도른은 트레블레프가 자살한 것을 트리고린에게만 알린다. 카드놀이하는 사람들의 웃고 떠드는 소리와 함께 조명이 아르까디나에게 집중되면서 연극은 끝이 난다.

윤정섭이 트레불레프, 황혜림이 아르까디나, 이원희가 트리고린, 이수강의 니나, 표영주가 안드레예브나, 천석기가 샤므라예프, 김준호가 쏘린, 이혜선이 마샤, 안윤철이 메드베첸코, 박현승이 도른 역을 맡아 출연하고 권혜원이 마샤, 신준일이 메드베첸코로 더블 캐스팅 되어 출연한다. 출연자 전원의 성격창출과 호연 그리고 열연은 내용전달 뿐 아니라, 극 분위기를 100% 상승시키고 관객을 완벽한 감상의 세계로 이끌어 가 대단원에서 우레와 같은 갈채를 이끌어 낸다.


무대제작 김경수, 조명디자인 조인곤, 안무 김윤규, 무대감독 김한솔, 사진 김용주 이승헌, 기획 노심동, 홍보디자인 황유진 등 스텝 진의 열정과 기량이 하나가 되어, 연희단거리패의 안톤 체홉 원작, 윤광진 번역, 김소희 연출의 <갈매기>를 원작을 성큼 뛰어넘는 공연물은 물론 연출자와 출연자의 기량이 제대로 드러나, 러시아 순회공연을 해도 좋을 걸작 연극으로 탄생시켰다./박정기 공연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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