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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기의 문화산책]연희단거리패, 30스튜디오 작가전 이윤택 연출 ‘하녀들’

심종대 기자 입력 2017/01/21 12:58



혜화동 30스튜디오에서 연희단거리패의 장 주네 원작, 오세곤 역, 이윤택 연출의 <하녀들>을 관람했다.

장 주네 (Jean Genet, 1910년~1986년) 는 실존주의파에 속하는 프랑스의 시인·소설가·극작가이다.

파리에서 사생아로 태어나, 창부였던 어머니의 버림을 받고, 10세 때에는 굶주린 배를 억제하지 못하고, 애정에 굶주려 절도죄로 감화원(感化院)에 들어갔다. 그 후 탈옥하여 거지·도둑·남창 (男娼)·죄수 생활을 하면서 유럽 전역을 방황했다. 점령 중에 투옥되었을 때에는 1942년 프렌 형무소에서 데뷔작 소설 <꽃의 노트르담> 및 자전(自傳)의 <도둑일기>를 썼다.


1947년에 주베가 <하녀들>을 공연한 것으로 극작가의 길을 열었는데, 이후 그 전작(前作)인 <엄중경계>를 비롯하여 <발 콘> <흑인들> <간 막이>가 상연되어, 찬부(贊否) 양론을 낳았다. 그것들은 어느 것이나 남색(男色)과 반역과 증오와 범죄가 지배하는 암흑의 세계를 가장 외설스럽고 난잡한 비어음어(卑語陰語)와 빛나고 투명한 시어로써, 독창적이고도 난해한 문체로 그려내서 관객을 현대의 흑막세계로 안내했다. 그것은 반역과 악의 찬가(讚歌)이며, 순수성에의 역설적인 발걸음이라고 할 수 있었다.


장 폴 사르트르는 주네에 대한 평전 《聖 주네》를 저술하면서 그의 문학을 "말로 표현된 고행승적 (苦行僧的) 실험"이라고 평했다.


장 쥬네의 대표작으로서는 시집 <장미의 기적>과 빈민 구제사업의 도움으로 살아난 자기의 이야기를 쓴 소설 <도둑 이야기>, 그리고 희곡 <하녀들>이 있다.


오세곤은 1955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연세대학교 불문과를 졸업했고 ‘장 주네의 희곡 연구’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연극평론가협회 부회장, 한국연극교육학회 회장, 한국 대학 연극학과 교수협의회 회장 등을 역임했다. 한국문화예술교육학회 회장, 한국문화예술경영학회 부회장, 극단 노을 예술감독, 한국연극인복지재단 이사, 아산문화재단 이사, 충청남도 문화예술진흥위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배우의 화술』등이 있다. 우리읍내(쏜톤 와일더 작), 도둑일기(장 주네 작) 등 다수 작품을 번역하고 연출했다. 현재 순천향대 공연영상미디어학부 교수다.



이윤택(1952~)의 연희단거리패는 1986년 7월 부산 가마골소극장 개관과 함께 작업을 시작했다. 민간 소극장 연극 정신과 방법론을 탐구하는 실험극단으로 출발했다. 이후 서울 게릴라극장과 밀양연극촌을 중심으로 지역과 경계를 넘나들었다. '오구', '바보각시', '느낌극락같은', '시골선비 조남명', '아름다운 남자' 등 전통과 동시대를 만나게 하는 작품은 물론 '햄릿', '허재비놀이', '억척어멈과 그의 자식들', '코마치후덴', '피의 결혼' 등 해외극을 한국의 독자적인 현대연극 양식으로 수용하는 작품들로 호평 받았다.

1990년대 이윤택은 일본의 도야마 현 도가 예술촌으로 공연을 하러 간 적이 있다. 도가무라는 1973년 원래 다섯 채의 갓쇼즈쿠리(짚으로 지붕을 엮는 방식의 전통 가옥 형태)를 모모세강 유역에 모아 「도가 갓쇼문화마을」이라 이름 지었다.

1976년에 연출가 스즈키 다다시(領木忠志, 1939~)가 이끄는 와세다 소극장(현 극단 SCOT : Suzuki Company of Toga)이 이곳으로 거점을 옮기고 갓쇼즈쿠리의 민가를 개조하여 「도가산보」라 이름짓고 연극 활동을 시작했다. 전국 각지로부터 수많은 관객이 찾아올 뿐만 아니라 일본인의 지혜가 서려 있는 산촌에서의 예술 활동으로서 각 계의 주목을 끌게 되었다.

1982년에는 그리스 식의 야외극장(이소자키 아라타 설계)을 신설, 스즈키 다다시는 그 동안의 국제적 네트워크를 살려 일본 내 최초의 세계 연극제 「도가 페스티벌」을 개최하였다. 또 1983년에는 스즈키가 창출한 배우 훈련법인 스즈키 트레이닝 메소드를 가르치는 「국제 연극 하계대학」을 열기 시작했다.

1994년에는 시설이 도야마 현으로 이관되어, 갓쇼 문화마을은 도야마 현립 도가 예술공원이 되었다. 그 후로 도야마현 난토시 (도가마을은 2004년 행정구역 합병으로 난토시가 되었다.)에 의해 극장, 연습실, 숙소 등이 차례로 정비되어, 현재 주변의 「도가다이산보」,「리프트 씨어터」를 포함한 7개의 극장, 연습실, 200명 이상 숙박 가능한 숙소에 이르기까지 무대예술의 일대 거점이 되었다.

매년 여름에 이루어지는 「SCOT 썸머 시즌」, 다국적 배우에 의해 올려지는 무대공연, 전세계의 배우를 위한 스즈키 트레이닝 메소드 교실, 아시아 각국의 연출가들에 의한 「아시아 연출가 페스티벌」, 일본의 젊은 연극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연극인 콩쿨」, 「고교생 하계 연극교실」등의 인재 육성 사업이 전개되고 있다.

이윤택은 일본 도야마현 도가예술촌을 방문한 후 1999년 1월 고향 밀양의 한 페교에 연극촌을 건립하기 시작했다. 창고극장, 숲의 극장, 우리동네극장, 가마골소극장, 스튜디오극장, 성벽극장이 차례로 건립되고, 자료관, 사무실, 편의점, 식당도 만들었다. 최근에는 윤대성 문학관이 들어서고, 해마다 7월과 8월이면 밀양연극제를 개최해 금년 2016년에는 제16회 밀영여름공연예술제를 성대하게 개최하고 대성공을 거두었다. 이로 인해 밀양시에는 2016년에 국립극장에 버금가는 밀양아리랑 아트센터를 개관하고, 12일간의 연희단거리패의 공연작품으로 전석매진이라는 대성황을 거두었다.



이윤택은 경남 김해시 생림면 낙동강 끝자락 마을 도요리 도요마을 중심에 있는 폐교에도 각종 발표와 워크숍을 할 수 있는 사랑방으로 만들고, 마을 주변 빈집을 사들여 예술인 숙소, 연기 훈련장, 출판사, 카페, 방문객 숙소 등으로 수리해 도요 예술공동체를 형성했다. 거기에 도요출판사까지 차렸다. 2016년에는 20년만에 시집과 시극<숲으로 간다>를 집필하고 출판했다.

이윤택은 대도시 중심과 국공립공연장 위주의 공연예술 활동이라는 고정관념을 극복한 친자연적, 친환경적 공연예술 장을 건립, 공연활동을 전개함으로써 한국공연예술의 발전과 창달을 선도하고 우리 연극을 세계정상급 수준으로 이끌고 있는 연극인이다.


<하녀들>의  무대는 지하에 있는 의상실인 듯 계단을 올라 외부로 나가는 마루와 통로가 있고, 피아노, 장식소파, 원형탁자, 의자, 옷장, 장식장, 꽃병 꽃바구니, 고풍스런 전화기, 마네킹에 이르기까지, 마치 고급스런 의상실처럼 차려놓았다. 출입문도 흰 망사 같은 천으로 커튼을 드리우고, 의상도 최고급 드레스, 블라우스, 야회복, 모피코트, 반코트, 숄에 이르기까지 현란하고 화려하다. 색색의 하이힐까지 눈에 띈다. 하녀들의 붉은 내복차림도 극과 조화를 이루고, 마지막에 흘러나오는 라벨 작곡의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도 극과 절묘하게 어울린다.

<하녀들>의 내용은 하녀들이 주인인 마담을 골탕 먹이려고 마담의 정부인 무슈를 경찰에 고발해 붙잡혀가도록 만든다. 마담이 없는 때에는 하녀 자매는 마담놀이를 하며 자신들의 불만을 해소시킨다. 그런데 무수가 가짜편지 때문에 잡혀온 사실이 드러나 가석방되니, 하녀들은 자신들이 벌인 일이 마담에게 발각될까 두려워 마담을 수면제를 탄 차를 먹여 살해할 계획을 세운다. 정작 마담이 들어오니, 하녀들은 마담에게 고분고분하기가 애완용 동물은 저리 가라싶을 정도이다. 마담은 하녀들을 아랫것 대하듯 하다가 애정을 표하기도 하고, 하녀들이 가져다 준 수면제를 그대로 둔 채 무슈가 구치소에 갇힌데 대한 걱정과 절망으로 생의 의욕이 없는 듯 하녀들에게 자신의 옷을 나누어 주기도 한다.


하녀들이 수면제 차를 계속 권하니, 차가 식었다며 쏟아버린다. 그리고는 마담은 집에 수화기가 바닥에 내려져 있는 까닭을 하녀들에게 묻는다. 하녀들은 무슈가 가석방되었다는 사실을 알고 반가운김에 수화기를 떨어뜨렸다는 소리를 하니. 마담은 왜 일찍 알려주지 않고 이제야 알려주느냐며 무슈의 석방을 기뻐하며 하녀가 다시 가져다주는 수면제가 든 차를 마시지 않고 외출을 한다. 독살에 실패한 하녀자매는 다시 마담놀이를 하며, 마담대신 수면제를 탄 차를 마시고 쓰러진다. 그러나 마담으로부터의 해방을 위한 하녀들의 행동이 다시 시작되면서 연극은 끝이 난다.


김소희, 김아라나, 서혜주, 등 출연자들의 독특한 성격설정과 호연은 일찌감치 관객을 극에 몰입시키고 갈채를 이끌어낸다. 원작을 격상시킨 듯싶은 느낌이 들 정도의 연출력과 연기력이 발휘된다. 이 공연은 프랑스 아비뇽에 가서 공연을 해도 갈채를 받으리라는 생각이다.

의상 드라마투르기 송은주, 무대 김경수, 조명 조인곤, 무대제작 월산프로젝트, 기획홍보 오동식, 홍보디자인 전소현 등 스텝진의 열정과 기량 또한 드러나, 연희단거리패 30스튜디오 작가전 1, 장 주네 작, 오세곤 역, 이윤택 연출의 <하녀들>을 2017년 새해 벽두를 장식할 원작을 뛰어넘는 탁월한 공연으로 만들어 냈다./박정기 공연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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