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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운명의 소용돌이에 휘말린 필부 ‘정영’”..
문화

[공연]“운명의 소용돌이에 휘말린 필부 ‘정영’”

심종대 기자 입력 2017/01/24 21:46


사진/오종준 기자

[뉴스프리존=심종대 기자]국립극단(예술감독 김윤철)은 기군상이 쓴 중국 고전 <고씨고아, 복수의 씨앗>을 다음 달 12일까지 명동예술극장 무대에 오른다.


연극 <조씨고아(趙氏孤兒)>는 그 제목대로 조씨 집안의 고아에 관한 이야기로, 원나라때의 기군상이 창작한 작품으로, 세계에 내놓아도 부끄럽지 않을 정도 중국의 비극이라고 중국이 자랑하는 작품이다.


이 이야기는 B.C 6,000여년 전 지금으로부터 약 2600-2700년 전의 이야기를 근거로 하고 있다. 공자가 지은 춘추(春秋)라는 책에 간단하게 기록된 것을 역사를 기록하는 사람들이(특히 사마천(司馬遷)의 사기(史記) 같은데서)좀 더 부연해서 자세하게 기록한 것이 근거가 되어서 후에 역사극으로 재창작 됐다.


특히 <조씨고아>은 송, 원 시기때 더 관심을 받았다. 그 이유는 송 왕조가 조씨(趙氏)왕조로, 조광윤(趙匡胤)이 창시한 조씨 왕조였기 때문에 (조씨고아 이름이 조무인데) 이 조무에 대해서 사당을 짓고 제사를 올리기도 했다. 실제 역사 속에  등장하지 않는,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에 대해서도 사당을 짓고 제사를 지어주는 정도까지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갖는 이야기이다.


원 나라때는 징기스칸이 이끄는 몽고족의 지배를 받았기 때문에 어떤 의미에서는 <조씨고아>의 조씨 집안이 멸문지화를 당한 것처럼 송이 망했을 때 그것을 어떻게 다시 부흥시킬까하는 염려와 희망을 이 이야기에 기탁하기도 한 것으로 보인다. 


사진/오종준 기자

<조씨고아>의 이야기는 복수를 주제로 하는 이야기이다. 어렵게 살아남은 조씨 집안의 씨앗, 조씨고아 조무가 장성한 후에 자신을 살리기 위해서 많은 희생을 치른 아버지 정양과 자신이 조씨고아 인지를 모르고 키워준 도안고(당시의 권세가임) 두 아버지 밑에서 장성하면서 전혀 아무것도 몰랐던 고아가 자신의 생존 비밀을 알게 되면서 복수를 하게 된다. 그런데 이 복수라는 것은 고대사회에서는 아주 보편적이었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의 방식으로 갚아줘야 된다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중국에서는 특히 유가적인 윤리에서 아버지에게 효를 다하고 임금에게 충을 다해야 하는 기본 도리를 다하기 위해서 때로는 아버지의 원수, 또는 나라의 원수에게 복수해야 된다고 하는 생각이 필요했다. 그래서 사회질서, 어떤 사회들을 유지하기 위해서, 이후에는 법이라는 그런 어떤 제도적 틀 안에서 개인적인 복수보다는 법으로 그런 것들을 다스리게 되긴 했지만, 여전히 때로는 그런 개인적인 복수가 필요할 때도 있다.


그러나 이제 사회가 점점 현대로 오면서 우리는 그런 개인적인 복수를 할 수 없는 시대가 됐다. 그러다 보니까 복수라는 문제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 이 작품에서 온 가족을 다 살육해버린 그런 원수를 어떻게 갚아야 할지 하는 문제를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다.


중국에서는 이 <조씨고아>라고 하는 작품은 거의 모든 사람이 다 알고 있는 그런 이야기이기도 하다. 이 작품이 비단 중국에서만 널리 알려진 작품은 아니라, 세계적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 <조씨고아> 작품은 중국 희곡 가운데서 가장 먼저 외국에 소개된 작품으로, 서양에 소개된 작품이기도 하다.


17세기에는 유럽에 중국 붐이 일어나면서, 중국의 도자기, 정원, 비단, 차 등이 크게 유행했다. 그 중에서도 중국문학도 소개되고 중국 희곡 작품가운데서 <조씨고아> 작품이 제일 먼저 소개됐다. 불어로도 번역돼 소개됐고, 이 후에는 사상가 볼테르가 이 작품을 다시 <중국고아>라는 제목으로 소개했다. 볼테르는 기군상의 <조씨고아>라고 하는 원 잡극 작품을 기초로 하지만, 배경을 바꿔서 송나라와 징기스칸의 원이 대립하는 구도로 배경을 바꿔 각색해서 중국에 소개하기도 했다.


사진/오종준 기자

<조씨고아>는 중국을 대표할 수 있는 그런 희곡작품의 하나로, 중국에서 역사적으로 널리 전승되고 공연됐던 것뿐만이 아니라 현재에도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갖고 공연을 올리고 있는 작품이다. 중국에서 대표적인 연출가인 린자오하, 티엔친신 같은 사람도 다시 현대극 버전으로 올리고 있다. 그 중에 티엔친신은 우리나라에 와서 극단 미추와 함께 공동 작업으로 지난 2006년에 올리기도 했다. 또한 영국에서도 최근(2012년) 로열 셰익스피어 극단에서 <조씨고아>를 무대에 올렸다. 기군상의 <조씨고아> 원작뿐만 아니라 다양한 버전과 서양과 관점에서 <햄릿>과 같은 비극에 익숙한 서양 관객들을 위해서 각색한 버전으로 공연되기도 했다.


특히 제52회 동아연극상 시청각디자인상을 수상한 바 있는 김혜지 디자이너가 소품을 맡았다. 7m 길이의 커튼만이 명동예술극장을 감싸고, 단출한 소품은 상상력을 극대화시켰고, 검은 부채를 든 ‘묵자(墨子)’는 사실적인 묘사 대신 극을 전개시키는 연극적 장치로 관객과 극 사이의 거리를 유지하고, 흡사 유랑극단을 연상케하는 간단한 무대는 과감한 생략의 미학과 함께 연극이 가진 근원적 에너지를 전달하고 있다.


2015년 초연된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은 그 해 고선웅 연출에게 제52회 동아연극상 연출상, 제8회 대한민국연극대상 연출상, 제5회 아름다운 예술인상 등 각종 굵직한 연극상을 안겨준 작품이기도 하다.


고 연출은 고전적 신의와 권선징악을 앞세운 원작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복수 끝의 씁쓸한 공허함에 주목하면서 14세기의 고전에 동시대적인 시사점을 더했다. 그는 연출가 자신에게도 “잊을 수 없는 작품”이라면서, “재공연에 임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중용’의 마음가짐으로, 중요을 잘지켜 본질이 살아 있는 작품으로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공연은 다음달 12일까지 명동예술극장. 장두이, 하성광, 정진각, 이영석, 유순웅, 김정호 등이 출연.


심종대 기자, simjd1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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