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홀 마리카 2관에서 씨어터 컴퍼니 아름드리&극단 아우라의 성준현 예술감독, 시몬 드 보부아르(Simone de Beauvoir) 작, 양흥렬 연출의 <위기의 여자(La femme rompue)>를 관극했다.
시몬 드 보부아르 (Simone de Beauvoir, 1908~1986)는 파리 출생으로 소르본대학교를 졸업하고 1929년에 철학교수의 자격을 얻었다. 그때부터 사귄 사르트르의 영향을 받아 실존주의 철학을 사고와 행동의 기조로 삼았다. 1943년에 소설 <초대받은 여자 L'Invitée>를 발표하고, 1944년에 에세이 <피뤼스와 시네아 Pyrrhus et Cinéas>와<타인의 피 Le Sang des autres>를 집필하고, <사람은 모두 죽는다 Tous les Hommessont mortel>(1947)와 <레 망다랭 Les Mandarins>(1954, 공쿠르상(賞) 수상) 등의 소설을 발표했다.
향후 자전적 소설 <처녀시대 Mémoires d'une jeune fille rangée>(1958), <여자의 한창때 La Force de l'âge>(1960), <어떤 전후(戰後)>(1964)를 썼다. 에세이·기행문도 많으며, 특히 개방적인 여성 론 <제2의 성(性) Le Deuxième Sexe>(2권, 1949)은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만년의 저작으로는 <아름다운 영상(映像) Les Belles Images>(1966), <위기의 여자 La Femme Rompue>(1968), <노년 La Vieillesse>(1969) 등 이 있다.
양흥렬은 배우 겸 연출가로 씨어터 컴퍼니 아름드리의 대표다. 러시아 기치스 국립 연극대학에서 수학하고, 연출작으로는 <The game of love and chance> <꽃순이를 아시나요> <별난 한 쌍> <위기의 여자>등이 있고 발전적인 장래가 예측되는 연극인이다.
시몬느 보봐르(Simon de Beauvoir)의 위기의 여자 (La Femme Rompue)는 남편의 외도로 고통 받은 여성이 그것을 극복하고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을 그려낸 연극이ek.
이 희곡은 원래 소설로 발간된 것이었는데 연극 무대에서 수없이 공연되어 극찬을 받기도 했다. 보봐르는 이 작품을 통해 여성을 단지 가정에만 귀속되는 존재가 아닌 자아를 발견하고 주체적인 삶을 사는 하나의 인격체로써 표현했다.
줄거리는 26년간의 결혼 생활을 남편과 자식에게 헌신하고 자신의 삶이 성공했다고 믿고 있던 모니끄에게, 어느 날 남편 모리스는 자신에게 애인이 있다고 고백한다. 가족이 인생의 전부라고 여기고, 또한 남편의 사랑을 단 한 번도 의심해 본 적이 없는 모니끄는 이런 남편의 말을 믿으려 들지 않는다. 하지만 결국 상황을 깨닫게 되고, 주위 사람들의 도움을 통해 이를 극복하려한다.
그렇지만 주변 사람들은 그녀를 진정으로 이해하고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 각자 객관적인 이해와 상식에 따른 조언을 할 뿐 결정적인 도움을 받지는 못한다. 거듭되는 방황과 회의 끝에 현실의 문 앞에 선 그녀는, 결국 자신만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자각하게 된다.
1980년대 극단 산울림에서의 초연이후 경향의 각 극단에서의 <위기의 여자>의 공연이 30년간 지속되고 있지만, 이번 씨어터 컴퍼니 아름드리&극단 아우라의 공연은 관객을 극에 몰입시킴과 동시에 비판적 시각으로 감상할 수 있도록 연기자의 절제된 연기와 연출가의 치밀하게 계산된 연출이 내용전달에서 완벽을 기하고 또한 고수준 고품격의 공연으로 만들어 냈다.
무대는 주택의 거실이다. 중앙에 긴 안락의자와 탁자가 놓이고 옆에 안락의자가 있다. 유성기와 레코드판이 사용되고, 고풍스런 전화기와 현대식 전화기가 사용된다. 객석에서 바라보이는 무대 왼쪽에 원탁과 의자가 배치되어 장면변화에 따라 레스토랑장면으로 사용되고, 주인공의 독백을 조명의 강약으로 강조하고, 무대 전면은 여행길로 사용되기도 한다. 음향효과로 비행기의 고공비행을 알리고, 귀에 익은 오페라 아리아와 샹송이 배경음악으로 들려나와 극의 분위기를 상승시키기도 한다.
양희선, 김우권, 유정숙, 최임경, 서예희, 민아람 등 출연자 전원의 절제된 호연이 극적 분위기를 상승시키고 내용 전달 면에서 완벽을 기한다. 출연자 개개인의 성격창출과 호연이 기억에 남는다.
조연출 최종익, 무대 김우권, 조명 정지호 백은호, 음향 민아람, 의상 분장 김유승, 기획 김진현 전진희, 홍보 김은수 오지예, 디다인 김건연 등 스태프 진의 기량과 열정이 드러나, 씨어터 컴퍼니 아름드리&극단 아우라의 성준현 예술감독, 시몬 드 보부아르(Simone de Beauvoir) 작, 양흥렬 연출의 <위기의 여자(La femme rompue)>를 새해 벽두를 장식하는 고수준 고품격의 성공적인 공연으로 만들어 냈다./박정기 공연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