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프리존=이흥수 기자]다사다난이라는 단어가 지난해처럼 어울리는 해가 또 있었을까 반문해 본다.
기만과 거짓이 만연한 세태 속에서 진실과 희망을 찾고자 촛불을 들었던 민중의 목소리가 아직도 생생하게 다가오고 그 열기가 식지않고 계속 이어지고 있는 지금의 시대적 상황 속 에서 이제는 무언가 마무리를 짓고 새롭게 출발해야 하는 시점이라는 생각이 들어 마음을 ‘日新又日新’하는 새로운 각오와 다짐으로 과천현대미술관의 30년 특별전 ‘달은,차고,이지러진다’ 전시 작품를 찾게 되었다.
맨 처음 우리를 맞은 것은 웅장한 바벨탑같은 백남준의 ‘다다익선’이었다. 서울올림픽 시절 개천절을 상징하는 1003대의 TV수상기를 돌 쌓듯이만든 이 웅장하고 거대한 백남준의 작품은 미디어 시대를 예언하고, 세계 방방곳곳 다양한 모습들을 화면를 통해 펼쳐 보여주었다. 다다익선을 에워싼 대각선으로 가로지르고 있는 이승택의 ‘떫은 밧줄’은 매개체이자 전통적인 샤머니즘 소통의 표현이다. New미디어와 Old미디어의 만남에 시간은 압축되고, 과거와 현재는 겹쳐진다. 과거를 살아 통과해 온 우리는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갈 수 있는 것일까?
올해는 국립현대미술관이 과천으로 신축 이전한 지 30년이 되는 해로 이를 기념하기 위해 그간의 주요 성과인 소장품을 중심으로 전시를 구성하였다. 전시는 300여명 작가 작품과 자료 560여점을 포함하였다. 전시 공간은 미술관 전층을 포함하며 1,2,3층의 ‘풍요의 바다’ ‘맑음의 바다’ ‘고요의 바다’를 따라 가다보면 세개의 주제 <해석>,<순환>,<발견>을 만난다.
이 전시는 작품이 탄생하는 시대적 배경.제작.유통.소장.활용.보존.소멸.재탄생의 생명 주기와 작품의 운명에 대해 집중적으로 포커스를 맞추어 기획하였다.
첫번째 주제 <해석>에서는 개방적이고 유연한 접근을 통해 풍요로운 결과를 도출할수 있고, 결국 작품에 대한 이해를 통해 인간과 세계, 우주에 대한 이해의 지평을 넓힐수 있게 되었다. 열린 소통을 통한 공동체적 유토피아를 꿈꾼 백남준의 ‘다다익선’에서 시작하여 국립현대미술관의 장소성과 구조, 미술관으로 들어오는 작품의 경로, 아카이빙 등 미술관을 둘러싼 다양한 맥락들을 작품으로 선보였다. ‘해석-관계’는 16쌍의 작품들을 일대일로 대조.비교하는 과정에서 관객의 지적 참여를 유도하여 각 작품에 대한 보다 창조적인 감상 경험을 제공하고 결과적으로 현실적인 시공간을 초월하는 작품, 작가, 관객의 관계에 대한 폭넓은 성찰의 기회가 되었다.
두번째 주제 <순환>에서는 소장 작품의 탄생과 그 이후의 궤적을 다루면서 이러한 작품들의 이면에 주목하게 되었고, 그리고 미술 작품이 완성된 이후에는 새롭게 탄생되고 끊임없이 변화하는 현대미술의 근본적인 개념을 알리는 구심점이 되었다.
세번째 주제 <발견>에서는 미술관의 소장품들은 본 전시를 통해 그간의 고립의 시간을 넘어서 살아있는 시간, 작동되는 시간과의 만남으로 나아간다. 전시된 작품들은 작업실-수장고-전시실이라는 시간적,물리적 이동의 순서를 넘어 지금 서로가 서로를 비춘다. 과거의 작품이 현재의 작가와 만나 또 다른 작업을 탄생시키고 발전시킨다. 현재가 과거를 비추고 과거가 현재로부터 의미를 얻으며 나아가는 움직임에 주목하는 것, 이것은 미래를 상상하는 하나의 방식이기도 하다.
<달은, 차고, 이지러진다>. 이 전시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한국 현대미술이 지나온 여정을 비추며 과거를 떠올리며 되돌리게 한다. 올림픽 후 미술계는 민중미술과 모더니즘, 포스트모더니즘의 논쟁으로 미술계가 한참 동안은 시끄러웠다.
30년이 지난 지금은 어떤가? 현실을 직시하고 직언하던 민중미술은 굴곡진 현대사를 헤쳐온 우리 삶을 사실감있게 생생하게 전달하고, 한국적 모더니즘은 독창적이고 창조적인 색감의 미학으로 국제 미술계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고, 포스트모더니즘의 도발과 일탈은 그동안 가지고 있던 내면의 고정관념을 과감히 던져버리고 영역의 확장성을 도모하였다.
어느 하나 버릴 것 없는 실하고 알찬 다양성이 우리 미술계를 풍요롭고 풍성하게 전환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마지막으로 이 전시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주기적으로 차고 기울기를 반복하는 달과 같이 작품을 하나의 생명주기를 가진 생명체로 보고 마치 달을 탐사하듯 예술의 기원과 해석, 생애와 운명의 비밀을 좇아가는 과정을 성찰하는데 있는 것이다.
움츠려만 지는 겨울. 도시의 회색빛 그늘이 짙어질수록 우리 가슴을 따뜻하게 밝혀주는 아름다운 ‘작품’을 만나보는 여유로움을 지금 사랑하는 가족과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요?
글/사진=이흥수 기자, lhsjej7055@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