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프리존=이흥수 기자]권시숙 작가의 최근 신작 <My Life>는 오늘 9월 13일 수요일부터 19일까지 진행되는 인사동 그림손갤러리의 개인전에서 만나볼 수 있다.
인생이란 ‘한번뿐이 없는 기회’이며, 지나가는 바람처럼 ‘휩쓸려가는 허망한 시간’에 빗대기도 한다. 권시숙 작가가 작품의 명제를 일괄적으로 <My Life>라고 붙인 까닭도 남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때론 보름달처럼 풍요롭지만, 깊은 바다 속처럼 중후함을 발산한다. 쉽게 단정할 수 없는 매순간 인생의 결들을 조심스럽게 쓰다듬는 진지함도 묻어난다.
권시숙 작품의 특징 중 눈에 먼저 들어오는 것은 단연 독특한 색채감각이다. 겉보기엔 다소 무겁거나 어두워보여도 깊게 들여다볼수록 밝고 화려한 색감이 근간을 이룬다. 흔히 오방정색(五方正色)과 오방간색(五方間色)이라 불리는 색감이 효과적으로 운용됐기 때문이다. 처음 구상단계부터 마지막 마무리 순간까지 앞서거니 뒤서거니 ‘오방색 하모니의 균형’을 조율해나간다. 화면 전반에 흐르는 특유의 경쾌한 리듬감 역시 권시숙만의 기묘한 혼색의 비법이 빚어낸 결과이다. 마치 도공(陶工)이 흙 속에 양극의 물과 불을 한 몸으로 빚어내듯, 권시숙은 빛과 어둠의 균형으로 새로운 생명력을 창출해내고 있다.
권 작가의 작품에선 석채가 아낌없이 사용되 재료 특성상 혼색이나 착색이 수월치 않음에도, 수많은 실험과정을 거쳐 이젠 수십 단계의 색감을 자유롭게 연출해낼 수 있을 정도가 됐다.
또한 작품에서 아주 흥미로운 점은 독창적인 여백에 대한 재해석이다. 전반적으로 촘촘하고 세세한 화면구성 가운데, 어느 한쪽에 갑자기 등장하는 오방색 조각퍼즐면의 대비가 그것이다. 마치 색동조각보가 덮고 있는 형국이다. 어떤 면에선 어른거리는 오방색 밑 색의 존재감을 재확인 시켜주는 것 같기도 하다. 그것이 어떤 측면이든, 분명한 것은 오방색 조각퍼즐 면들이 빼곡한 화면에서 숨통을 트여주는 역할을 한다는 점이다. 이것은 우리 전통회화나 문인화에서의 여백 개념과 다름없다. 서로 다른 차원의 경계가 공존하면서도 상호상생의 미학을 연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