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프리존=이흥수 기자]6일 배우 윤여정이 현업 최고의 전문가와 함께하는 무료 영화 강좌 다섯 번 째 강의를 위해 ‘CGV 시네마클래스’ 6기를 찾았다.
지난1966년도에 데뷔한 후 연기인생 51년 차를 맞은 그녀는 김기영, 임상수, 홍상수, 이재용 감독 등 당대 가장 파격적인 감독들의 러브콜을 받았고, 지난해에는 ‘죽여주는 여자’로 제 10회 아시아 태평양 스크린 어워드 심사위원상을 수상할 만큼 국내에서는 물론, 세계에서도 대체할 수 없는 배우로 입지를 굳건히 다졌다. 그런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연기를 꿈꾸는 대학생은 물론, 영화인이 되고자 하는 대학생들에게 자신만의 연기, 그리고 삶의 철학을 밝혔다.
김기영 감독의 대표작 중 하나로 손꼽히는 ‘충녀’부터 임상수 감독의 욕망에 관한 시선을 담은 ‘바람난 가족’ ‘돈의 맛’과 홍상수 감독과 함께한 ‘하하하’ ‘자유의 언덕’ ‘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 이재용 감독과 함께한 ‘여배우들’ ‘뒷담화:감독이 미쳤어요’ ‘죽여주는 여자’, 이외에도 ‘고령화가족’ ‘계춘할망’ 등 장르불문 연이은 변신을 선보인 바 있다.
윤여정은 “아는 분을 통해 탤런트 시험을 보고 합격했다. 연수 기간 동안 인사를 잘 하지 않아서 떨어졌다. 배우가 되기 전에 인간이 되어라”는 말로 연기인생 50년 강연의 포문을 열었다.
지인의 제안으로 시작한 연기가 처음부터 절실하지는 않았다고 밝힌 그녀는 “내 인생은 이혼 전후로 나뉜다. 이혼 이후 연기가 절실해졌다. 그냥 지나가는 역할도 마다하지 않았다”면서 솔직한 심정을 고백했다.
평소 ‘생계형 배우’라고 농담처럼 말하는 그녀지만, 그럼에도 “연기 외에는 즐거움을 못 느낀다. 생각해보니까 윤여정이라는 이름은 일을 열심히 해서 얻은 것”이라면서, “작은 일이든 큰 일이든 내 일을 하는 것이 좋다”면서 연기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매번 새로운 캐릭터로 관객들을 찾아오는 배우 윤여정은 “메소드 연기는 잘하지도 않고, 좋아하지도 않는다”면서, “’내가 이 사람이라면 이렇게 접근한다’라는 방식으로 늘 내 자신을 중심에 두고 캐릭터에 접근한다”며 개인적으로 터득한 연기 방법론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그는 이어 “연기를 하면 할수록 때묻는 것 같다. 노하우를 많이 아는 나이가 되어버려서 나도 모르게 기계적으로 하고 있다. 그래서 때묻지 않도록 늘 새로운 역할을 하는 것 같다”면서 매번 새로운 캐릭터에 도전하는 이유를 밝혔다.
특히 워쇼스키 감독과의 작업 과정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어떤 때는 돈을, 어떤 때는 작품을, 또 어떤 때는 사람을 따져야 할 때가 있다. 내 나이에는 보통 사람을 많이 따진다. 돈은 적게 받았지만 나의 일에 대해서 자부심을 가지고 열심히 일했다”면서 그녀만의 연기 철학을 통해 배우를 지망하는 수강생들에게 진심 어린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그녀는 “지금 시작하는 배우라면 연출자의 의도를 무조건 따라라. 누가 키를 잡느냐는 경력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다. 그런데 나는 지금도 연출자의 의도를 따른다. 연출자는 전체적인 그림을 본다.”면서, “내가 그를 존중해서 작업을 하기로 했다면, 나는 무조건 감독의 의견을 따른다”면서 현장에서 배우로서 가져야 할 태도에 대해서도 경험에서 우러난 충고를 전했다.
이어 “젊은 때는 항상 불안했다. 정신을 잘 차려야 하는 직업인데 불안정한 게 싫어서 안정을 찾기 위해 시집을 갔다. 지금은 노배우로서 그 시기를 다 겪고, 불안을 모두 뛰어넘은 자리인 것 같다. 주인공이 모든 것을 다 주지 않는다는 것을 안다. 지금의 소망은 사치스럽게 사는 것”이라면서, “좋은 옷을 입는 것이 사치가 아니라, 쉬고 싶을 때 쉬고 일하고 싶을 때 일하는 사치를 하고 있다.”면서 연기할 수 있는 현재에 대해 만족감을 드러냈다.
그는 “좋은 배우에 대해서는 대중, 동료, 감독이 생각하는 기준이 다 다르다. 하지만 배우는 같이하는, 협동하는 직업이다. 그래서 나는 동료들이 좋은 배우라고 불러주었으면 좋겠다”면서, 강의를 마무리했다.
이흥수 기자, lhsjej7055@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