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크리에이티브 리더스 그룹 8의 베르나르 베르나르 원작, 이세욱 번역, 문삼화 각색 연출의 <인간>을 관극했다.
Bernard Werber(1961 ~ )는 프랑스 미디피레네주(州) 오트가론 데파르트망의 수도인 툴루즈에서 태어났다. 일곱 살 때부터 단편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독특한 소재에 기발한 상상력을 가미한 작품을 썼다.
'별들의 전쟁' 세대에 속하기도 하는 그는, 고등학교 때 만화와 시나리오에 탐닉하면서 만화 신문 '유포리 Euphorie'를 발행하였다. 이후 '올더스 헉슬리'와 'H. G. 웰즈'를 사숙하면서 소설과 과학을 익혔다.
1979년 툴루즈 제1대학교에 입학하여 법학을 전공하였다. 대학 졸업 후에는 '르 누벨 옵세르 바퇴르'에서 저널리스트로 활동하면서 과학 잡지에 개미에 관한 평론을 발표했다. 1991년 120여 회의 개작을 거친 《개미》를 발표하여 전 세계 독자들을 사로잡았다. 이는 출간 즉시 프랑스의 모든 매스컴에서 격찬을 받았으며 이 작품으로 '과학과 미래'의 그랑프리와 '팔리시'상을 받기도 하였다.
이때부터 베르베르는 전업 작가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그러나 사람들이 그를 개미 전문가로 간주하는 것에 화가 나서 그는 같은 소재를 가지고 전혀 다른 이야기를 만들려고 시도했고, 프랑스에서 1992년 《개미의 날》을 출판하였다. 그리고 1993년에는 자신의 작중 인물 에드몽 웰즈가 집필했다고 설정되어 있는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을 비소설 문학으로 출판하였다.
베르베르는 또한 세계의 모든 종교와 신화들에서 공통점을 발견하여 티베트와 이집트의 죽음에 관한 경전들을 연구하였고, 1994년에는 타나토노트라 불리는 새로운 모험가들이 천국을 탐험하는 이야기를 다룬 소설 《타나토노트》를 출간한다. 1995년에는 《개미》와 《개미의 날》의 후속작인 《개미 혁명》을 출간하여 '최소 폭력의 길'과 '인프라 월드'라는 개념을 창시했다.
2002년 《뇌》, 2005년 단편집 《나무》에 이어 2007년 《파피용》을 펴낸 그는 《개미》와 같은 미시적인 세계, 《천사들의 제국》과 같은 영적인 세계를 넘어 광대한 우주로 눈을 돌리고 있다. 2008년에는 앞서 집필했던 《나무》의 '어린 신들의 학교'에서 언급된, 베르나르 베르베르식 우주의 완성판이자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최대 히트작 《신》을 펴냈다. 이 책은 《타나토노트》, 《천사들의 제국》에 이은 후속작으로 영계 탐사 시리즈의 완결판이다.
뒤이어 단편 소설집 《나무》와 같은 형태의 단편 소설집 《파라다이스》를 펴냈고, 2009년에는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의 3번째 증보판과 미래를 볼 수 있는 소녀의 이야기 《카산드라의 거울》을 펴냈다. 2011년에는 한 코미디언의 죽음을 통해 웃음의 역사를 탐색하는 《웃음》을 썼고, 2013년에 《제3인류》라는 인류의 역사와 미래를 담은 책을 냈다.
베르베르의 작품들은 35개국어로 번역되었고 전 세계적으로 1천 5백만부가 팔렸다.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마르크 레비(Marc Lévy)와 함께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읽힌 현대 프랑스 작가중에 한명이다.
문삼화는 2003년 연극 <사마귀>로 공식 데뷔하여 10년 넘게 연출가로 살아온 베테랑이며 공상집단 뚱딴지의 대표를 맡고 있다. 연출작품은 <잘자요 엄마> <뽕짝> <바람직한 청소년> <뮤지컬 균> <세자매> <일곱집매> <언니들>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너 때문에 산다> <쿠킹 위드 엘비스> <백중사 이야기> <Getting Out> <라이방> <사마귀> <밥> <블랙 버드> <대한국 사람> 등을 연출했다.
2003평론가협회선정 올해의 베스트3, 2004밀양 여름공연예술축제 제3회 젊은 연출가전 최우수작품, 2005 서울연극제 연기상, 신인연기상, 2006 거창 국제공연 예술제 남자연기상, 2008 서울문화재단 젊은 예술가 지원사업(Nart)선정, 2008대한민국연극대상여자연기상, 2009대한민국연극대상희곡상, 2013 서울연극제 우수작품상, 여자연기상, 2013한국연극BEST7, 2013제1회 이 데일리 문화대상 연극부문최우수상, 2013대한민국연극대상여자연기상, 2014제16회 김상열 연극상 등을 수상한 미모의 연출가다.
<인간>은 우주의 한 공간에 갇힌 한 쌍의 남녀의 이야기다. 인간이 다람쥐를 우리에 가둬놓고 먹이를 주고, 체 바퀴를 달아 운동을 하도록 하고 그걸 들여다보듯, 우주의 거대한 생물이 공룡의 눈처럼 생긴 눈으로 인간을 지켜보는 것이 영상으로 투사되어 나타난다. 인간의 우리에도 다람쥐 체바퀴 형태의 커다란 원통형의 운동틀을 만들어 놓았고, 표면이 거울처럼 생긴 정사각의 입체조형물을 여러 개 배치해 의자나 음료 그리고 음식물의 함으로 사용된다.
역시 표면이 거울로 된 계단 형태의 벽이 한쪽 바닥과 대각선 방향의 천정에 부착되어 있고, 인간의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엄청난 두께의 투명한 벽으로 사방이 차단되어 있는 것으로 설정된다. 인간우리의 바닥은 직사각으로 된 마루로 되었고, 그 가장자리는 형광색의 굵은 선으로 둘레를 장식했다. 남녀가 다툴 때에는 충격파를 보내 싸움을 그치도록 장치가 되고, 다정하게 다가갈 때면 음식 함에 음료와 먹을 것이 채워진다. 중반에는 원형의 침상이 마련되고, 계단식 벽면에 핵폭발의 영상이 투사되기도 한다.
연극은 핵폭발로 인간이 멸종이 된 후 한 우주공간에 한 쌍의 남녀가 외계의 생물체에게 잡혀와 갇혀있는 것에서 시작된다. 남자가 먼저 인간우리에 들어오고 여자는 조금 후에 들어온다. 남자는 과학자, 여자는 호랑이 조련사라는 설정이다. 의상도 남자는 백색 가운에 평범한 차림이고, 여자는 붉은 색의 곡예사 같은 복장이다. 남자는 평범한 거동을 보이지만, 여자는 몸이 유연하기가 체조선수나 요가를 하는 사람 같고 남녀 모두 인물이 미남 미녀다.
남녀가 각기 체 바퀴 형태의 원통에 들어가 운동을 하듯 돌기도 한다. 생면부지의 남녀가 만났으니 처음에는 냉랭하기가 얼음 같지만 차츰 그 얼음이 녹아가고 후에는 마음이 열리면서 따뜻한 물처럼 스며들지만, 멸종된 인간 이후에 이 한 쌍의 남녀가 마음과 몸을 밀착시켜 인간종족을 다시 번식시킬 것인가를, 마치 영미법계에서 배심판결을 하듯 남녀가 변호사와 검사 판사를 맡고 관객이 결정을 하는 것으로 연출된다. 대단원에 이르기까지 티격태격하던 남녀는 드디어 인간을 번식시키기 위한 일종의 사명감 뿐 아니라 진정 사랑하는 마음으로 원형의 침상에 누워 몸과 마음을 밀착시키는 장면에서 연극은 끝이 난다.
고명환, 오 용, 박광현, 전병옥 등이 각기 공연마다 남자로 출연하고, 안유진, 김나미, 스테파니가 여자로 출연해 독특한 성격설정과 연기로 관객을 극에 몰입시키고 갈채를 이끌어 낸다.
필자는 박광현과 스테파니가 한 쌍의 남녀로 출연할 때 관극을 했는데, 1시간 30분의 공연시간 내내 극에 심취해, 공상 과학이나 동화 같은 연극이지만 독특한 창의력과 철학적 사유가 첨가되고, 연기자의 연출가의 기량이 제대로 드러나, 흔쾌한 마음으로 관극을 할 수 있었다.
제작총괄 장준원 이봉규, 무대디자인 김혜지, 조명디자인 김재원, 의상디자인 이원영, 영상디자인 전휘상, 분장 김숙희, 무대감독 박아름 임규수, 조연출 노준영 그 외의 스텝 진의 기량과 열정이 제대로 드러나, 크리에이티브 리더스 그룹 8의 베르나르 베르나르 원작, 이세욱 번역, 문삼화 각색 연출의 <인간>을 연말연시에 남녀노소 누구나 관극을 해도 좋을 독특하고 새로운 개념의 우수걸작연극으로 탄생시켰다./박정기 문화공연카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