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공무원노조 경남본부장 정유근
공무원노조법이 아직 제정되지 않았을 시기에 노조간부들이 전국대의원대회에 참여하거나 노동관련 집회에 참가하면 어김없이 경찰들이 따라 다녔고 여차하면 체포할 태세를 보였으므로 한시라도 긴장의 끈을 놓지 못했던 때가 있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공무원노조를 결성하고 합법화를 이루어 내는 것이 상명하복으로 경직되어 있는 공직사회를 개혁하고 하위직 공무원들의 열악한 근무조건을 개선시킬 수 있다는 생각으로, 체포 구금의 위험을 무릅쓰고 열심히 노력한 결과 마침내 공무원노조가 합법화 되었던 것이다.
합법화 과정 중에 수많은 공직자들이 파면 해임되었고, 체포 구금은 날마다 겪어야 했던 일상의 일들이었다. 필자의 경우도 5번이나 경찰서 유치장에 구금되었고, 논개 미인도 사건으로 시민단체 대표들과 함께 진주교도소에서 벌금수로 7일간의 구속을 살았던 경험도 있다.
집회가 있을 때마다 정보과 형사들이 따라 다니고, 날마다 체포 구금을 각오해야 했던 그날의 노조활동과 오늘날의 노조활동을 비교해보면, 지금의 노조활동은 춘삼월의 봄 소풍과 다름이 없지 않을까 싶다.
그렇다고 해서 지금의 노조간부들에게 법외노조시절의 거칠었던 합법화 투쟁을 하라고 주문하려는 것이 아니라, 노동탄압을 주장하려면 진짜 노동탄압이 무엇인지 제대로 알기나 하고서 주장하고, 노조활동을 보장해 주고 있는 지금의 상황을 노동탄압이라고 말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때나 지금이나 중앙정부는 공무원의 노조활동을 매우 싫어하는 양상을 보이며 법에 정해진 것 외에는 일체의 노조활동을 하지 말라고 주문해왔지만 지방자치단체장들은 가급적이면 노조활동을 묵인해주면서 상생의 입장을 취해왔다.
그런데, 오직 조합원의 근무조건 향상을 위해서 싸워야 하는 공무원노조가 노동조합 본래의 목적은 망각한 채, 노동활동을 보장해 주고 법에도 없는 전임을 묵인해 주고 있는 단체장을 상대로 투쟁을 선포하는 것이 말이 되는 것인가 싶다.
노조가 무엇과 싸워야 할지 누구를 대상으로 투쟁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경험이 많은 사람에게 한번 물어 라도 보던지, 그것도 싫다면 그 때 당시 어떻게 노조활동을 해왔는지 자료라도 한번 살펴보면 좋겠다.
단언컨대 단 한 번이라도 노조활동을 보장해 주는 단체장을 상대로 투쟁을 선포하지 않았고, 어떤 직원이 조합원이 아니라고 해서 그 직원 성토하는 투쟁은 하지 않았다. 노조 이전에 같은 직장의 동료 아닌가? 직원끼리 공개적으로 성토해서 갈등과 반목이 생겨난다면 그 상처를 어떻게 하겠단 말인가?
어떤 직원이 정말 문제가 있다면 그러한 여론이 있다는 사실을 전달만 해 주어도 우리의 공직문화는 충분히 개선될 것이고, 개인적인 감정의 골을 파는 방법으로 노조활동을 해 오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에 와서는 “그 때 참 잘했다.” 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게 되는 것이라 생각된다.
잘못된 투쟁은 평생에 회복할 수 없는 상처만 남길 뿐, 그 어떤 유익도 얻지 못한다는 사실을 깊이 인식했으면 좋겠고 이제는 제발 “투쟁을 위한 투쟁은 그만하자.” 고 외치고 싶다.
노조는 누가 뭐라 해도 조합원을 제일로 여기는 조합원 우선주의가 되어야 하고, 조합원이 가자고 하는 방향으로 노조를 운영해야 한다. 조합원은 노조탄압이라 생각하지 않고 삭발투쟁을 원하지도 않는데, 노조간부들만 노동탄압이라고 주장한다면 어떻게 조합원들이 응원하고 지지해 줄 수 있겠는가?
법에도 없는 노조전임까지 묵인해 주고 있는 이 마당에 복수노조가 설립됐다는 이유로 노조탄압을 주장하며 노노갈등을 부추기다가 노조전임마저 빼앗긴다면, 향후에는 무슨 방법으로 조합원의 권익향상을 위한 노조활동을 해 나갈 수 있을지 심각하게 우려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