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립미술관 최효준 관장
[뉴스프리존=심종대 기자]“오늘날 세계 민주주의와 자본주의는 모두 심각한 위기에 직면해 있다. 이런 시기에 미술관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생각해 봤다. 2017년 서울시립미술관은 ‘우리 삶을 바꾸는 미술관’ ‘마음을 가진(Mindful) 미술관’이라는 양 날개의 비전을 지향하고자 한다.”
서울시립미술관은 20일 서소문본관 지하1층 세마홀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최효준 신임관장은 “'마음을 가진'(Mindful) 미술관은 '배려하는 마음'으로 통하는 불교적 개념으로, 오늘날 새로운 미술관 개념의 형용어로 많이 쓰이고 있다”면서, “이 같은 비전 실현을 위해 △편하고 즐겁고 친절한 미술관 △소통과 참여로 함께 하는 미술관 △미술 생태계에 활력을 더해주는 미술관 등을 목표로 잡았다”고 밝혔다.
현재 서울시립미술관은 서소문 본관을 비롯해 북서울미술관, 남서울미술관 등 2개의 분관 이 외에도 공간별 특성화를 통해 다양한 관람객의 다양한 취미에 부합하는 미술관 실현을 위해, 지난해 8월 서울 은평구 녹번동에 ‘세마(SeMA) 창고’가 문을 열었다.
이어 오는 3월10일 종로구 창신동 ‘백남준미술관’이 개관을 앞두고 있고, 5월 영등포구 여의도동에 ‘세마 벙커’, 9월 금천구 독산동에 ‘세마 미술교실’이 개관될 예정이다.
서울시립미술관 전경
최 관장은 “외연 확장과 함께 어떤 미술관이 될 것인지 ‘뮤지엄 아이텐티티’(MI)를 새롭게 구축해 여러 지역 거점의 특성화를 도모하면서 개념적으로는 통합을 이루는 작업을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한 세부 방안은 △지역 거점 특성화와 개념적 통합 △외연확장에 따른 정체성 재확립 △자생성과 창의성을 극대화시키는 거버넌스의 실현 △현실적 사회적 의제의 콘텐츠화 △자체 기획 역량 강화 △예술감성 교육 프로그램 강화 등을 제시했다.
최 관장은 “자생성과 창의성을 극대화시키는 거버넌스의 실현은 민간의 확대라고 생각한다”면서, "앞으로는 민간과 긴밀한 협치를 실현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최 관장은 이날 2017년 주요 전시도 소개했다.
먼저, 한국 예술의 유연한 확장을 위한 세대별 소통과 참신한 의제 발굴을 통한 작가 재조명이다. 이를 위해 서소문 본관의 올해 첫 기획전으로, <날개, 파티>라는 타이틀로 한국의 대표적 시각 디자이너이자 아방가디스트인 안상수를 재조명한다. 이번 전시는 개인 작업 뿐 아니라, 그가 설립한 파주타이포그라피의 학생들이 함께 참여해 그의 대안적 교육철학과 삶의 가치를 추구하는 디자인의 본질을 성찰하기 위해 기획됐다.
박기영 학예운영부장
또 북서울미술관에서는 오는 7월부터 타이틀매치 <김차섭&전소정>전은 1970년대 도미해 정체성에 대한 끊임없는 탐구를 선보인 김차섭과 해외 거주 경험을 바탕으로 이주와 경계에 대한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전소정 작가가 ‘정체성’과 ‘근원’에 대한 서로의 예술 언어를 대조하고 비교 할 수 있는 예술적 대화의 장을 펼친다.
둘째로, 급변하는 해외미술의 동향 파악과 활발한 교류추진을 통한 동시대 미술의 현재적 점검을 실시한다. 다양한 지역과 이슈를 아우르면서 동시대 해외 미술을 소개해온 서소문 본관에서는 올해 국내외 기관과의 공동 또는 자체 기획을 통해 3개의 국제전을 기획했다.
올해 5월 30일 개막하는 까르티에 현대미술재단 컬렉션 전시는 이불, 사라 제, 차이 구어치앙, 론 뮤엘 등의 세계적인 작가뿐만 아니라, 영화, 음악, 만화 등 다양한 분야의 크리에이터와 석학들의 협업으로 경제, 생태, 이주 등 다양한 사회적 이슈를 시각예술 언어로 다룬 커미션 작품을 선보인다.
또한 9월에는 한영 상호 교류의 해를 맞아 영국 3대 공동 컬렉션 중 하나인 영국문화원의 대표적인 소장품을 소개한다. 사회 시스템에 대한 코멘트를 담은 작품을 중심으로 구성해, 신랄한 비판정신과 통렬한 유머를 공존하는 영국 동시대 미술의 진수를 보여주면서, 국가와 예술의 역할과 상호 관계를 되돌아본다.
이어 12월에는 라틴 아메리카 주요 국가를 중심으로 지역 미술의 가치를 글로벌 문맥에서 재탐색한다.
셋째로, 시대의 거울인 대중문화와 사진매체를 통해 근현대 역사적 서사를 담은 주제를 살펴본다. 북서울미술관의 <아시아 디바>는 김추자, 김시스터즈, 미소라 히바리 등 대중문화의 르네상스였던 70년대를 풍미했던 아시아 디바의 노래를 통해 20세기 대중음악이 도출한 아시아 여성의 의미와 함께 전쟁, 분단, 이념대립, 미군문화로 대변되는 남중중심의 아시아 근현대사의 맥락을 재점검하는 계기를 마련한다.
기혜경 학예운영부장
사진을 통해 예술의 저변확대에 기여해 온 서울사진축제를 올해부터는 서울시로부터 이관 받아 서울시립현대미술관이 직접 주최한다. 올해는 <국가, 성찰의 공동체>를 주제로 국민국가의 탄생이후 변화되어가는 국가의 의미 속에서 개인과 공동체의 다양한 가치가 어떻게 정립되고 조율될 수 있는지 고찰할 수 있다.
넷째로, 건축의 생태와 도시 인프라 연구를 통해 대도시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진단한다. <SeMA아카이브:건축>전은 2018년 개관 30주년을 앞두고 열리는 분야별 아카이브 전시 시리즈로, 일제강점기의 상징적 장소인 舊대법원이자 근현대역사문화재인 서소문 본관 건축의 과거와 현재를 보여주고, <자율진화도시>는 9월 3일 본관에서 개막하는 서울세계건축가대회를 기념하는 국제 건축 공모 전시로 인공지능과 건축이 접목된 미래 도시에 대한 상상을 펼친다.
또한 북서울미술관이 상계동 신시가지 개발 30주년을 맞아 기획한 <뉴타운 판타지>는 80년대 이후 무분별하게 진행된 재개발 문화의 실체를 각성하고, 대형마트와 쇼핑물로 대변되는 뉴타운의 독특한 문화재 양태를 학제간 공동연구를 통해, 아파트를 기반으로 형성된 공동체의 새로운 주거생태계 조성을 위한 대안적 모델을 제시한다.
다섯째, 기술과 디바이스 발달에 따른 현대사회의 시스템 변화와 그로 인한 문화현상을 조망한다. 오타쿠에서 메타-덕후까지 한 분야에 깊이 파고들고 좋아하는 것을 드러내는 젊은이들의 행동양식을 ‘덕질‘을 통해 드러내면서 새로운 사회문화적 형상을 살피는 <덕후 프로젝트>를 마련했다.
또 관객 참여형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마련된 <메이커 무브먼트>는 4차 산업혁명의 물결 속 메이커 운동이 드러내는 다양한 동시대적 이슈를 미술의 관점에서 재해석하고 조형화한 작품들을 통해 사용자 맞춤시대의 사회문화적 현상을 살필 수 있다.
글/심종대 기자, 사진/오종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