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흥수 차장
처음부터 예견되었던 일일까? 별로 느낌이 오지 않았다. 탈락이라는 사실이 요즘처럼 어렵고 힘든 어지러운 시국에 야구가 국민들에게 희망찬 시원한 청량제 역할을 해주길 바랬지만 결국엔...‘역대 최약체 대표팀’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 전혀 새롭지 않았다.
다만, 정신력까지도 최약체였다는 거. 국가대표라는 상징성과 네임밸류는 이제 고액 연봉을 받는 프로 선수들에겐 한낱 빚 좋은 개살구에 불과한 이름이었다. 믿었던 정신력도 실력과 컨디션도 모두 ‘바닥권’으로 추락하고, 변방의 야구 아웃사이더들에게 충격의 패배를 당하고 말았다. 지난해 대표팀을 구성할 때부터 잡음도 많았고, 최적의 조합을 찾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였고, 처음에는 마운드가 걱정이라고 했지만 연습 경기를 계속 치르면서 타선도 심각한 수준이라는 걸 현실에서 깨닫게 되었다.
이번 WBC대회를 보면서 문제점투성이인 한국 야구의 민낯이 현주소가 그대로 만천하에 드러나 부끄러웠다. 그 중에 대표적인 것이 타자들의 ‘버블론’이다. 최근 프로야구는 타고투저라는 현상에 타자들이 매우 강세를 보여주고 있다. 국가대표 대부분이 3할 타자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서는 물방망이 거품 소리를 들으며 우물 안 개구리였다는 ‘우리만의 리그였다’는 탄식과 자성의 소리가 흘러 나왔다. 대표간판타자인 김태균, 이대호, 최형우는 기대 이하의 타격을 보여 주었고 팬들은 실망을 넘어 분노하게 만들었다.
이제 전부 바꿔야 한다. 전반적인 야구 시스템과 정책 방향을 유연성 있고 융통성 있게 변화, 보완, 개선해 나가야 한다. 항상 대회에 임박해서 급하게 구성하는 대표 감독부터 전임 감독제를 시행해야 한다. 전권을 가지고 소신과 열정으로 정말로 능력 있고 뛰어난 선수들을 구성해 장기적인 안목과 계획으로 앞으로의 대회를 준비할 수 있는 마스터플랜이 필요하겠고, 선수들에게도 KBO리그를 통해 실력과 정신력을 한층 더 업그레이드할 수 있게 경기의 내적, 질적 활성화를 계속 도모 향상시켜야겠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 대회가 한국 안방에서 처음 열렸고 흥행적인 면에서도 성공적인 마무리를 이루었다. 하지만, 한국 대표팀이 1라운드 탈락이라는 충격적인 성적이 ‘성공적인 개최’에 재를 뿌리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안방에서 열린 WBC 대회는 악몽과 좌절의 지워지지 않는 상처를 남겼고, 여기서 우리는 야구 인프라가 아무리 잘 갖춰져 있다 하더라도 진정한 실력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한국 야구의 발전은 요원하고 기대하기 어렵고 논하기도 힘들다는 것을 생생히 보여 주었다.
이제 다시 시작이다. 올해 우리 야구계 전체가 위기 의식을 갖고 새 출발을 다짐하며 WBC 대회를 교훈삼아 ‘日新又日新(일신우일신)’의 정신 자세로 전력 투구하는 정유년 한해로 새롭게 만들어 나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