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과핵 속극장에서 극단 프랑코포니의 레오노르 콩피노(Léonore Confino) 작, 임혜경 번역 드라마투르기, 까띠 라뺑 연출의 <벨기에 물고기(Le poisson belge)>를 관극했다.
<벨기에 물고기(Le poisson belge)>는 프랑스 극작가이자 배우인 레오노르 콩피노(Léonore Confino)의 2015년 발표공연작이다. 이 작품으로 작가 레오노르 콩피노는 같은 해 몰리에르 상 작가 부분에 노미네이트되었고, 출연 배우 제랄딘느 마르티노는 여배우 연기상을 받았다. <빌딩> <반지> 등의 희곡을 발표 공연했다.
번역과 드라마투르기를 한 임혜경 숙명여대 프랑스 언어문화학과 교수는 신임 한국불어불문학회 제50대 회장이다. 임 교수는 숙명여대를 졸업하고 프랑스 몽펠리에III대학교에서 불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지난 1985년부터 숙명여대 프랑스 언어문화학과 교수로 재직해왔으며, 2012~2014년 문과대학 학장을 역임했다. 2009년부터 현재까지 '극단 프랑코 포니' 대표를 맡고 있다. 1991년 대한민국문학상 번역 문학상 신인상, 2003년 한국문학 번역 원 번역 상, 2014년 서울연극인대상 번역상 등을 수상했다.
<벨기에 물고기> <두 한국의 통일> <이 아이> <당지 세상의 끝> <난 집에 있었지 그리고 비가 오기를 기다렸지> <동물없는 연극> <유리알 눈> <고아뮤즈들> 그 외 한국문학 불역출판을 했다.
연출가, 까띠 라뺑(Cathy Rapin)은 파리 7대학에서 최인훈 희곡 연구로 박사학위 취득한 독특한 이력이다. 까띠 라뺑은 프랑스에 한국 연극을 가장 많이 소개한 번역자로 2003년 한국문학 번역원 번역상을 임혜경 교수와 공동 수상하기도 했다. 2014년에는 시인이자, 연출가, 번역가인 한국 외국어대학교 불문과 교수인 까티 라뺑(Cathy Rapin)이 느끼는 감정을 독백하듯 풀어낸 <맨살의 시(MISES A NU COREENNES)>가 출간돼 화제가 되기도 했다.
연극은 도입에 어느 겨울날, 벨기에 브뤼셀에 있는 익셀르 호수 앞 공원에서 중년여성과 소녀가 공원 벤치에서 만난다. 큼지막한 진주 귀걸이, 바둑무늬 목도리를 한 중년여성이 벤치에 앉아 먹는 초코바를 바라보며 배가 고프다고 구걸하는 소녀의 모습이 애처롭다. “엄마 아빠가 죽었어?”하며 애를 쫓아내려는 중년여성의 남성음성에서 비로소 중년여성이 아닌 남성임이 관객에게 알려진다. 남성은 자기가 먹다 버린 초코바 껍질을 핥아 먹는 소녀에게 뭔가 먹이려 자신의 아파트로 데려간다.
아파트는 거실 벽이 커다란 창문처럼 되어있고, 벽에는 여러 개의 사진틀이 걸려있다. 옷걸이는 기울어 있고, 거실엔 노트북 한 대, 창문 뒤쪽으로 제법 커다란 욕실이 있다는 설정이다. 소녀는 오랫동안 목욕을 하지 못했다며 목욕을 하겠다고 조른다. 소녀가 목욕을 하러 들어간 사이에 중년남성은 소녀의 가방을 열어 집 주소와 이름 그리고 전화를 찾아내고, 곧바로 전화를 건다. 그러나 받는 사람이 없다.
소녀는 물고기처럼 물을 좋아해 욕탕 밖으로 나올 생각을 아니 한다. 중년남성은 소녀를 부르다가 욕실 안으로 들어간다. 소녀가 욕탕에 머리를 묻고 잠들어 있는 것을 발견하고는 남성은 놀라서 깨워 데리고 나온다. 소녀는 물속에서 문어와 놀았다며 즐거워한다. 중년남성은 소녀의 배에 있는 깊은 상처를 발견하고 놀란다. 소녀는 상처가 아니라 물고기의 아가미라며 변명을 한다. 중년남성은 이가 튼튼하지 못해 의치를 하고 있다는 것도 소개가 된다.
남성이 외출하고 귀가하면서 신문을 가지고 들어온다. 신문에는 소녀의 부모가 사고로 죽었다는 기사가 실려 있다. 그걸 벌써 알고 있는지 소녀의 표정에는 변화가 없다. 중년남성과 소녀의 생활이 시작된다. 주말까지만. 중년남성은 단 이틀만 소녀가 자기 아파트에 머물도록 허락한다. 이 며칠이 자신의 삶에 크나큰 변화를 가져오리라곤 상상하지 못한 채. 소녀의 부모가 지난 금요일 차 사고로 숨졌으며, 사람들이 사라진 소녀를 찾고 있다는 소식을 알게 되고, 그 이야길 듣고도 소녀는 별다른 동요도 없고, 친척들에게로 가지 않겠다고 버티기까지 한다. 모든 일이 중년남성으로서는 기대하지 않았던 일들이 벌어진다. 이제 중년남성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게 된다. 세상 사람들이 소녀를 잊을 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중년남성과 소녀의 동거는 우연이 필연으로 되듯 시작된다. 그리고 거기에 <벨기에 물고기> 한 마리가 곁들여진다.
<벨기에 물고기>라는 제목은 중년남성이 소녀에게 권유한 일본식 장례의식에서 비롯된다. 이 의식은 눈물을 모은 어항에 물고기 한 마리를 넣어두고, 7일 후 튀겨 먹는 것으로, 부모를 잃은 어린 아이들이 하는 특별한 장례 절차를 실현하려 한다. 하지만 아무리 때리고 놀라게 하여도 물고기는 기절하지 않는다. 둘은 팔딱팔딱 뛰면서 생을 포기하지 않는 물고기를 살려두기로 한다.
죽지 않는 물고기처럼, 누구에게나 지울 수 없는 그 무엇인가가 있다. 그러나 때때로 그 무언가를 평생 감추고 간직하다가 필연적인 상대를 만나면 살포시 드러내 보이며 고백을 하듯이 두 사람의 고백이 동화처럼 엮어진다. 대단원에서 중년남성과 소녀는 서로의 아픔과 지울 수 없는 슬픔을 서로 감싸주며 서로를 따뜻하게 포옹을 하는 장면에서 <벨기에 물고기>처럼 영원히 살아남게 된다.
전중용이 중년남성으로 출연해 여성보다 더 여성답고 품격 높은 연기로 명연을 펼친다. 성여진이 소녀로 출연해 관객을 동화의 나라로 이끌어 가고 동심의 세계로 안내한다. 2인의 연기력의 조화와 기량이 관객을 도입부터 극에 몰입시키는 역할을 하고 대단원에서 우레와 같은 갈채를 이끌어 낸다.
무대디자인 심채선, 조명디자인 김철희, 영상디자인 이지안, 애니메이션 서평원, 의상디자인 박소영, 분장디자인 장경숙. 작곡 최다율, 포스터 그래픽디자인 박재현, 연습자닌 웹마스터 김보경, 인쇄 세종인쇄, 영상기록 신정철, 영상오퍼 김형용, 조명오퍼 이도경, 음향오퍼 박제아, 자막오퍼 장은솜, 조연출 김형용 등 제작진과 기술긴의 열정과 노력 그리고 기량이 하나가 되어, 극단 프랑코포니의 레오노르 콩피노(Léonore Confino) 작, 임혜경 번역 드라마투르기, 까띠 라뺑 연출의 <벨기에 물고기(Le poisson belge)>를 작가와 연출가의 창의력이 제대로 드러난 우수 걸작 연극으로 만들어 냈다./박정기 문화공연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