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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미중정상회담과 중미관계..
오피니언

[칼럼]미중정상회담과 중미관계

심종대 기자 입력 2017/04/01 13:51
-한반도 긴장완화가 미중협력의 가능성과 한국의 외교적 공간을 넓힌다.

이남주(성공회대 중어중국학과)


# 예상보다 빠른 시진핑-트럼프 정상회담


4월초 중국 국가주석 시진핑(習近平)이 미국을 방문해 트럼프(Donald J. Trump)와 첫 번째 정상회담을 갖는다. 생각보다 빠른 진전이다. 트럼프는 선거운동 기간에 중국에게 45%에 달하는 관세를 부과하겠다거나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해야 한다는 등 중국을 긴장시키는 발언을 했다.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에는 ‘하나의 중국’이라는 미중관계의 가장 중요한 기초마저 흔드는 인상을 주었다. 트럼프 행정부가 시작한 일은 아니지만 한국에서 사드배치 속도가 빨라지는 것도 중국에게 좋은 신호는 아니었다. 이런 상황에서는 미중정상회담이 일정에 오르기 어려웠다.


그런데 트럼프가 취임 후 한달여 만인 2월 10일 시진핑 국가주석과 통화한 것을 계기로 미중관계는 관리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이 통화에서 트럼프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2월 17일 독일에서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이 틸러슨(Rex Tillerson) 미국 국무장관과 회담하고 27일에는 양제츠(楊潔) 중국 국무위원이 미국을 방문하는 등 고위급 접촉이 활발하게 진행되었다. 그리고 3월 13일 백악관은 4월초 미중정상회담을 추진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미국에서 새로운 대통령이 선출된 이후 가장 빠르게 미중정상회담이 진행되는 셈이다. 3월 18~19일에 이루어

진 틸러슨의 방중으로 미중정상회담은 본격적인 준비단계로 접어들었다. 이 정상회담이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으로 새로운 시련에 직면한 것처럼 보였던 미중관계를 안정화시키는 계기가 될지, 아니면 이견을 더 키우며 국제정세의 불확실성을 증가시키게 될지에 많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 신형대국관계(新型大國關係)의 복귀?


틸러슨의 이번 중국 방문은 미중정상회담 전망을 밝게 만들었다. 무엇보다 “미국과 중국은 무갈등, 무대립, 상호존중과 윈윈합작하는 협력관계를 가져왔습니다”라고 발언한 것이 관심을 끌었다. 이는 중국이 소위 “신형대국관계”를 주장하며 내놓은 원칙들이기 때문이다.


2010년 5월 중국 국무위원 다이빙궈(戴秉)는 제2차 중미전략경제대화 중 미국에 “상호존중, 조화공존, 윈윈합작의 신형대중관계를 개척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시진핑은 2012년 2월 국가부주석 자격으로 미국을 방문했을 때 미중의 협력동반자관계를 신형대국관계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2012년 5월에는 당시 국가주석이었던 후진타오(胡錦濤)가 미중전략경제대화 개막식에서 “신형대국관계(新型大國關係)”를 미중관계의 발전방향으로 제시했다. 2013년 6월 시진핑이 국가주석 자격으로 미국을 방문해 오바마와 회담할 때도 미중이 신형대국관계를 발전시킬 필요성을 적극적으로 설명했다. 오바마 행정부는 신형대국관계와 관련한 중국의 주장을 존중하지만 이를 적극적으로 수용하지는 않았다 그리고 시간이 갈수록 이에 대한 미국의 태도는 점차 부정적으로 바뀌었다.


미국은 무엇보다 “상호존중”이라는 원칙에 의구심을 표명해왔다. 미국으로서는 중국의 어떤 이익을 존중해야 하고 또 중국은 미국의 어떤 이익을 존중할 것인가에 대한 명확한 정의와 합의가 없는 상황에서 중국의 신형대국관계론을 받아들이는 것은 중국이 파놓은 함정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았다. 특히 중국이 동아시아에서 자신의 이익에 대한 존중을 요구하며 미국의 영향력을 제약할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컸다.


미국의 우려는 2009년 7월 다이빙궈 당시 중국 국무위원이 미중전략대화에서 “핵심이익(核心利益, core interest)”이라는 개념을 제시한 것과 관련이 있다. 다이빙궈는 국가간 관계에서 핵심이익을 존중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중국의 핵심이익을 (사회주의)기본제도와 국가안전 보호,국가주권과 영토의 완정성과 안전, 경제사회의 지속적 발전 등 세 가지로 제시했다.


이후 핵심이익은 중국 대외정책에서 매우 중요한 지위를 얻는다. 시진핑은 중국공산당 총서기직로 선출된 직후인 2013년 1월 30일 “화평발전의 길을 견지한다. 단, 절대로 국가의 핵심이익을 희생시키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2016년 7월 1일에는 “중국은 다른 국가의 권익을 넘보지 않으며 다른 국가의 발전을 질시하지도 않는다. 그리고 우리의 정당한 이익은 결코 방기하지 않을 것이다. 중국인민은 사(邪)한 것을 믿지도 않고 두려워하지도 않는다. 분란을 만들지 않지만 두려워하지 않는다. 어떤 국가도 중국이 자신의 핵심이익을 거래할 것이라고 바라서는 안 되며, 우리가 주권.안전.발전이익에 해가 되는 결과를 감내할 것이라고 기대해서도 안 된다”며 다른 국가들이 중국의 핵심이익을 존중할 것을 강하게 요구했다.


문제는 중국이 주장하는 핵심이익의 외연이 불분명하다는 데 있다. 애초 핵심이익이라는 개념은 타이완 문제를 중심으로 만들어지고 발전되었다. 이는 중국의 전통적 입장에서 큰 변화가 아니다. 현재 이와 관련해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문제는 남중국해 가 중국의 핵심이익에 속하는가 아닌가라는 문제이다. 중국정부는 아직 이를 핵심이익으로 규정하지는 않고 있다. 그렇지만 중국 학자들이 남중국해가 핵심이익에 속한다고 주장한 예가 있으며, 최근 중국의 이 지역에 대한 강한 영유권 주장은 중국이 이를 사실상 핵심이익으로 간주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추측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가득이나 중국의 부상에 대한 우려가 큰 상황에서 중국이 자신의 영향력을 확대하는 데 이용될 수 있는 개념을 수용하는 것에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틸러슨이 마치 신형대국관계의 원칙을 수용하는 인상을 주는 발언을 했으니 주목을 받지 않을 수 없다. 중국 내의 반응은 환영일색이었지만, 미국 내에서는 당연히 비판이 쏟아졌다. 그러나 이 발언만으로 미중관계의 미래를 낙관하기는 어렵다. 미중 전략적 대립 또는 콘도미니움(condominium) 가장 큰 이유는 이미 중국과 미국이 합의점을 찾기 힘든 갈등사안들이 전면에 부상해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MD 전략, 남중국해 갈등이 대표적이다. 이 사안들은 국지적 갈등 사안이 아니라 미중 세력경쟁에 큰 영향을 미치는 사안들이다.


주지하다시피 이 경쟁은 2011년 미국의 재균형(rebalicing)전략을 추진하면서 가속화되었다. 미국은 동아시아에서 군사적 우위를 공고히 하고자 했고, 중국의 부상에 부담을 느끼던 동아시아 국가들은 이에 편승해 중국과의 관계에서 힘의 비대칭성이 초래하는 문제를 완화시키고자 했다.


일본은 물론이고 베트남, 필리핀, 그리고 이명박정부 시기 한국도 그 대열에 합류했다. 센카쿠 열도(댜오위다오) 및 남중국해 난샤군도와 관련된 분쟁의 강도가 높아진 것에는 이러한 요인들이 중요하게 작용했다. 미국은 동아시아 역내 국가들 사이의 갈등을 이용해 이 지역에 대한 군사적 영향력을 증가시키고 있다. 이에 중국도 적극적으로 반응하면서 동아시아에서 미중 군사적 갈등은 계속 증가추세에 있다. 동아시아의 새로운 질서, 특히 중국의 부상을 반영한 지역질서에 대한 합의가 만들어지지 않은 한 해결되기 어려운 문제들이다.


북핵 문제와 관련한 미중 갈등도 더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이 미국을 직접 위협하는 수준으로 진전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중국이 더 적극적으로 대북제재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증가할 것이고, 중국은 북핵 문제의 해결을 위해 미국이 나서야 한다는 원칙적 입장을 강조할 것이기 때문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에 무역갈등을 미중관계의 현안으로 부각시키고 있다. 트럼프는 백인 노동계급의 지지가 자신의 당선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기 때문에 제조업 일자리를 증가시키기 위해 노력한다는 것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이 때 중국은 멕시코에 이은 가장 중요한 공략대상이다.

그렇다면 이번 미중정상회담이 이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를 찾거나 적어도 현상유지를 할 수 있는 길이라도 열 수 있을 것인가? 최근 중국과 미국은 일단 미중관계가 파국으로 치닫는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상황을 관리할 필요성이 있다는 점에 의견을 모아가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트럼프의 자극적인 발언과 행동에 감정적 반응을 자제해왔다. 서두에 언급한 것처럼 트럼프도 중국과의 전면적인 대립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현실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중국은 당연히 이러한 변화를 환영하고 있으며 이 추세를 지속시키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3월 22일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필리핀과 영유권 다툼을 하고 있는 스카보로 암초에 관측시설을 설치할 것이라는 사실을 부인한 것도 이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해석되고 있다.


따라서 4월 초에 개최될 미중정상회담에서는 갈등을 더 키우기보다는 큰 틀에서 협력의 필요성을 확인하는 방향으로 논의를 진행할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이러한 방향으로 움직인다면 중국은 무역과 상업적 영역에서 일정한 선물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트럼프 행정부의 체면을 살려줄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고 이것이 미중협력시대를 여는 것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미국 내에서도 미중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없지 않다. 최근 트럼프의 입장변화에도 이들의 목소리가 반영되었다. 그러나 키신저는 “중국과 미국은 더 이상 공동의 적을 갖고 있지 않으며, 또 세계질서에 대한 합의된 구상을 발전시키지도 못했다. ---미국과 중국은 모두 서로를 필요로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상대방이 지배하기에는 너무 크고 변형시키기에도 너무 특별하고 고립시키기에는 각자에게 너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것을 넘어 어떤 공동의 목표를 가지고 있는가? ”라며 미중협력의 이러한 상황은 앞으로도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 미중 사이의 갈등사안들이 증가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것이 미중 사이의 전면적 대립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며, 또한 아무리 고위급들간 접촉에서 미중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하더라도 미중 콘도미니엄과 같이 공동으로 세계를 관리해가는 협력체제가 만들어지기도 어렵다.

# 한반도의 선택


21세기 들어 중국이 빠르게 부상하면서 한국에서도 어느 한편과의 동맹에 올인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으며 미중 모두와 우호적 관계를 발전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진보는 물론이고 보수 진영 내에서도 꾸준히 증가해왔다. 그러나 최근 미중 갈등이 고조되는 추세 속에서 한국은 결국 미국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는 식의 생각들이 다시 증가하고 있다. 그렇지만 이러한 판단은 미중관계를 너무 단순하게 보는 것이다. 미중 모두 한반도 문제로 양자관계가 파국에 이르는 사태를 원하지 않는다.


미국과 중국 모두 한반도에서 동맹의 연루라는 함정, 즉 자신이 원하지 않는 분쟁에 개입되는 상황에 빠지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또 미국이 한국을 고려해 중국과의 관계에서 중요한 이익을 희생하지는 않을 것이다. 당장 미국이 자신이 주도한 사드배치에 대한 중국의 반발을 누르기 위해서 어떤 적극적인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기대해서도 안 된다. 사드배치와 관련해서는 미중이 이견을 확인하는 것 이외에 어떤 진전된 합의가 만들어질 가능성은 낮다. 공은 결국 중국과 한국 사이에서 움직일 수밖에 없다.


더 중요한 문제는 북핵문제이다. 북한이 핵폭탄의 경량화와 대륙간탄도미사일 등의 운송수단 개발에 빠른 진척을 보이며 수년 내에 핵무기로 미국을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출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럴 경우에는 핵무기는 한반도나 주변 지역의 문제가 아니라 미국의 문제가 되고 미국 국내의 이 문제에 대한 반응도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달라질 것이다. 이 경우에도 군사적 공격인가 아니면 협상인가라는 미국의 선택에 한국의 이익을 중요하게 고려되지는 않을 것이다.


현재 한국의 사드배치 결정이 갖는 가장 큰 문제는 얻을 수 있는 이익도 분명하지 않은 상태에서 스스로 고래싸움에 뛰어든 새우 격이 되었다는 데 있다. 우리로서는 한반도가 미중경쟁의 무대가 되지 않도록 상황을 관리할 때 중국과 미국 모두와 안정적 관계를 발전시킬 수 있는 기회가 증가한다. 최근 한국정부는 그와 반대로 한반도에서 미중의 이익이 충돌할 가능성을 높여왔다. 이 경로는 한국에게 불가피했던 것인가? 새로운 한반도와 동아시아 질서의 구축에 대한 모색은 이에 대한 물음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한 가지 사실은 명확하다. 한반도에서 긴장완화가 이 지역에서 미중협력의 가능성을 높이고, 한국의 외교적 공간을 넓히고, 나아가 새로운 발전의 동력을 창출할 수 있다는 점이다. 미중관계에서 경쟁적이고 갈등적 측면이 우리의 운명을 좌우하도록 해서는 안 된다./출처=출처=(사)코리아컨센서스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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