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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리스모 오페라 두 걸작의 새로운 만남 ‘팔리아치&외투’..
문화

베리스모 오페라 두 걸작의 새로운 만남 ‘팔리아치&외투’

심종대 기자 입력 2017/04/06 12:18
국립오페라단, 伊 베리스모 오페라의 배신과 치정


사진/오종준 기자

[뉴스프리존=심종대 기자]국립오페라단은 19세기 이탈리아 베리스모 오페라(verismo opera.사실주의 오페라)의 걸작으로 꼽히는 팔리아치(Pagliacci)와 외투(Il Tabarro)가 오는 6일부터 9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한다.


본 공연에 앞서, 지난 4일 미디어를 대상으로 진행한 프레스콜에서 만난 ‘팔리아치’는 화려한 삶 이면의 외향적 슬픔과 잔인함을 이야기하지만, ‘외투’는 밑바닥 인생의 내적 슬픔을 다룬 작품으로 ‘같지만 전혀 다른 두 오페라가 베리스모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었다.


치정과 살인이라는 이야기를 주요 내용으로 한 루제로 레온카발로와 자코모 푸치니의 드라마틱한 음악이 극을 이끄는 가운데, 임세경과 칼 태너 등 정상급 성악가들의 기량이 오페라를 만날 수 있다.


사진/오종준 기자

팔리아치는 19세기 후반, 이탈리아 칼라브리아 지방의 몬탈토를 배경으로 한여름 성모승천대축일에 일어나는 치정살인극을 액자극 형태로 보여준다. 1막은 유랑극단의 공연을 예고하는 단장 카니오(테너)의 인사로 시작되고, 단장의 젊은 아내 넷다(소프라노)에게 추근거리다가 매몰찬 거절을 당한 곱추 토니오(바리톤)는 복수를 결심한다.


넷다에 반한 마을 청년실비오가 넷다와 밀회하는 장면을 본 토니오는 단장을 데려와 현장을 덮치려 하지만 실비오는 도망친다. 분노와 절망에 가득 찬 카니오는 유명한 아리아 ‘의상을 입어라’를 부른다. 겉으로는 웃고 있어도 가슴 속에는 갖가지 복잡한 사연과 서글픔을 지닌 채 살아가는 현대인의 마음을 대변하고 있다.


2막에서 유랑극단의 배우들은 이탈리아의 정통희극 코메디아 델아르테 형식으로 ‘집에 온 남편’이라는 연극을 공연한다. 분노와 질투로 이성을 잃은 상태인 카니오는 아내 넷다를 상대로 무대 위에숴 연기를 하고 있다가, 극 속에서 현실과 똑같은 배신의 상황이 벌어지자 현실과 극을 혼동해 격렬한 분노를 폭발시키다 결국 그의 아내 넷다와 그녀를 사랑한 실비오를 무대 위에서 칼로 찔러 죽이면서 공연은 끝난다.

 
푸치니의 오페라 가운데 가장 베리스모적인 작품 ‘외투’는 1910년 디디아 골드의 원작 희곡 ‘라우플랑드’(흔히 ‘망토’라고 부르는 가운 형태의 외투)를 토대로 주세페아다미가 대본을 썼다.


사진/오종준 기자

센강을 오가는 바지선 선장 미켈레의 젊은 아내 조르젯타는 바지선 위의 영원한 떠돌이 생활이 괴롭고 지겹다. 선장과의 사이에 태어난 아들이 일찍 세싱을 떠난 이후 마음의 상처로 부부 사이도 소원해졌다. 파리 교외에서 태어난 조르젯타는 그곳의 삶을 그리워하고, 같은 고향 출신인 하역인부 루이지와 마음이 통해 깊은 관계를 맺는다. 두 사람은 함께 도망치려 했지만 선장 미켈라는 아내가 정을 통한 남자가 바로 루이지라는 사실을 알고 그를 목졸라 죽인다. 평범한 행복을 꿈꾸지만 결코 그 행복에 도달할 수 없는 주인공들의 비극이다.


특히 골드의 원작에서는 루이지가 양심의 가책 때문에 미켈레의 배를 떠나려고 하지만, 푸치니는 이를 루이지의 질투심 때문으로 바꾸어놓았다.


‘팔리이치’이 음악이 전반적으로 밝고 활기로 가득한 데 비해 ‘외투’의 음악은 족쇄를 찬 발을 힘차게 끌면서 걷듯 시종 무겁고 어둡다. 줄거리와 직접적 연관이 없어 보이는 작업인부들의 노래, 연인들의 속삭임, 거리 가수들의 노래 등이 등장인물의 심리와 상황을 우회적으로 표현했다.


두 개의 작품을 한 개의 공연으로 묶어 우리시대의 대도시에 존재하는 두 개의 상이한 사회계층을 보여주고 있다. 상대적으로 지위가 높은 ‘팔리아치’는 뮤지컬 ‘딩동’(극중극)이 공연되는 시내 극장에서 진행되고, 하위 계층은 ‘외투’를 중심으로 허름한 창고와 부부가 거주하는 형편없는 보트하우스가 있다.


사진/오종준 기자

두 작품을 연결시키기 위해 ‘외투’의 등장인물 몇 명이 ‘팔리치아’에 잠시 등장하고, ‘팔리치아’의 극중극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일부 또한 ‘외투’에 등장한다. 즉 가수 또는 배우들은 인물들의 더블을 연기한다. 시작으로 ‘팔리아치’의 프롤로그 도입부 중 첫 저녁 장면에 술주정뱅이 남편 탈파를 찾고 있는 프루골라가 등장한다. 프루골라는 극장입구에서 잠들어 있는 남편을 발견하게 되고, 이때 우리는 거리 모퉁이에서 은밀하게 만나고 있는 넷다와 실비오를 목격한다.


또한 ‘외투’의 장면의 시점은 1년 뒤 시점으로 구성했다. 조르젯타의 아들은 사망했다. 조르젯타는 극중극의 인물들인 콜롬비나, 아를 레키노, 타데오 등을 상상한다. 이는 그녀가 품은 환상과 살고 싶어하는 도시의 상상을 반영한다. 이를 통해 조르젯타는 도시외곽의 험난한 현실을 탈출하고자 한다.


두 작품의 공연을 통해, 현실과 허구 그리고 현실과 꿈 사이에서의 갈등을 증폭시키고 두 작품의 피날레에 나타나는 거친 폭력을 강조한다. 두 오페라에서 모두 환상이 머무를 수 있는 곳은 없다. 현실은 ‘팔리아치’의 시작에서 ‘외투’의 결말까지 길게 뻗어진 빨간 줄과도 같다. 이는 현시대에 상존하는 두 개의 모습을 반영한다. 도시의 불빛과 부자들의 빛나는 삶, 그리고 노동자들의 고통이 나란히 있다.


‘외투’는 넷다와 카니오, 그리고 콜롬비나와 아를 레키노의 비극적인 두 이야기로, 조르젯타와 미켈레의 비극은 관객으로 하여금 위안이 될 만한 해피앤딩을 기다리게 하는 극적 긴장감을 더해주지만, 이 두 이야기에 해피앤딩이란 없다. 관객은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에 대해 많은 점을 시사하는 두 비극의 목격자일 뿐이다.


심종대 기자, simjd1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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