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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흥수의 ‘스크린 속으로 5’]인간과 기계가 직접 결합..
문화

[이흥수의 ‘스크린 속으로 5’]인간과 기계가 직접 결합된 미래사회의 인간 정체성을 묻는다

이흥수 기자 입력 2017/04/14 23:36
-SF장르의 바이블 ‘공각기동대’를 실사 리메이크한 ‘공각기동대:고스트 인 더 쉘’



[뉴스프리존=이흥수 기자]1989년 시로 마사무네의 원작만화로 출간된 이후 1995년 오시이 마모루 감독의 극장판 애니메이션으로 재탄생, 전세계 관객들의 폭발적 호평을 모으며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킨 ‘공각기동대’가 2017년 할리우드에서 최초로 실사 영화화되어 새롭게 탄생했다. 뤽 베송 감독의 <제5원소>, 워쇼스키 자매 감독의 영화 <매트릭스> 등 SF 명작으로 손꼽히는 다양한 할리우드 작품에 영감을 준 것에 이어 소설, 게임 등으로 제작되며 약 3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전세계 관객들에게 회자되고 있는 ‘공각기동대’. 모든 팬들의 기대와 기다림 속 할리우드에서 첫 실사 영화화되는 <공각기동대:고스트 인 더 쉘>은 최고의 여배우 스칼렛 요한슨이 주연을 맡고 한층 강력한 액션과 감각적인 볼거리, 스케일이 더해져 강렬하게 돌아왔다.


인간과 로봇이 구분되지 않는 가까운 미래. 테러와 강력 범죄 사건을 전담하는 엘리트 특수부대 섹션9의 리더 메이저(스칼렛 요한슨)는 인간의 뇌와 인공지능 컴퓨터를 결합해 탄생된 특수요원이다. 첨단 사이보그 제조사 ‘한카 로보틱스’를 습격한 테러 조직 소탕에 나선 메이저는 사건에 가까이 다가갈수록 잃어버린 과거와 자신의 탄생에 대한 의문을 갖게 된다. 자신을 되찾기 위해 거대 조직과의 전투를 시작한다. 복잡한 전개와 철학적인 메시지를 담았던 애니메이션 ‘공각기동대’와는 달리 신작은 한층 단순해진 스토리로 대중화를 꾀했다. 캐릭터 위주의 간략한 구성이 오히려 강점이다. 한카 로보틱스가 테러 조직의 우두머리로 지목한 미스터리 인물 쿠제(미이클 피트)를 추적하면서 메이저가 자신의 모습을 찾아가는 과정에 집중한다.


영화는 끊임없이 인간의 정체성에 대해 묻는다. 인간이 영혼(뇌)과 컴퓨터를 연결해 만든 창조물을 과연 인간이라 부를수 있는 걸까, 로봇으로 규정하는 게 마땅하지 않을까, 누군가에 의해 기억을 잃거나 조작당한 과거를 바탕으로 살아왔다면 그는 현실 속의 삶을 산 것일까, 누구나 기억을 조작할수 있다면 현실과 허구의 경계는 과연 어디일까.

하지만 영화는 부담을 떠넘기지 않는다. 행여라도 주제가 무겁게 느껴질까봐 화려한 액션 볼거리로 눈과 귀를 마비시키며 마음마저 앗아간다. 동양과 서양, 그리고 과거 현재 미래가 공존하는 마천루를 배경으로 대규모 홀로그램 광고들이 빛을 토해내는 도심 풍광은 실로 장엄하기까지 하다. 그야말로 비주얼 ‘끝판왕’이다. 원작의 배경이 일본이다 보니 게이샤 사이보그 등 일본 냄새가 많이 나는 소재들이 자주 등장하고 홍콩의 야경이 떠오르는 빌딩들이 즐비하지만 국적을 알 수 없는 도시로 그려냈다. 고층빌딩 위에서 메이저가 뛰어내리는 장면과 전신을 투명하게 만드는 광학미체수트를 입은 채 벽을 뚫고 나오며 총격을 가하는 모습 등은 ‘공각기동대’의 트레이드마크인 만큼 원작을 충실히 따랐다.



<공각기동대>시리즈가 제기하는 주제는 겉으로 보기엔 미래 테크놀로지 같지만 궁극적으로 는 ‘인간’으로 모아진다. 영화가 제시하는 미래의 특징은 인간과 기계가 직접적인 관계를 맺는다는 것이다. 인간의 뇌와 컴퓨터를 직접 잇는 “전뇌화”가 일상화된다. 인간의 뇌 안에 든 정보가 컴퓨터에로 백업될 수 있고, 컴퓨터 안의 정보가 인간 뇌에 직접 입력된다.

메이저의 뒷목에 있는 접속단자는 이를 가장 잘 표현해낸 미래의 인간상이다.

이쯤에서 ‘정체성’ 문제가 제기되는 건 당연한 수순이다. 혼란을 겪는 리더 메이저의 곁을 항상 든든하게 지키는 바투(필로우 애스백)는 “존재하는 모든 정보는 현실인 동시에 환상”이라고 말한다. 이는 현실과 환상의 경계가 무너진 전뇌화가 이뤄진 미래에 나타날 인간의 모호한 존재감을 드러내고 나타내는 대목이다.

하지만, 영화는 기계문명의 폐해를 그린 디스토피아(distopia) 영화의 일반적 관습적 수순을 따르지 않는다. 오히려 인간과 테크놀로지의 관계를 일정 부분 낙관한다. 그리고 우리에게 미래 기계문명에 대한 긍정적 메시지도 전달한다.


이 영화는 ‘기술의 진보가 지속적으로 이뤄졌을 때 미래 우리의 삶이 이렇지도 않을까?’ 라는 것을 가정해 로봇과 인간의 경계가 모호해졌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인간의 존엄성, 인격화 기준 등 여러 문제에 대해 생각해 볼수 있는 영화였다. 그러나 이런 문제를 영화에서 좀 더 세세하게 다뤄 관객들로 하여금 여운을 줬으면 좋았을 것 같다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 영화였지만, 루퍼트 샌더스 감독의 감각적 비주얼, 강렬한 액션으로 충분히 독창적이고 매혹적인 미래 세계를 맛볼수 있었다는 것만으로 대신 만족해야 될거 같다.

 

이흥수 기자, lhsjej705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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