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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예술, 예술가라는 이름에 가려진 권력과 위계에 의한 폭력”

이흥수 기자 입력 2017/04/23 21:45
남산예술센터 2017 시즌 프로그램, 연극 ‘가해자 탐구-부록:사과문작성가이드’


사진제공/서울문화재단

[뉴스프리존=이흥수 기자]서울문화재단(대표이사 주철환) 남산예술센터는 2017년 시즌 프로그램으로 ‘가해자 탐구-부록:사과문작성가이드’(작/연출 구자혜, 여기는 당연히, 극장 공동제작)을 오는 30일까지 남산예술센터에서 공연한다.


공동제작 공모로 선정돼 남산예술센터의 올해 두 번째 시즌프로그램으로 선보이는 ‘가해자 탐구-부록:사과문작성가이드’는 지난해 SNS를 통해 수면 위로 드러난 #예술계-내-성폭력을 다루면서도 무대에 피해자는 드러나지 않는다. 가해자의 시선에서 성폭력의 역사를 기록한 무대다.


이번 무대는 연극계에서 #예술계-내-성폭력 문제를 다루는 첫 시도다. 피해자들의 폭로에 의해 시작된 문단 내 성폭력은 해시태그(#)를 통해 예술계 전반으로 빠르게 확산됐고, 수많은 피해사실과 증언들이 수집됐다. 예술계는 예술이라는 이름에 가려져 있던 문제를 공론화하고 개선하기 위해 예술계 내 성폭력 문제를 기록하고, 토론하고, 연대해 왔으나 연극계에서는 유독 공론화가 이뤄지지 않아 왔다.


이 작품은 ‘왜 이제야 #예술계-내-성폭력 문제가 밝혀지고 있는가, 왜 피해자는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가’라는 질문에서 시작한다.


연출가 구자혜는 #예술계-내-성폭력이 권력과 위계의 의한 폭력임을 직시한다. ‘가해자 탐구-부록:사과문작성가이드’는 문단 내 성폭력 문제를 기반으로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했다. 권력과 위계에 의한 폭력은 장르를 불문하기 때문에 이를 예술계 전반의 문제로 확장해 가상의 권력 집단의 말을 통해 가해자의 시선을 드러낸다.


‘예술’이라는 이름으로 당당하고 ‘예술가’이기 때문에 용인될 수 있었던 ‘가해자’의 시선으로 가해의 기록마저 가해자에게 독점되고 마는 권력과 위계의 구조에 대한 문제를 제기한다. 가해자의 시선으로 사건을 재구성하는 연출가 구자혜의 시도는 오히려 문제의 본질에 다가갈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한다.


구 연출은 지난해 ‘커머셜, 데피니틀리-마카다미아, 검열, 사과 그리고 맨스플레인’로 동아연극상 새개념연극상을 수상했고, “구자혜 연극의 힘은 풍자와 성찰의 대상에 자신이 항상 포함돼 있다는 점이며, 진지한 주제를 말하는 데 있어 유머와 위트를 사용할 줄 안다”는 평을 받으면서 두산연강예술상을 수상한 바 있다.

 
‘가해자 탐구-부록:사과문작성가이드’는 기승전결이 있는 서사 중심의 연극 방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형식을 실험한다.

‘예술계가 직접 쓰는 #예술계-내-성폭력 역사를 기록한 단 한 권의 책’이라는 콘셉트로 표지, 목차, 추천사, 본문, 후기, 부록의 구성을 차용해 관객은 무대 위에서 한 권의 책이 써지는 과정을 보게 된다. 가해자가 무대 위에서 기록하게 될 한 권의 책은 예술계 내 성폭력을 고발하는 한 편의 연극이 된다.


이흥수 기자, lhsjej705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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