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특집 다큐멘터리 '동해(東海)'/사진=KBS화면캡처
[뉴스프리존=심종대 기자]한반도 동쪽 바다, 수천 년 동안 불러왔지만 세계에서는 낯선 이름 '동해‘는, 정부와 민간의 끈질긴 노력으로 과거보다 많이 ’동해‘로 불려지고 있지만, 여전히 세계에서는 '일본해'로 더 많이 불려지고 있다.
지난 2012년 모나코에서 열린 국제수로기구(IHO) 총회에서 ‘동해’를 되찾기 위해 무수한 노력을 했음에도 동해.일본해 병기는 무산됐다. 그리고 5년이 흐른 오는 24일부터 28일까지 제19차 총회를 앞두고 다시 ‘동해’ 이름을 찾기 위한 해결방안을 찾아보자.
오래 전부터 동해는 역사가 바뀌어도 변함없이 한반도를 지키는 수호신이자 백성들의 삶의 터전을, 애국가의 첫 소절에는 ‘동해물과 백두산이’로 시작하면서 동해의 상징성을 잘 보여준다.
동해의 유구한 역사를 확인하기 위해 23일 오전 KBS 1TV에서 방송된 KBS 특집 다큐멘터리 '동해(東海)'에서는, 660년 현종 원년 당시 강원도 관찰사 허목이 바다를 터로 살아가는 백성들을 위해 세운 ‘척주동해비’와 고려 시대 세워진 ‘동해신묘지’에는 ‘동해’가 선명하게 나타나 있다.
그 과정에서 ‘동해신묘중수기사비’의 잘린 흔적이 일제강점기 일본이 ‘동해’의 이름을 지우려는 흔적이 드러났다. 그렇다면 일본은 왜 ‘동해’를 지우려 했을까? 이 사실에 대해서는 일본이 답해야 할 것이다.
그 전까지 세계 지도에서 통용되던 우리 바다 이름은 일제강점기 무렵부터 급격하게 사라졌다. 일제강점기 35년 세월이 2천 년 이상 불려온 우리 바다 이름을 세계 지도에서 지웠다.
KBS 특집 다큐멘터리 '동해(東海)'/사진=KBS화면캡처
‘동해’에 대해 명칭을 역사적으로 살펴보면, ‘삼국사기’에서 기원전 37년에 해당하는 고구려 동명왕에 대한 기술에서 처음 보인다. 광개토대왕릉비에도 동해라는 명칭이 새겨져 있다. 이는 8세기부터 사용된 일본이라는 국호보다 700년이나 앞선 것이다. 또한 조선시대인 16세기 이후에 제작된 고지도에서도 동해라는 명칭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조선시대에는 동해를 조선해(朝鮮海) 또는 창해(蒼海)라고도 했다.
일본에서도 19세기까지는 일본서해와 타라해 그리고 조선해 등 다양한 명칭이 사용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일본해라는 명칭은 마테오리치가 1602년에 제작한 세계지도에서 처음 사용됐다. 이는 동해보다 1600여 년이나 뒤진 것이다. 조선해라는 명칭인 Sea of Corea(Mer de Corée)가 1800년대까지 쓰였다.
1726년작 걸리버 여행기에도 Sea of Corea라고 표현돼 있다. 그 작품에선 그 부분에서 일본만 나오는데도. 일본에서 제작한 지도에서 '조선해'라고 적힌 사례도 보인다. 특히 관심이 쏠리는 것은 일본은 세계 지리 지식이 들어오기 전까지 일본 열도 동쪽의 태평양을 '일본해' 또는 '대일본해'라고 부르고 우리가 말하는 동해를 '조선해'라고 주로 지도에 표기했다. 이것은 주로 17세기 이전 조선 측의 지도를 보고 베끼다가 벌어진 현상이다. 심지어 코에이의 대항해시대 온라인 엘 오리엔테 업데이트 PV에서 나온 오프닝 영상도 시대 고증에 맞춰 프랑스어로 한국해(MER DE COREE)라고 표기했다가 항의가 발생하자 아예 갈아엎었다.
JTBC 뉴스화면 캡처/2014년 1월 30일, "동해 병기 통과되면...美 버지니아 주지사 협박한 일본 대사
다만 이것은 Sea of Korea 표기의 이야기만 적은 것일 뿐, '일본해(Sea of Japan)' 표기도 등장한다. 1602년 제작된 마테오 리치의 곤여만국전도. 17세기 초부터 '일본해' 명칭 역시 쓰였음을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곤여만국전도에 나타난 일본해라는 명칭은 일본의 내해 쪽에 치우쳐 있기 때문에 동해를 지칭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지만, 원본을 보면 조선 쪽에는 조선국에 대한 설명을 써 놓았기 때문에 일본해 글자가 치우쳤을 뿐이며 분명 일본해 단독 표기를 하고 있다. 하지만 18세기 후반까지만 하더라도 일본해보다 한국해(Sea of Korea)가 주로 많이 표기돼 있었다.
'동해'라는 명칭이 동양 기록에 등장하긴 한다. 중국 등지의 고지도에 보면 동해라는 명칭이 자주 나온다. 그러나 여기서 나오는 동해는 우리가 생각하는 동해가 아니라 말 그대로 동쪽 바다라는 뜻일 뿐이다. 지금도 보하이만(=발해만)이라 부르는 요동 서쪽 바다는 발해로 부르고, 나머지 동쪽은 모두 싸잡아 동해라고 표시해 두었다. 즉, 우리가 생각하는 동해와 동중국해, 태평양 모두 중국 고지도에서 표시한 동해의 영역에 들어간다. 그리고 서양 기록에는 거의 없는 편이다. 고지도를 보면 18세기까지는 조선해(Sea of Korea)[9]가 많고 그 다음이 일본해, 그리고 동방(Orient)해다. East Sea를 이 바다를 의미하는 것으로 하는 것은 20세기 후반 한국에서 만들어 낸 영어 표현이다.
그래서 일본 측이 한국의 동해 주장을 깔 때 이용하기도 한다. 자기들조차도 동해라고 안 부르는 해역을 포함한 바다를 국제적으로 동해라고 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한국은 이 바다 구역의 명칭 변경(일본해 → 동해 또는 동해와 일본해의 병기)만을 요구하면서 구역 경계 재조정과 새로운 바다 구역의 추가를 요구하진 않기 때문이다. 현재 일본해에는 남해의 대부분이 포함돼 있지만, 이 사실은 국민들에게 거의 알려져 있지 않다. 다만 일본 국내에서는 대한해협까지를 일본해로 보고 한국의 남해는 동중국해의 일부분으로 본다.
결국 19세기 후반부터는 Sea of Japan이라는 명칭이 훨씬 널리 사용됐다. 이것은 당시 국제 사회에서 일본의 영향력이 커지는 과정에서 나타난 결과이다. 일본이 일찍이 문호를 연 데 비해, 19세기의 조선은 세도정치의 침체기였고, 서구에 대한 개방도 일본에 비해 30년이나 뒤처져 국제적 흐름에서 도태됐기 때문이다.
1929년 일제강점기에 국제수로기구에서 해역 표기를 통일하는 논의가 진행되자, 당시로서는 강제로 병탄당한 한국(조선)이 존재하지 않았기에 동해가 러시아의 연해주 영토 부근을 제외하면 일본의 내해나 다름없었기 때문에 이미 전 세계에서 일반화된 일본해로 해달라는 일본의 요청이 별 이의없이 통과됐다.
MBC 2014.4.3. 정오 뉴스, 美 버지니아 주지사 '동해병기법'최종 서명
그러므로 '일본이 바다 이름을 억지로 빼앗은' 것이 아니라 이전부터 널리 쓰이던 이름을 국제적인 공식 명칭으로 등록한 것이다. 물론 당시 조선은 식민지 상태로, 일본에 대한 이의제기를 할 여지가 없었던 것은 사실이다. 애초에 조선이 독립 국가였던 19세기 후반부터 Sea of Korea 표기가 눈에 띄게 줄어든 반면, Sea of Japan 명칭이 그 틈을 타 대부분의 지도에 표기되었던 것이 사실이다.
또한 국제 사회에 대한 공식적인 문제 제기가 1992년, 노태우 정부에 들어서야 시작됐다. 어쨌든 고지도에는 Sea of Korea/Corea, Eastern Sea, Oriental Sea는 나타날망정, East Sea라고 나타난 것은 없다. 불어 지도에는 Mer de l'Est(동해)라 나온 게 있긴 하다. 한국 측에선 아마도 중립적이지 못한 일본해 명칭을 다시 중립적이지 못한 한국해로 대체하자고 할 수는 없기에 동해 쪽이 관철되기 쉬워 보였거나 한국에서 가장 보편화된 명칭이기 때문인 것 같다.
어쨌든 호칭과 별개로 (일부분은) 한국의 영해임은 분명한 상황이고 세계적으로도 오랫동안 일본해로 불렸으니 그냥 놔둬도 상관없는 문제라고도 한다. 영토 주권이 걸린 독도 문제와는 다르다. 제국주의 서구 열강 세력이 해상 진출 경쟁을 벌이던 무렵인 1921년 6월 21일 국제수로기구가 창립된다. 1929년 해상 안전과 해양 환경 보호를 위해 세계 바다의 명칭을 공식화하는 첫 번째 회의가 열렸지만, 우리는 1910년부터 일제가 통치하고 있어 대표를 파견할 수 없었다. 그렇게 전 세계가 사용하는 해도집(S-23)에 ‘일본해’가 표기되면서 우리의 ‘동해’라는 이름은 사라지게 된다.
그 후 식민 지배를 거친 한국은 6.25 전쟁 발발과 전쟁 후 황폐화한 민중의 삶을 재건하는 데 온 힘을 쏟는 동안, 해도집(S-23) 2차, 3차 개정판이 발행됐다. 3차 개정판이 발행된 1953년 이후 재에 이르기까지 세계에서 ‘동해’는 ‘일본해’로 불리고 있다.
한국은 1991년 국제연합(UN) 가입과 함께 본격적으로 국제사회에 사회 여론과 노력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동해 이름을 되찾아야 하는 이유는 과거 수난의 역사를 회복하고 국제사회에서 잃어버린 권리를 되찾는 일이기 때문이다.
일본은 ‘일본해’를 고수하려고 무척 노력하고 있지만, 그들의 주장에서 몇 가지 오류를 발견할 수 있다.
‘일본해'는 세계적으로 공식화되고 정착된 유일한 명칭이다. 이를 병기 혹은 변경하는 것은 국제해양질서에 혼란을 일
으킬 것이라고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으나 이들의 이러한 주장에는 오류가 있다.
앞에서 서술했듯이 우선 17세기 서양의 다양한 고지도에서 ‘동해’ 바다의 다양한 이름을 발견할 수 있고, 또한, 국제기구는 합의되지 않은 지역의 여러 명칭을 인정한다고 권고하고 있다. 이미 세계 각지에서는 다양한 이름으로 지명을 병기하고 있다.
하지만 19세기 말부터 일본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일제강점기인 1929년 국제수로기구에서 발간한 ‘해양의 경계’ 초판에는 일본해라는 이름만으로 표기됐다.
이후 국제적으로 일본해라는 명칭이 널리 쓰이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 정부는 동해 명칭을 회복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국제기구가 ‘일본해’라는 이름을 공식 인정한 사실이 없음도 드러났다.
세계 해양 전문가 및 지도제작사의 의견을 들어보아도 일본의 주장은 설득력이 부족하다는 것이 사실이다.
정부 차원의 외교적 노력과 민간의 노력으로 많은 나라가 ‘동해’를 향한 우리의 마음을 인지하기 시작했다. 특히 세계적인 지도 제작사의 병기 비율 확대와 2014년 버지니아주 동해.일본해 병기 교과서 법안 통과가 이런 현상을 잘 보여준다. 전문가들도 동해·일본해 명칭 병기가 가장 평화적 해결 방안이라고 말한다.
심종대 기자, simjd11@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