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모든 언론사를 세무조사 하라는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청원에 20만 명 이상 참여했다. 3일 오후 현재 21만 6,551명을 기록했다. 해당 청원은 지난달 10일에 처음 게시돼 오는 10일로 한 달간의 청원 기간이 만료된다. 만료 일주일 전 20만 명 이상이라는 답변 조건을 충족했다.
청원인은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1조 2항을 들어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국세청장에게 전 언론의 세무조사 실시를 명령한다"며, "현재 대한민국 언론사들은 가짜뉴스를 양산해 여론을 호도하는 찌라시 언론으로 전락했다"고 주장했다.
일본 경제 보복 사태를 보도하는 과정에서 한국이 문제라는 논조의 제목을 쓴 조선일보와 중앙일보의 보도 태도와 대통령 소식을 전하며 북한 인공기를 내보낸 연합뉴스TV의 인공기 방송사고 등 몇 가지 대표 사례를 근거로 꼬집었다.
조선일보의 경우 일본판에 매국적 기사 제목("한국은 무슨 낯짝으로 일본에 투자를 기대하나")을 남발했고, 중앙일보 일본 판에는 ("'닥치고 반일'이라는 우민화 정책=한국") 등등 이런 매국적 기사를 썼다고 제시했다. 그는 연합뉴스의 경우 300억 원이라는 국가보조금을 받는 언론사이지만 대통령의 소식을 전하면서 인공기를 TV 영상에 내보내는 등 '국가기간뉴스통신사'로서의 책임과 역활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청원인은 "지금 언론사들이 국가 이익보다는 현 정부를 맹목적으로 비난하는 현실에 어이가 없다"며 모든 언론사의 세무조사를 청원한다고 밝혔다. 그는 "언론사는 언론탄압이라고 외치겠지만 지금 언론 행태는 국민 알권리 탄압이라고 생각한다"며 "20만을 넘어 10배 100배의 동의로 부당한 언론사를 꾸짖어야 한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국민이 물으면 정부가 답한다'는 철학으로 국정 현안과 관련해 국민 다수의 목소리가 모여 30일 동안 20만 명 이상이 추천한 청원을 정부와 청와대 책임자가 답한다.
시민들이 전 언론사 세무조사까지 요구하고 있는 것은 최근 조국 사태 보도에 대한 언론의 철저한 불신 탓이다. 검찰 발 조국 장관 주변 의혹과 피의사실이 보도되는 등 보도 행태에 불만이 검찰에 대한 불신 못지않게 팽배해진 까닭이다.
지금부터 18년 전인 김대중 정부 시절 당시 투명하고 공정한 언론시장을 만들어야 한다는 취지로 공정거래위원회의 신문시장 조사와 국세청의 언론사 세무조사를 실시했다. 2001년 2월부터 6월까지 국세청은 중앙지 언론과 방송 통신사 23곳을 집중적으로 세무 조사를 했다.
국세청은 그해 6월 20일, 언론사들과 대주주 등이 1조 3594억 원의 소득과 5056억 원의 법인세를 탈루했다고 발표하고 검찰은 탈세 추징했다. 그 후 '조선일보', '동아일보', '국민일보' 사주가 탈세와 횡령 혐의로 구속 수감되면서 해당 언론사들은 '언론 탄압'이라고 크게 반발했다.
1999년 당시 보광그룹 실소유주인 홍석현 중앙일보 사장이 첫 타자로 구속되고 이어 조선일보 방상훈 사장과 김병관 동아일보 명예회장, 조희준 국민일보 회장을 각각 구속했으며 송필호 중앙일보 사장 등은 최종심에서 유죄가 확정됐다.
그래서 그랬는지 당시 언론은 지금처럼 이렇게 대통령과 정부에 대한 여론 왜곡이 극심했다는 얘기는 없었다는 게 중론이다. 하지만 김대중 전 대통령도 재임 당시인 2001년 언론사 세무조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해당 언론사들의 보복이 예상되어 주눅이 들었다고 말한 것으로 퇴임한 뒤에 전해졌다.
2009년 발간된 강상중 도쿄대 교수의 저서 '반걸음만 앞서가라'에 따르면 김 전 대통령은 미디어와 정치의 관계에 대한 강 교수의 질문에 "올바른 언론은 목숨 걸고라도 지키고 존중하지만 옳지 않은 언론에 대해서는 절대 굴복하지 않는다"며 운을 뗐다. 김 전 대통령은 신문사 탈세 조사 당시를 떠올렸다.
김 전 대통령은 "대통령으로 있을 때 어떤 신문사의 탈세 문제를 다루는 어려운 국면에 맞닥뜨린 적이 있습니다. 나는 모든 사실을 밝혀내서 공평하게 재판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미디어의 힘은 강력하기 때문에 보복이 예상되었습니다. 이때만은 나도 좀 주눅이 들었지요(웃음)."
김 전 대통령은 며칠 동안 고민한 끝에 "지금 여기서 타협하면 죽을 때까지 후회하게 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비슷한 국면을 만났을 때 그때까지의 정권은 미디어에 굴복하고 말려들었지만 나는 양심이 명령하는 바에 따라 단호하게 싸우기로 결심했다"고 회고했다. 그는 이어 "아니나 다를까 엄청난 반격을 받았고,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다는 비난을 받았다"면서 "그러나 재판에 의해 그들의 죄는 폭로되고 유죄가 확정되었다"고 말했다.
고 노무현 대통령은 생전에 선출되지도 않았으면서 무소불위의 권한을 지니고 그 권력에 대해 전혀 통제받지 않는 존재를 ‘언론’이라 지칭한 적이 있다.
정기적으로 세무조사를 받고 있는 언론사 세무조사 청와대 국민청원에 시민들이 적극적으로 동참한 이유에 대한 의견을 모아보면 조국 장관 가족을 두고 벌인 일련의 사태는 검찰에 동조한 언론의 책임이 크다는 데 있다. 언론과 검찰의 부당한 힘을 견제하지 않으면 앞으로 조국 장관에 국한되지 않고 언제든 국민의 권리를 침해할 수 있다는 공감대의 형성으로 볼 수있다.
조직의 이익을 먼저 챙기는 검찰과 언론의 무시무시한 횡포를 이번에 시민들은 보았다. 한 나라의 법을 다루는 법무부 장관에게도 온갖 덤터기를 씌워 저렇게 하는데 힘없는 시민을 향해서는 무슨 짓을 못 하겠나 하는 반사 작용도 있다. 개인은 미약하지만 뭉치면 큰 힘으로 분출되고 부당한 권력의 남발을 분쇄할 수 있다는 의지를 보여주자는 것이 이번 청원으로 알 수 있다.
그래서 시민들은 대통령의 인사권을 침해하고 법무부 장관도 패스하는 월권행위를 '검찰 쿠데타'로 봤고 또 검찰 이상으로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무차별 보도하며 검찰의 가족 인질극에 동참한 언론 보도의 막중함을 이번 사태로 더더욱 깨달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검찰과 함께 가장 선두에 개혁할 대상을 '언론 권력'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라는 데 기인한다. 청원 인원이 20만 명이 넘었다고 청와대가 마음대로 하는 것도 아니고 법의 테두리 안에서 '기레기 짓'을 하는 언론에 시민들의 의지를 보여주는 것에 큰 의미가 있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