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칭 '국민의 방송'이라 칭하는 공영방송 KBS가 시사프로그램 '시사직격'으로 또 논란에 휩싸였다. 이번 방송의 후폭풍으로 방영 3주 차 만에 거센 비판에 휘말리며 존폐위기에 처했다.
논란은 지난 25일 '시사직격'에 출연한 극우 성향의 일본 '산케이신문' 기자와 '조선일보' 사회부장 겸 부국장의 발언 때문이다. '시사직격'은 KBS ‘추적 60분’과 ‘KBS 스폐셜’이 폐지되고 통합돼 새로 선보인 프로그램이다.
방송 이튿날인 26일 KBS 시청자 청원 게시판에는 이 방송의 시사프로 '시사직격' 제작진들의 사과와 중징계를 요구한다'는 제목의 청원이 게시됐다. 청원인은 "한국인의 세금으로 한국인을 모욕하는 방송을 제작한 제작진들의 사과와 징계를 요구한다"라고 지적했다.
청원인은 "반일로 인해 혐한이 생겼다는 등 일본 입장에 치우친 패널들의 수많은 발언에 제작진이 동조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라며 "국민의 세금으로 이런 프로그램이 만들어진 것에 심한 모욕감과 불쾌감을 느낀다"라고 말했다.
전날 KBS '시사직격' 토론에서는 한국과 일본의 특파원들이 출연해 '한일관계, 인식과 이해 2부작 - 2편 한일 특파원의 대화'에서 양국 관계를 주제로 대담을 벌였다. 대화를 통해 현재 한일관계를 진단해보자는 취지로 마련됐다.
일본 특파원으로 근무했던 선우 정 조선일보 사회부장 겸 부국장, 길윤형 한겨레신문 국제뉴스팀 기자와 한국에서 특파원으로 일한 경력이 있는 구보타 루리코 산케이신문 해설위원, 나카노 아키라 아사히신문 논설위원이 당사자들이다.
일본에서 가장 극우 계열이라는 산케이신문 구보타 위원은 이날 방송에서 "한일관계가 어려움에 봉착한 원인은 문재인 씨의 역사관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또 구보타 위원은 "혐한이 있어서 반일이 나오는 게 아니다. 한국의 반일이 있으니 일본이 혐한으로 대응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정권은 친일의 뿌리를 가진 박근혜 전 대통령이 해온 일을 외교적 실패로 규정하고 그걸 무너뜨리고 바로잡으려고 한다"라며 "반일에 대한 문재인 정권의 신념은 바뀔 리가 없다. 그런 신념이 있는 한 한일 대화는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거기다 선우 정 조선일보 부국장의 발언도 논란의 불씨가 됐다. 1965년 한일청구권 협정으로 받은 돈으로 경제성장을 이뤘으며 한일청구권 협정에 서명한 것은 전적으로 우리나라가 맞고 해당 문건에서 한일 간 청구권 문제를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마무리했다'고 쓰여 있기 때문에 한국 책임도 있다는 것이다.
선우 정 부국장은 "이제(1965년 한일청구권 협정) 와서 그게 보상이지 배상은 아니었어"라며 "그 청구권 안에 개인 배상권은 포함이 안 됐고, 개인 청구권은 따로야"라며 "이렇게 복잡하게 이야기를 하면 국제사회에서 어떻게 납득이 되겠는가, 사인을 한 우리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본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받은 돈이 과거사에 대한 배상이 아니라면 이 돈은 뭔가. 이 돈으로 포스코와 경부고속도로 소양감댐을 지으면서 경제발전에 중요한 종잣돈으로 썼다"면서 "'조상의 고난이 헛되지 않았어'라고 믿고 우리 산업사회의 정당성을 위해서라도 '조상의 핏값'으로 인정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에 대한 호칭 논란은 과거에도 있었다. 지난 2017년 12월 조원진 우리공화당 대표가 여야 정당 정책토론 방송에 출연해 문 대통령을 수차례 '문재인 씨'라고 언급해 도마 위에 올랐다. 이에 사회자가 "시청자들이 많이 보고 있으니 호칭에 주의해달라"라고 지적했으나 조 대표는 "대통령으로 잘해야지 대통령으로 부른다"라고 자신의 주장을 앞세웠다.
KBS 시청자 청원은 게시 하루 만에 2,000건에 가까운 동의를 받고 있다. KBS 청원은 30일 동안 1,000명 이상의 동의를 얻을 경우 담당 부서의 책임자가 직접 청원 내용과 관련해 답변해야 한다.
또 방송이 방영된 직후 시청자 게시판에도 100건이 넘는 항의 글이 쏟아졌다. 시청자들은 '일본 기자의 일방적인 이야기', '수신료가 아깝다', '일본 방송국 방송 보는 기분이었다', "제작진의 사과를 요구한다", "공영 방송국이 일본의 입장만 대변하는 것이 말이나 되느냐"라는 등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시청자들은 제작진의 사과를 거세게 요구하면서 이제는 '검찰의 방송에서 친일 매국방송 인증하냐'며 '일본이 부당한 요구를 해도 머리 조아리고 들어줘야 하나'라며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못하고 방송이 매우 부적절했음을 언급했다.
이뿐 만 아니라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서도 해당 프로그램의 내용을 언급하며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들은 "왜 하필이면 산케이인가?"라며 "일본 극우 성향의 언론만 부른 KBS 의도가 뻔히 보인다. 현장에서 제지하거나 자막이라도 수정했어야 했다"라는 등의 의견을 내보였다. 또 해당 프로그램을 기획한 PD와 작가, 출연진 등의 이름을 공유하며 의분을 터뜨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