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프리존=허엽 기자]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뇌물죄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정유라씨가 "독일 승마 훈련 시 이용했던 말 소유주가 삼성이었다"라고 밝혔다. 당초 불출석 사유서를 냈던 정씨는 기존 태도를 바꿔 이날 증인으로 나왔다.
1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진동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의 제38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같이 증언하며 "어머니(최순실)로부터 '다른 선수들은 없는데 나(정유라)만 삼성의 말을 타는 사실이 알려지면 문제가 생긴다'는 말을 들었다"며 "삼성이 시키는대로 해야하니까 토 달지말고 이름을 바꾸자"라고 말했다. 그러면"(삼성이) 말 교환에 대해 모를리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의혹에 대해 정씨는"삼성에서 시키는대로 말 이름을 ‘S’로 시작되는 것 중에 골라 '살시도'를 '살바토르'로 바꿨고 그 과정에서 삼성이 말을 사준 사실을 처음 알았다"고 증언했다.
당초 삼성은 '말 교체'는 최씨 측이 상의도 없이 결정한 것이라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이날 특검이 공개한 진술조서에서 박상진 삼성전자 사장은 "최씨가 임의로 코치인 안드레아스와 비나타V를 블라디미르로 교환했다"며 "'누구 허락을 맡고 말을 바꿨냐. 말은 어떤 이유에서든 (교환이) 안 된다는 게 우리 방침이다. 당장 원상회복 해라'라고 최씨에게 말한 적 있다"고 진술했다.
정씨는 "엄마가 독단적으로 말을 바꿨다고 하는데 저는 아닌 것 같아서 물어봤다"며 "(승마 코치인) 캄플라데가 말 교환 바로 전날에 코펜하겐 공항에서 엄마와 삼성전자 박상진 전 사장, 황성수 전 전무 3명과 만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며 이미 말 교체도 삼성과의 협의 끝에 나온 결과라고 진술했다.
정씨는 "안드레아스가 말을 교체해줬는데 삼성에서 돈이 안 들어온다고 짜증낸 적이 있었다"고 밝혔다.
이날 특검이 정씨에게 "어머니(최씨)로부터 '굳이 돈을 주고 말을 사서 탈 필요 있겠느냐'는 이야기를 듣고 살시도가 본인의 말이라고 생각했느냐"는 질문에는 "그런 내용의 이야기를 듣긴 했다"며 "그러나 (살시도가) 내 것이라고 생각하진 않았다"고 반박했다.
정씨는 현재 삼성이 처음 제공한 말 '살시도', '비타나V’ 등 '말 세탁' 과정에 가담한 혐의로 검찰에서 수사를 받고 있다. 정씨는 이같은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었던 지난 6월 27일 사실확인을 위해 자신의 승마코치인 캄플라데와 통화하고 ‘어머니(최순실)와 삼성전자 박상진 사장님, 황성수 전무님이 코펜하겐 공항에서 직접 만나 말 교환 문제를 얘기했다'는 말을 새롭게 들었다고 증언했다.
한편 정씨 변호인은 "정씨는 법정 출석 전에 어느 변호인과도 사전에 상의하거나 연락한 바가 없다"며 "이는 3차 구속영장 청구 여부가 결정되지 않은 피의자임에도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차단됐음을 시사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정씨는 지난 11일 변호인인 이경재 변호사를 통해 증인 불출석 신고서를 제출했다가 입장을 바꿔 이날 출석했다. 정씨는 "여러 사람이 만류했지만, 나와야 한다고 생각해 나왔다"고 했다. 특검 관계자에 따르면 정씨는 이날 아침 특검측에 직접 연락해 "법원 증인 출석을 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법원 이동 지원을 해달라고 요청을 했다"고 밝혔다.
특검 관계자는 "정씨는 오전 8시께 변호인에게 자의로 출석하는 것이라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고 밝히고, 정씨측 변호인측의 주장에"형사소송법 규정에 의해 증인은 출석 의무가 있다는 것을 정 씨에게 알리는 등 출석을 하도록 합리적인 노력을 한 것이고, 따라서 본인이 자의적 판단으로 출석하게 된 것이지 불법적인 출석 강요는 없었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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