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프리존=이흥수 기자]국립현대무용단이 오는 28일~ 30일까지 서초동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안성수 예술감독 부임 후 첫 신작인<제전악-장미의 잔상>을 공연한다.
<제전악-장미의 잔상>공연에서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출신의 젊은 작곡가 라예송이 10여 개 이상의 한국 전통 국악기로만 구성하고 미니멀한 음악, 초단위로 촘촘하게 짜여진 맥시멀한 춤으로서 작곡한 60분간의 무곡(舞曲)이 라이브로 연주되며 지난 1월에 선발된 국립현대무용단 시즌 무용수 전원이 출연해 뛰어난 기량을 선보인다.
먼저 작품에 대한 동기는 고대 한국과 서구 문화와의 혼합, 그리고 먼 옛날, 사람이 자연과 만났을 때 발생한 혼합, 과거와 현재의 혼합 등 역사와 문화 속에 숨어 있는 다각도의 ‘혼합’에 더욱 몰입하게 됐다.
또한 스페인 플라멩코 음악을 비롯한 뉴질랜드 마우리족의 ‘하카’처럼 남자들이 땅을 수호하기 위해 전장에 나가기 전에 췄던 전사의 춤등 인간의 역사와 문화 속 다양한 혼합의 요소들이 모티브가 되어 먼 과거로부터 먼 미래를 이야기한다.죽은 이를 위한 제사가 아닌, 흥겨운 축제의 장으로서 제전을 선보이며 자연과 인간, 남자와 여자, 춤과 음악이 함께 하는 인간사 喜怒哀樂을 압축되고 정제된 방식으로 풀었다.
안성수 감독은 이번 작품의 가장 중요한 목표로 전통 악기로만 구성된 창작 춤곡에 맞춰 춤추는 우리 무용수들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것이다.
발레, 한국무용, 서양무용의 장르적 구분 없이 동작 하나하나를 떼어 펼쳐놓고 적절한 조합을 새로 만들어보는 해체와 조립의 무한실험을 통해 안성수는 외형적 동작뿐만 아니라 호흡과 음악적 흐름까지 거침없이 섞으며 특유의 움직임을 만들어냈다.
이번 공연에서 15인 무용수들을 통해 더욱 유연하고 역동적으로 진화한 움직임의 블렌딩을 선보인 가운데, <혼합>에서 ‘춘앵무’를 모티브로 삼았고 ‘칼춤’으로 메시지를 전달했다면 신작에는 ‘오고무’가 등장한다. 전통 오고무에서는 쓰지 않는 새로운 장단을 새롭게 사용하고 북가락을 변형한 춤동작과 호흡이 ‘혼합’의 절정을 보여준다.
이번 과정에서 라예송은 ‘봄의 제전’이 아닌 안성수의 ‘장미’에 초첨을 맞추었고 ‘장미’를 주제로 끊임없이 이어진 대화 속에서 ‘여성’이라는 단어가 곧, 안성수의 안무관을 대변하는 상징어로 이해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장미꽃이 아니라 장미라고 불렸던 과거의 모든 꽃들과 여성을 겹쳐보며 화려한 색과 잎으로 만개한 첫인상의 장미를 넘어, 누가 주목하지 않더라도 자신의 삶을 꽃처럼 피우고 사라졌던 여인들과 그들을 위한 제전의 음악을 만들어야겠다는 영감으로, 라예송은 작곡을 시작했다. 그 향기를 상상하고 그들의 느낌을 음악에 담는 노력으로 탄생한 제목이 <제전악-장미의 잔상>인 것이다.
안성수 감독은 철저하게 전통 악기로만 구성된 음악을 원했고 라예송 작곡가 역시 개량 악기가 아닌 전통 악기 사용을 고집했다. 가야금, 거문고, 대금, 해금, 피리 그리고 전통 타악기 구성의 미니멀한 음악은 초단위로 짜여진 맥시멀한 춤과 만난다. 이번 무대에는 지난 해 1월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최수진(뉴욕 시더레이크댄스 컨템포러리 발레 단원/댄싱9 시즌2, 3 출연)과 성창용(앨빈 에일리 아메리칸 댄스 단원, 모믹스 무용단 단원)을 비롯하여 이윤희, 이유진, 김민진, 서보권, 김성우, 배효섭, 박휘연, 손대민, 정윤정과 지난 <혼합> 공연에 출연한 바 있는 다수의 무용단들이 함께 선보인다.
국립현대무용단은 초연에 앞서 지난 6일 오후8시 망원동 벨로주에서 무곡(舞曲) <제전악-장미의 잔상>를 소개하는 ‘무곡(舞曲) 콘서트’를 열었다. 작곡가이자 음악감독 라예송과 5인의 연주자들이 출연, <제전악-장미의 잔상>을 연주하고 음악 창작과 연습 과정에 소소한 이야기를 토크 콘서트 형식으로 풀어냈다. 국립현대무용단은 향후 이러한 형식의 무곡 콘서트를 지속적으로 개최함으로써 무곡에 대한 탐구를 통해 관객들이 좀더 다각적으로 작품을 감상하고 즐길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lhsjej7055@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