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오동 전투'는 일제강점기 때 조선 독립군이 일본군에 대적한 무장봉기로 '청산리 전투'와 함께 항일 독립군사에 '명승부'로 손꼽히는 대첩이다.
실제 기록에 따르면 이전투에서 일본군은 157명의 전사자와 200여 명의 부상자를 냈지만 모든 면에서 열악했던 독립군은 장교 1명, 병졸 3명이 전사하고 약간의 부상자를 냈을 뿐이다.
이 압도적인 승리의 원인은 독립군의 드높은 사기와 홍범도 장군(1868∼1943)과 최진동 장군(1882∼1945) 등이 앞장서서 진두지휘한 지휘관의 날카로운 예지와 지리적 요지를 선용한 뛰어난 작전계획에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 '대한군무도독부'와 '대한북로독군부' 사령관을 지낸 봉오동 전투의 명장 최진동 장군의 사진이 처음으로 공개됐다. 그는 독립군 대장 홍범도 장군과 함께 봉오동 전투의 전설적 승리를 이끈 인물이다.
발견된 사진은 최진동 장군이 홍범도 장군과 함께 1922년 모스크바 극동민족대회에 참가해 찍은 사진이다.
30일 반병률 한국외대 사학과 교수는 레닌에게 선물 받은 권총을 찬 최진동 장군이 홍범도 장군과 함께 있는 사진을 공개했다. 이 사진 중에서 왼쪽 홍범도 장군의 모습은 오래전부터 널리 알려졌으나 둘이 함께 찍은 사진은 반 교수가 처음 입수해 공개한 것이다.
반 교수는 "홍범도 장군과 함께 있는 인물을 고려인 출신의 볼셰비키 적군(赤軍) 장교로 추정했는데 유족의 증언으로 최진동 장군이라는 것을 확인했다"라면서 "홍 장군과 함께 레닌에게 권총과 군복을 선물 받았다면 그에 버금가는 독립군 대장으로 예우받은 것으로 볼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반 교수는 지난해 7월 러시아 모스크바 근교의 사진·영상물보관소에서 1922년 1월 21일 모스크바 크렘린 소극장에서 열린 극동민족대회 개회식 영상을 입수해 그해 8월 공개했다.
반 교수는 당시 최진동 장군을 비롯해 김규식·여운형·조봉암·홍범도·김단야 등 독립운동 지도자들의 참가 접수증을 발견하고 사진도 여러 장 확보했으나 홍범도 장군과 함께 사진에 찍힌 인물이 누구인지 확인하지 못하다가 유족의 증언으로 최진동 장군임을 확인한 뒤 오늘(30일) 언론에 알렸다.
최진동 장군의 동생 최운산(1885∼1945) 장군의 손녀인 최성주(최운산장군기념사업회 이사) 씨는 "이 사진을 미국 하와이에 사는 당고모(최진동 장군의 딸 최경주 씨)에게 보내 '아버지가 홍범도 장군과 함께 찍은 이 사진이 어릴 때 집에 걸려 있었다'는 말을 들었다"고 밝혔다.
최경주(87) 씨는 최진동 장군 자녀 가운데 홀로 생존해 있으며 현재 최진동 장군과 최운산 장군 형제의 얼굴을 알아볼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이다.
미국이 제1차 세계대전 이후 국제정세를 논의하기 위해 워싱턴에서 회의를 개최하자 이에 맞서 소련은 국제공산당(코민테른)을 앞세워 극동민족대회를 개최했고 한국·중국·일본·몽골 대표가 참석했다.
'홍범도 일기'에 따르면 홍범도 장군은 소련 최고지도자 레닌을 접견하고 권총 1자루와 금화 100루블, 레닌이 친필 서명한 '조선군 대장' 증명서 등을 선물 받았다.
한편 최운산 장군 유족은 반 교수가 입수한 극동민족대회 개회식 영상 속에서 최진동 장군의 동생인 최운산 장군으로 추정되는 인물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샤프카(러시아식 털모자)를 쓴 외투 차림의 세 인물 중 가운데가 최 장군이라는 것이다. 왼쪽은 몽양 여운형 선생이고 오른쪽은 알 수 없다.
최성주 씨는 "제대로 된 할아버지 사진이 없어서 안타까웠는데 영상 속에서 발견하고 반가웠다"라면서 "하와이의 당고모께서도 '작은아버지가 맞다'고 확인해줬다"고 말했다.
반병률 교수는 "참가 접수증에서 최운산의 이름을 확인하지 못해 사진 속 인물이 최운산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라면서도 "중국의 경우 옵서버로 참가해 참관기를 남긴 사람도 있어 최운산일 가능성도 있다"라고 말했다.
봉오동 전투는 1920년 10월 김좌진 장군이 주축이 된 청산리 전투에 앞서 그해 6월에 일어난 무장 전투로 임진왜란 이후 우리나라와 일본군이 맞붙은 최초의 전투이자 최초의 승리'로 기록되어 있다.
독립군 이름은 봉오동을 본영으로 하는 북로독군부로 홍범도 장군의 대한독립군과 최진동-최운산 형제의 군무도독부군, 안무의 간도국민회군 등이 연합한 부대였다. 1군사령관은 홍범도, 독군부 부장(연합사령관)은 최진동이었다.
19세기 조선말 고종 황제가 파견한 북간도 옌볜 관리책임자 최우삼의 아들로 태어난 최진동·최운산 형제는 동생 최치흥과 함께 만주에서 항일 무장투쟁을 벌인 독립운동가다.
특히 최진동 장군의 동생 최운산 장군은 축산, 미곡, 무역에 주류, 제면, 성냥, 비누 공장까지 운영해 간도 제1의 거부가 됐다. 그는 번 돈으로 독립군을 최신 무기로 무장 시켜 형인 최진동과 함께 1920년 봉오동 대첩을 이끈 숨은 주역으로 뒤늦게 주목을 받고 있다.
봉오동 전투는 지난 8월에 영화로도 개봉해 한편으로 애국심을 앞세운 '국뽕 영화'라는 폄하적 수사를 받으면서도 히트했다. 홍범도 장군역으로는 배우 최민식 씨가 출연해 짧게 나왔지만, 존재감이 빛나면서 관객을 끌어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