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우한 지역에서 발생한 폐렴이 아시아를 넘어 미국까지 상륙했다. 이에 따라 전세계로 확산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중국을 다녀온 30대 남성이 미국 시애틀에서 우한 폐렴으로 불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가 21일(현지시간) 밝혔다.
확산지역이 아시아권을 넘으면서 중국은 23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인 '우한 폐렴'의 발병지를 한시적으로 봉쇄하는 총력대응전에 들어갔다.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우한시 지방정부는 이날 오전 10시를 기해 대중교통 운영을 전면 중단하기로 했다. 우한 폐렴 관련 통제·대응 비상센터는 성명에서 우한 시내 대중교통과 지하철,페리, 도시 간 노선들이 임시로 중단될 것이라고 밝혔다.
우한시는 인구가 서울보다 많은 1천100만명에 달하는 중국 중부의 주요 상공업 도시로서 중국 최대의 내륙 항구와 싼샤댐의 입구가 있는 지역이다.
지난해 12월 처음 발병한 우한 폐렴은 수도 베이징과 상하이, 광둥성 선전까지 확진자가 나오며 중국 전역으로 퍼져 나가고 있다. 중국 이외에 아시아에서 우한 폐렴 확진자가 발생한 국가는 태국, 일본, 한국, 대만 4개국으로 늘었다.
다른 국가들에서는 우한시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의 진원으로 보고 경계태세를 강화하는 움직임들이 계속 관측되고 있다. 영국은 자국민들에게 꼭 필요한 일이 아니면 우한을 방문하지 말라고 권고했다.
한편 전 세계에 보건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는 '우한 폐렴'이 뱀을 먹는 식습관 때문에 발병했을 가능성이 23일 제기됐다.
과학 정보포털에 따르면 중국 베이징대 등 의료진은 우한폐렴으로 불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숙주로 뱀이 유력하다는 결론을 담은 논문을 국제학술지 바이러스학저널에 게재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이번 연구 결과와 관련해 발병의 진원으로 거론되는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의 해산물 도매시장을 주목했다. 신화통신은 우한폐렴 창궐로 인해 우한 해산물 도매시장이 폐쇄되기 전까지 뱀이 거기에서 식재료로 팔렸다고 지적했다.
우한 폐렴 통제·대응 비상센터는 이날 "항공편 및 외부로 나가는 열차 운행도 중단될 것"이라며 교통편 재개는 추후 공지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한시는 도시 내 거주자들에게도 특별한 사유가 없이 도시를 벗어나지 않을 것을 권고했다.
이 같은 조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확산을 막기 위한 총력전의 일부로 관측된다. 중국 정부는 2003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사태 재발을 막기 위해 '우한 폐렴'과 전쟁을 선포한 상태이다.
아직 명확한 감염 경로와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으나 '우한 폐렴'을 차상급 전염병으로 지정한 뒤 대응 조치는 최상급으로 높이기로 하면서 사실상 총력 대응 체제에 나섰다.
이미 세계 각국이 공항 검역을 강화한 가운데 러시아, 싱가포르, 사우디아라비아는 중궁에서 오는 탑승객 전원의 감염 가능성을 검사하기로 했다.
다수 여행사에 따르면 중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북한도 외국인 관광객을 금지하는 등 검역에 박차를 가했다. 중국 내에서는 우한시의 이번 봉쇄령을 두고 지지와 우려가 교차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중국인 네티즌들은 정부의 조치에 찬성하며 우한 시민들을 응원했다. 그러나 우한 주민들 가운데는 대중교통 운영 중단에 따른 환자들의 고충, 건강한 이들의 고립되면서 겪을 스트레스를 토로하는 이들도 있었다.
중국에서는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창궐로 인해 540명 이상이 감염 확진 판정을 받았고 그 가운데 17명이 숨진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에 의하면 이번 바이러스로 인한 폐렴은 2015년 국내에서 40여 명의 사망자를 발생시킨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와 지난 2002년 전 세계적으로 800여 명의 사망자를 낳은 사스(증급성호흡기증후군) 사이의 전파력을 지닐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최근 사람 사이의 전염성이 확인된 데다 중국 설인 춘절을 앞두고 발생해 중국인 수십억 명이 국내외로 이동하는 이 시기 이후 환자가 대거 쏟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WHO는 감염 예방을 위한 위생 수칙을 잘 지켜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손을 자주 씻고 기침이나 재채기를 할 때는 입과 코를 가려야 하며 폐렴 증상을 보이는 사람과는 가까이 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우한 폐렴'의 세계적인 비상사태 선포 여부를 제네바 현지시각으로 23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WHO는 22일 긴급 위원회를 열어 우한 폐렴의 원인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해 논의했으며, 이튿날 다시 위원회를 열기로 했다. 테드로스 아드하놈 게브레예수스 WHO 사무총장은 비상사태 선포 여부를 충분한 정보와 고려를 통해 결정할 것이라면서 "그 결정은 내가 매우 심각하게 고려하는 것 가운데 하나"라고 말했다. 세계적인 비상사태는 가장 심각한 전염병의 경우에만 사용하는 규정으로, WHO가 비상사태를 선포하면 해당 전염병 발생 국가에 교역, 여행 등을 자제하라는 권고가 각국에 전달되고 국제적 의료 대응 체계가 꾸려진다. 만일 WHO가 우한폐렴에 대해 비상사태를 선포한다면 지난 10년 사이 6번째 사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