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프리존= 유병수 기자] 지난 22일 한남동 오체투지 이어 '고(故) 문중원 기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한 시민대책위원회'는 25일 한국마사회 측에 "진상규명 등을 위한 교섭에 응하라"고 촉구했다. 고인은 작년 11월 29일 한국마사회의 부조리한 마방(馬房·마구간) 운영 등을 비판하는 유서를 남기고 숙소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시민대책위원회는 60일째 장례조차 못하고 광화문서 오체투지를이어간 가운데 25일 오전 서울 광화문 근처에 마련된 시민분향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마사회가 교섭에 불성실하게 대응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한 조교사 승부조작 압박에 괴로움 호소를 하며, "마사회는 설 연휴가 끝나기 전 문중원씨의 죽음에 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개선 교섭에 성실히 임하라"고 대책위는 요구했다.
이날 최준식 시민대책위원장은 7명 기수, 관리사 죽었는데도 징계 無라며, "흩어졌던 가족도 모이는 설날에 우리는 문중원씨의 시신을 곁에 둔 채 심통한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다"며 "어젯밤 12시까지 (마사회와) 교섭했지만 끝내 합의에 이를 수 없었고, 설날이라도 교섭을 이어나가자고 요구했지만 끝내 불발됐다"고 말했다.
문씨의 아내 오은주씨는 지난해 11월 마사회 비리를 고발하는 유서를 남긴 채 세상을 떠났다며 "작년 명절에는 남편, 아이들과 함께 명절 음식을 먹으며 덕담을 주고 받는 행복한 명절을 보냈지만 이번 설에는 제 남편이 차가운 시신으로 누워있다"며 "설 전에 장례를 치르고 남편을 따뜻한 곳으로 보내주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해 마음이 무너진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들은 "마사회 경영진은 부산경남경마공원에서의 (14년간 스스로 목숨을 끊은) 7명의 죽음에 대해 손톱만큼의 애도도, 책임도 느끼지 않고 있다"며 "설 연휴 전 해결을 위해 유족과 동료, 시민들이 과천 경마장에서 청와대까지 4박5일 동안 오체투지까지 벌였으나 해결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와관련 모 라디오에서 말을 타는 기수에게 승부 조작을 요구하는 일이 실제 빈번했고 특히 마방이라는 걸 얻기 위해서 각종 비리가 펼쳐지고 있다며 누군가는 죽을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라고 증언을 했다.
그러면서 설날인 광화문에서 "고인의 유서에도 써 있던 경마 기수에 대한 부당 행위와 이를 사주한 마사회 책임자에 대한 처벌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고인과 유가족의 억울함을 풀 수 없을 것"이라며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해 시민대책위는 전력을 대해 싸울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마사회는 경찰 수사 결과에 따라서 엄정한 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을 밝힌바 있으나 해결조차 어두운 상태이다. 기수였던 문씨는 2015년에 조교사 자격증을 취득했으므로 마사대부 심사만 통과하면 마방을 배정받을 수 있었지만, 실제로는 심사에서 계속 떨어지며 5년간 마사대부 업무를 하지 못했다. 마방을 배정받는 사람을 가리키는 '마사대부'는 조교사 면허 보유자 중 심사를 통해 선발된다.
하지만 60여 일이 훌쩍 지난 지금까지도 유족들은 장례를 치르지 못하고 있다. 시민대책위는 2월 초 부산, 과천, 제주 등에서 '죽음의 경주를 멈추도록' 마사회에 촉구하는 투쟁을 전개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