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프리존=이흥수 기자]영화 ‘택시운전사’는 올해 첫 천만 관객를 돌파한 영화이자, 한국 영화로는 15번째, 통산 19번째 기록이다. 5.18 민주화운동을 다룬 실화를 바탕으로 한 휴먼영화 ‘택시운전사’는 1980년 5월의 광주를 취재했던 ‘푸른 눈의 목격자’ 독일의 위르겐 힌츠페터 기자와 서울에서 그를 태우고 광주까지 간 평범한 소시민 택시운전사 김만섭을 통해 ‘그날’을 이야기한다.
장훈 감독의 새영화 ‘택시운전사’의 모티브는 한국의 민주화에 기여한 공로로 2003년 제2회 송건호 언론상을 받은 독일 언론인 위르겐 힌츠페터의 수상 소감이 담긴 신문 기사였다.
계엄하의 삼엄한 언론 통제를 뚫고 유일하게 1980년 광주를 취재해 다큐멘터리 ‘기로에 선 대한민국’으로 전세계에 5.18의 사실적인 실상을 알린 위르겐 힌츠페터. 그리고 그해 광주 도심으로 힌츠페터를 태우고 들어갔다 온 평범한 소시민이자 익명의 존재로 남은 택시기사 김사복씨. 카메라 렌즈는 이들이 광주까지 가는 길, 광주에서 만난 다양한 사람들, 그리고 택시기사의 마음속 행로를 따라가며 실재했던 두 사람의 관점으로 ‘그날’을 담아낸다.
영화는 무겁고 아픈 5.18의 옷을 벗고 웃음과 여유를 가미하지만 결코 5.18 민주화 운동의 정신과 진정성을 훼손하지는 않는다. 이미 익숙한 아픔을 마주하는 관객들의 부담을 덜어 주어 작품 속 몰입을 돕는다. 생채기난 지나간 상처를 너무 진지하게 받아들여서 오히려 그 묵직함에 짓눌리기보다는 활발한 명랑한 분위기로 무게를 덜어내고 똑바로 바라볼수 있기를 이제는 한숨과 통곡을 한쪽에 치워놓고도 그날을 기억할 수 있기를 기원하는 마음이 든다.
극이 보여주고자 하는 것은 ‘1980년5월 그날의광주’가 아니라 어쩌면 ‘그날이후 우리들 자신’이다. 그들과 함께하지 못한 죄책감에 괴로워하면서도 과거를 제대로 품고 가기보다는 어떻게든 피하며 잊으려고만 하는 모습은 ‘5월의 광주’라는 피할수 없는 역사적 상처 앞에서 그동안 우리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뒤돌아보게 한다.
빈틈없는 명품 연기. 그리고 전매 특허 ‘소시민 페이소스’로 택시운전사를 든든하게 이끌며 관객을 웃고 울리며 찐한 감동을 우리에게 선사한 김만섭역의 송강호. 겉으로 보이는 단순한 표정 이면의 동요와 갈등, 마음의 행로를 복합적이고 심도 있게 그리고 농밀하게 표현한 사실적 연기가 감탄을 자아낸다.
시대극에서 빛을 발하는 진정한 ‘국민배우’임을 다시 한번 증명한 셈이다. 그리고 ‘괴물’ ‘변호인’ 이번 영화까지 첫 “트리플 천만 배우” 타이틀까지 배우 송강호는 살아있는 레전드 전설로 불리어도 무방한 위대한 명품 연기의 최고봉이다.
영화는 등장인물들을 통해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라는 근원적인 질문을 던진다. 평범한 사람들인 그들의 이야기가 내가 저 상황에 처했다면... 이라는 생각으로 연결되어, 비단 과거 속 남의 일이 아닌 현재 우리의 일 일수도 있다는 점을 시사하며 강한 울림을 전해준다.
다행히 영화는 5.18을 전부 담아내려는 과욕을 부리지 않는다. 선동이나 비장감 등으로 관객을 긴장시키지도 않는다. 다만, 비장한 사명감이나 신념을 따지기 앞서 사람이 해서는 안 되는 일에 맞서, 사람으로서 자기가 해야 할 일을 보여준다.
영화 ‘택시운전사’를 보고 난 느낌은 무겁고 아픈 주제에도 유머과 페이소스를 가미해 재미와 감동 두 마리 토끼를 잡았고, 기존의 작품들과는 달리 사건보다는 인물들에 포커스를 맞춘 사실적 휴머니즘에 긴장감을 넣기 보다는 담담히 스토리텔링식으로 이야기를 전개시켰고, 너무도 평범한 택시운전사 만섭의 눈에 비친 시대의 모습과 소시민의 마음 속 격랑을 따라가면서, 역사는 위인들로 인해 이뤄지는 거대한 어떤 것이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의 작은 선택과 용기가 모여서 이뤄져 가는 게 아닐까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는 교훈적이고 감동적인 영화였다.
그리고 한가지 덧붙일 것은 많은 분들이 영화 관람 후 5.18 민주화 운동에 대한 깊은 관심을 갖게 되었고, 자발적으로 실화, 실존 인물, 실제 영상 등을 직접 찾아보고 서로 공유하고 광범위하게 역사의 진실을 찾기 위한 행동들이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 모든 것들이 다시 5.18의 진실을 알아가는 밑거름과 자양분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