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프리존=이흥수 기자] 작품의 개념과 활동 반경의 끊임없는 변화를 반영하는 사진작가 이명호가 최근작들을 선보이는 개인전 ‘이명호-까만 방, 하얀 방 그리고 그 사이 혹은 그 너머’展을 지난 8월31일 안국역에 있는 사비나 미술관에서 열었다.
이명호 작가는 들판의 나무 뒤에 흰 캔버스를 배경으로 설치하고 나무 고유의 아름다운 형상이 드러나도록 사진을 찍는 ‘나무 연작(Tree Series)’으로 잘 알려졌다. ‘예술-행위 프로젝트(Art-Act Project)’라고 명명한 이명호 작가의 작업과정은 여행을 통해 촬영 대상이 될 수 있는 자연을 물색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작업의 대상을 발견하면 많은 장비와 스텝을 동원해 그곳을 찾아가 자연을 ‘재현(再現)’하거나 ‘재연(再演)’하는 장치를 설치한 후 카메라에 담아 우리가 익숙하게 바라보는 대상에 대한 인식의 전환을 불러일으킨다. 이번 전시에서는 작가가 그동안 까만 방과 하얀 방에 비유했던 카메라 옵스큐라와 카메라 루시다의 개념, 그리고 그 두 사이의 개념을 공간 설치를 통해 보여준다. 먼저 회색의 공간인 1층 전시장은 ‘어떤 것도 아닌 그러나 모든 것인 연작(Nothing but Everything Series)’을 처음으로 선보이며, 까만 방인 카메라 옵스큐라와 하얀 방인 카메라 루시다의 이론적 원리가 교차되는 중간 지점을 상징한다.
2층 전시장은 ‘나무 연작(Tree Series)’의 개념을 담은 하얀 방으로, 지하 전시장은 ‘신기루 연작(Mirage Series)’의 개념을 담은 까만 방으로 각각 구성하고 각 공간마다 거대한 구조물을 설치한다. 마치 카메라 뷰파인더로 보듯 작은 구멍으로 이미지가 생성되고 사라지는 찰라의 현상을 경험하게 함으로써 카메라에 의해 담겨진 이미지에 대한 사실과 진실에 대한 물음을 던진다.
작가는 이번 전시에 대해 “나무 뒤에 캔버스를 설치함으로써 나무의 온전한 모습을 드러내는 ‘나무 연작(Tree Series)’, ‘나무… 연작(Tree… Series)’은 그러한 드러냄, 즉 ‘재현’에 대한 의미를 환기시키며, 사막 위에 캔버스를 설치함으로써 사막의 한 켠에서 넘실거리는 바다 또는 일렁이는 오아시스와도 같은 신기루를 만들어내는 ‘신기루 연작(Mirage Series)’은 그러한 만들어냄, 즉 ‘재연’에 대한 의미를 환기 시킨다.
이번 전시에서는 어딘가에 캔버스를 설치한다는 점은 동일하나 가시적으로 무언가를 드러내거나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혹은 비가시적으로 어떤 것도 담고 있지 않으나 모든 것을 품고 있다는 의미로써 ‘어떤 것도 아닌 그러나 모든 것인 연작(Nothing but Everything Series)’은 그러한 담아냄과 품어냄, 즉 ‘사이 혹은 너머’의 의미를 가진다.”라고 밝혔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결국 본다는 것, 보이는 현상과 허상, 그리고 보이지 않지만 존재하는 세계를 아우르며 이미지와 이미지 사이의 개념, 그 너머의 개념을 담아낸다. 또한 본 전시는 그 간의 ‘예술-행위 프로젝트’의 결과물인 사진을 중심으로 보여 왔던 전시의 방식을 공간설치로 확장시킴으로써 예술의 본질에 다가가기 위한 작가의 철학과 개념을 입체적으로 담아낸 전시로의 의미를 갖는다.
이명호 작가는 ‘예술-행위 프로젝트’를 연작 별로 설치해 보이지 않는 세계를 볼수 있게 이끌어 준다. 작품 전시는 9월29일까지 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