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컸다. 실력이 아니라 천운(天運)이 우리를 따랐던 것일까!
1994년 미국월드컵 최종예선의 데자뷔를 보는 듯 하다. 일본이 도하 참사라 불렸던 일본-이라크의 경기가 오버랩되는 것은 나만의 착각일지 모른다. 끝내 구겨진 한국축구의 자존심은 회복되지 못했고, 천신만고 끝에 러시아 월드컵 본선 진출을 어부지리로 확정지으며 최종예선을 산뜻하게 유종의 미를 거두지 못했다.
그러나 이젠 모든걸 잊어야 한다. 새로운 그릇에 새로운 양식을 담아야 한다. 감독도 선수도 정신 재무장을 하고 지금까지의 경기를 거울 삼아 무엇이 잘못되었나를 면밀히 검토하고 분석하여 본선에서의 강팀들과의 일대일 대응전략. 전술을 새롭게 짜야 할 때이다. 9개월이라는 시간을 어떻게 운용하느냐에 따라 길 수 도 짧을 수 도 있다. 하지만, 조급해 하거나 아주 급하게 서두를 필요가 없다. 본선 시나리오에 맞쳐 거기에 맞는 로드맵을 구성하여 하나하나 단점은 보완하고, 장점을 극대화시키면 월드컵 본 무대에서 경쟁력을 충분히 발휘할 것이며, 기라성같은 세계 축구 강국들과 어깨를 나란히 겨를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가장 큰 문제로 대두되는 것은 고질적인 골 결정력의 부재다. 한국 축구의 영원한 숙제이기도 하다. 마지막 최종예선 이란전. 우즈벡전 연속 2게임 무득점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과제다. 확실할 때 넣어주는 골 집중력을 제일 먼저 키워야 될 0순위다. 그리고 먼저 수비 조직력을 강화해 공수균형을 맞쳐야 한다. 한국 축구의 특유의 공격축구가 살아나려면 우선 탄탄한 수비가 뒤를 받쳐줘야 한다. 이란전보다 우즈벡전에 공격력이 살아나고 골은 넣지 못했지만 골대에 맞히는 유효슈팅이 여러번 나왔다. 이같이 수비에서 작은 실수들이 반복돼 상대방이 역습을 시도할 때는 불안한 모습이 자주 노출되었다. 추후 국내·외 평가전에서 해외파와 국내파가 손발을 집중적으로 맞추어 공수조직력을 최대한 끌어올려야 본선에서의 이런 실수를 허용치 않을 것이며, 승리라는 공식으로 귀결된다는 것을 반드시 명심해야겠다.
그리고, 팀워크의 조화다. 선수들은 해외파·국내파를 떠나 대한민국 태극마크 국가대표라는 책임감과 사명감을 가진 진정한 하나의 ‘ONE TEAM’으로 되어야 하고 뭉쳐야 한다. 국가에 헌신할 마음이 없는 선수는 러시아행 비행기에 오를 자격이 없다. 능력과 실력이 뛰어나더라도 인성에 문제가 있거나 팀 동료들과 불협화음을 일으키는 선수들은 과감히 배제하고 팀 조직력에 융화하고, 추구하는 공수조직 극대화에 적극 발맞추고 동참하는 선수들을 기용해야 한다. 감독도 소신껏 선수를 하나로 통솔할 수 있어야 하며, 시스템을 통해 선수들이 왜 하나의 원팀이 돼야 하는지를 정확히 스스로 일깨워 줄 수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도 여론 눈치 보지 말고 팀에 불화을 일으키거나 해가 되는 선수들은 과감히 내치고, 개성 강한 선수들을 하나의 방향. 목표로 집중시키는 강력한 리더쉽을 발휘케 해야 한다. 그리고, 이제 축구협회도 반성하고 변해야 한다. 남은 본선까지 신태용호가 소신껏 끝까지 항해할 수 있는 분위기를 적극적으로 만들어줘야 하고, 한국 축구의 색깔을 다시 찾고 본선에서의 좋은 성적을 올릴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