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프리존,대전=이기종 기자] 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생명과학과 석·박사 졸업생(1983년)인 미국 하버드 의대 김광수 교수가 세계 최초로 파킨슨병을 앓고 있는 환자 본인의 피부세포를 도파민 신경세포로 변형해 뇌에 이식하는 방법으로 환자 맞춤형 줄기세포 임상 치료에 성공했다고 2일 밝혔다.
파킨슨병은 치매, 뇌졸중과 더불어 3대 만성 퇴행성 뇌 신경계 질환이며 국내에만 11만 명에 달하는 환자가 있고 그 수는 매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영화배우 마이클 제이 폭스, 前 세계 헤비급 챔피언 무하마드 알리, 264대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등 유명 인사들이 투병했으며 전 세계적으로 1천만 명의 환자가 있다.
이 병의 발병 원인은 뇌에서 신경 전달 물질 도파민을 분비하는 신경세포가 사멸하기 때문이며 근육의 떨림, 느린 움직임, 신체의 경직, 보행 및 언어 장애 등의 증상을 가진다.
지난 2012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인 일본의 신야 야마나카(Shinya Yamanaka) 교수가 '유도만능 줄기세포(induced pluripotent stem cells, iPS)' 제조 기술을 개발했지만 이 기술이 뇌 질환 환자치료에 적용돼 성공한 사례는 아직 없다.
또 지난 2017년 전 세계적으로 단 한 명의 환자(황반변성증)가 자신의 유도만능 줄기세포를 이용해 세포치료를 받은 적이 있긴 하지만 병의 호전은 일어나지 않았다.
이번 김광수 교수 연구팀은 이러한 제한점을 해결하고 세계 최초로 환자의 피부세포를 도파민 신경세포로 만드는 '역분화 줄기세포' 기술로 파킨슨병 환자를 임상 치료하는 데 성공했다.
파킨슨병의 맞춤형 줄기세포 치료를 위해서는 환자의 체세포를 안정적으로 줄기세포로 전환한 뒤 이를 다시 도파민 세포로 분화시킨 후 뇌에 이식해야 한다.
이 모든 과정은 고효율로 진행돼야 하며 유해성이나 부작용이 없어야만 가능하다.
이런 난관을 극복하기 위해 김광수 교수는 맞춤형 줄기세포 치료를 위한 연구에 오랫동안 집중해 왔다.
김광수 교수 연구팀은 지난 2009년과 2011년에 각각 바이러스를 사용하지 않고 환자의 세포로부터 유도만능 줄기세포를 제작하는 기술을 최초로 개발해 파킨슨병 동물 모델에 적용할 수 있음을 보고했다.
또 도파민 신경의 분화 메커니즘을 밝혀 줄기세포를 효율적으로 분화하는 원리를 제시했다.
이후 지난 2017년에는 역분화 과정에서 발생하는 대사 변화의 메커니즘 규명을 통해 임상 적용이 가능한 새로운 역분화 기술을 개발했다.
이어 그간 개발한 기술을 기반으로 제조된 도파민 신경세포를 파킨슨 동물 모델에 이식했을 때 암세포 등의 부작용 없이 파킨슨 증상이 현저하게 호전되는 것을 입증하는데 성공했다.
특히 김 교수팀은 20여 년간 연구해온 기술을 활용해 까다롭기로 유명한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최종 승인을 받고 FDA 요청에 의해 지난 2017년과 2018년 2차례에 걸쳐 69세 파킨슨병 환자에게 도파민 신경세포를 면역체계의 거부반응 없이 작용토록 세계 최초로 이식 수술을 진행했다.
이후 2년 동안 PET, MRI 영상 등 후속 테스트를 마친 후, 올 5월 임상 치료에 성공했음을 발표했다.
김광수 교수는 "향후 안정성과 효능성 입증을 위해 더 많은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실험이 필요하며 FDA의 승인을 위해 필요한 절차를 밟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10여 년 정도 후속 연구를 계속 성공적으로 수행하면 맞춤형 세포치료가 파킨슨병 치료를 위한 또 하나의 보편적인 치료 방법으로 자리 잡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달 14일 뉴잉글랜드 의학 저널(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 NEJM, IF=70)는 김 교수팀 연구결과에 대해 환자의 피부세포를 변형, 신경전달물질 도파민을 생성케 한 후 이를 파킨슨병 환자의 뇌 깊숙이 주입 시킨 결과, 면역체계의 거부반응 없이 구두끈을 다시 묶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수영과 자전거를 탈 정도로 운동능력을 회복했다고 소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