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프리존,대전=이기종 기자] 한국연구재단(NRF)은 인하대학교 생명과학과 조장천 교수팀은 이상희 교수(명지대), 차창준 교수(중앙대) 등과 한강에 존재하는 파지에서 항생제 내성의 원인이 되는 유전자를 찾고 이를 한강 바이롬 베타락탐 분해효소(HRV) 등으로 명명했다고 9일 밝혔다.
지난 1928년 페니실린의 발견 이후 항생제는 감염성 세균 질환의 대표적인 치료제로 사용됐다.
항생제는 병원성 세균에 감염된 수많은 사람의 목숨을 살렸지만 오남용으로 인해 항생제 내성(耐性) 세균이 계속 출현하는 것이 큰 문제가 되고 있다.
또 지속적으로 새로운 항생제를 개발하였으나 여러 항생제에 동시 다발적으로 내성을 갖는 슈퍼박테리아가 등장하며 항생제 치료법은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여러 계열의 항생제 중 페니실린, 세팔로스포린, 카바페넴과 같은 베타락탐계 항생제는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으며 특히 카바페넴은 그람음성 병원균 치료의 ‘마지막 보루’라고 여겨지는 항생제다.
베타락탐계 항생제에 저항성을 나타내는 세균은 베타락탐 분해효소(β-lactamase)를 이용해 항생제에 있는 베타락탐 고리를 분해함으로써 항생제를 무력화시킨다.
이 베타락탐 분해효소는 항생제에 노출된 병원성 세균에서 자주 발견되며 심지어는 항생제에 노출된 적이 전혀 없는 환경의 미생물에서 발견되기도 한다.
또 박테리오파지(파지)는 세균을 감염하는 바이러스로 지구상에 가장 많은 수로 존재하는 생물학적 실체이다.
특히 강, 바다와 같은 물 환경에 존재하는 바이러스의 90% 이상은 파지이고 세균에 감염하여 숙주 세균의 유전자를 우연히 습득한 후 다른 세균에게 전달한다.
이 때문에 학자들은 파지가 세균의 항생제 내성 유전자를 습득하고 이를 다른 세균에게 전파할 수 있다고 생각해 왔다.
그러나 파지를 연구하기 위해서는 분리와 배양이 필수적이지만 파지의 숙주 세균의 배양이 어려워 파지 연구에는 제약이 많다.
최근 국제연구결과에 의하면 바이러스 메타유전체에서 발견되는 항생제 내성 유전자는 그 기능이 없는 것으로 드러나 파지 유전체에서는 항생제 내성 유전자가 선택되지 않는다는 의견이 비중 있게 제시됐다.
이번 연구팀은 이러한 제한점을 해결하기 위해 한강 표층수를 채취하고 세균을 제거한 다음 바이러스 농축과 핵산 추출 과정을 통해 130만개의 염기서열 조각을 얻었고 이 과정에서 환경 바이러스 중에서는 최초로 활성이 있는 항생제 내성 유전자를 발견했다.
연구과정을 보면 대용량의 환경바이러스 유전체를 조사하면 실제 기능성이 있는 항생제 내성 유전자를 바이러스에서 발굴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제 하에 연구를 진행했다.
이어 항생제 내성 유전자 전달 경로 중 하나인 파지 감염을 통해 전파되는 항생제 내성 유전자를 모니터링하고 추적하기 위해 우리나라 대표적 도시하천인 한강의 6개 지점에서 각 10리터의 표층수를 채취하고 세균을 제거한 후 바이러스만 농축했다.
이렇게 농축한 바이러스에서 핵산을 추출한 다음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방법을 사용해 바이러스 메타유전체(바이롬, Virome)의 염기서열 정보를 얻었다.
이 바이롬 분석법은 아직까지 배양되지 않아 그 존재가 알려지지 않은 많은 양의 파지 유전자를 대용량으로 분석할 수 있는 방법이다.
이후 한강 바이러스 메타유전체 분석으로부터 약 130만개의 조립된 유전자 조각을 얻었으며 여기에서 25개의 다양한 항생제 내성 유전자를 발견했다.
이 25개의 항생제 내성 유전자는 베타락탐, 폴리믹신, 반코마이신 등 항생제에 내성을 보이는 유전자이며 파지 유전체 내에 존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로 인해 한강 바이러스 유전체에서 발견된 항생제 내성 유전자 중 4개의 유전자는 가장 자주 발견되는 항생제 내성 유전자인 베타락탐 분해효소 유전자로 판명됐다.
이들 유전자의 염기서열을 계통발생학적으로 자세히 분석한 결과로 유전자 내에 효소의 활성화 자리가 잘 보존되어 있으며 지금까지 보고된 어떤 베타락탐 분해효소 유전자와도 연관관계가 매우 낮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또 파지 유전체에서 발견된 베타락탐 분해효소 유전자를 대장균에서 발현시켜 항생제 내성을 실험한 결과로 페니실린, 세팔로스포린, 카바페넴 등의 베타락탐계 항생제에 대하여 대조군에 비해 최대 16배 강한 내성을 보이는 것이 입증됐다.
특히 그람음성 병원균 치료의 ‘마지막 보루’라고 여겨지는 항생제인 카바페넴계 항생제에도 저항성이 나타나서 광범위 내성 유전자로 확인됐다.
이 유전자는 환경에 존재하는 비배양성 바이러스에서 발견되어 기능이 입증된 최초의 항생제 내성 유전자이다.
이들 유전자의 생산물인 베타락탐 효소를 각 항생제 내성 기작에 기초해 HRV-1(한강 바이롬 베타락탐 분해효소-1; Han River Virome β-lactamase-1)과 HRVM-1(한강 바이롬 메탈로베타락탐 분해효소-1; Han River Virome Metallo-β-lactamase-1)으로 명명했다.
HRV-1과 HRVM-1유전자를 이용해 전 세계 각지에서 수행된 바이롬 데이터 내 유사한 유전자를 탐색한 결과에 의하면 미국 콜롬비아 강에서 HRV-1과 유사한 유전자를 발견했고 싱가포르의 강에서는 HRVM-1과 유사한 유전자를 발견할 수 있었다.
연구 관계자는 “파지 유래 항생제 내성 유전자가 존재하고 전파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항생제 내성 유전자 이동을 추적하기 위해 파지 유전체에 대해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추진하는 선도연구센터지원사업과 환경부 환경기술개발사업 등의 지원으로 수행됐고 국제학술지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에 6월 1일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