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프리존,대전=이기종 기자] 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바이오및뇌공학과 백세범 교수팀이 뇌신경과학 연구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실험용 쥐의 뇌 절편 영상을 자동으로 보정하고 규격화해 신경세포의 3차원 분포정보를 정확하게 얻을 수 있는 핵심 분석 기술을 개발했다고 9일 밝혔다.
뇌 슬라이스 이미지 분석은 뇌신경과학 연구에서 매우 광범위하게 사용되며 이를 이용해 여러 뇌영역에서의 복잡한 신경 연결을 단일 세포 수준에서 관측하기 위해 많은 기술들이 개발됐다.
하지만 현재 대부분의 뇌 슬라이스 분석은 연구자의 경험에 의존하는 수동적인 기법에 의존하고 있으며 여러 개체에서 얻은 데이터 간의 표준화된 비교가 불가능하다.
통상 쥐의 뇌 절편 영상을 이용한 연구에서는 특정 단백질에 형광물질을 발현시킨 뇌를 잘라 신경세포의 분포 등을 분석하는 방법이 광범위하게 사용된다.
이때 형광을 발현하는 신경세포를 현미경을 통해 연구자의 육안으로 관측하고 얼마나 많은 신경세포가 뇌의 어느 특정 영역에 위치하는지 일일이 수동적으로 분석한다.
이 방법은 연구자의 경험에 크게 의존하여 오차가 클 수밖에 없고 각각의 개체에서 관측된 신경세포의 위치나 수량을 표준적인 공통의 방법으로 동시에 분석할 수 없다는 한계를 갖고 있다.
이번 연구팀은 이러한 제한점을 해결하기 위해 3차원 표준 쥐 뇌지도 데이터베이스를 이용해 자동으로 뇌 이미지에서 신경 세포의 표준화 보정된 3차원적 위치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기법을 개발하고 이를 이용해 전체 뇌 영역의 신경 세포 연결 구조를 정확하게 관측할 수 있는 핵심 기술을 제시했다.
연구과정을 보면 미국의 Allen Brain Atlas 프로젝트에서 제공한 쥐 두뇌의 3차원 표준 데이터에 기반해 임의의 각도에서 잘라낸 뇌 절편 이미지들을 SURF(Speeded Up Robust Feature Points) 특징점과 HOG(Histogram of Oriented Gradients descriptor) 형상 기술자를 이용하여 데이터베이스와 비교하는 계산적인 분석 방법을 사용했다.
이번에 개발된 기술은 실험 중 왜곡되거나 변형된 뇌 이미지를 자동으로 보정하고 표준화된 3차원 뇌지도에 투영해 특정 뇌 영역에 존재하는 뇌 세포들의 위치 정보를 얻어낸다.
이 기술을 통해 여러 뇌 샘플의 신경 세포를 표준 3차원 공간에서 비교했고 쥐의 외측 슬상핵과 시각 피질의 연결 구조 확인을 통해 기술의 정확성과 신뢰성을 검증했다.
또 실험자의 경험에 의존하던 기존 분석 방식의 문제점을 해결하는 한편 여러 개체에서 얻은 뇌 이미지를 표준적인 3차원 지도상에서 비교 분석할 수 있도록 한다.
이는 기존의 개체별 분석에서는 관측하기 힘든 뇌세포 간 상호 연결 형태의 정확한 공간적 분포를 발견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특히 생명과학과 이승희 교수팀과의 협력 연구를 통해 실험에서 얻어진 쥐의 뇌 절편 데이터를 분석했는데, 이 기술을 적용한 결과 시각시스템의 초기구조인 외측 슬상핵(Lateral geniculate nucleus)과 시각피질 (Visual cortex) 사이의 정확한 연결 구조 분포를 측정했다.
이는 기존 분석 방식으로는 불가능했던 다중 개체로부터 얻어진 데이터의 표준화를 통해 뇌 전역에 걸친 신경세포의 연결성을 분석할 수 있음을 확인한 것이다.
이 연구결과에 의하면 실험에서 얻은 뇌 이미지와 가장 잘 일치하는 데이터베이스의 3차원 위치를 100마이크로미터(μm), 1도 이내의 오차로 찾아낼 수 있었다.
이로 인해 향후 이 기술을 활용하면 다양한 기법으로 생성된 뇌 슬라이스 이미지를 이용해 신경세포의 3차원 위치를 뇌 전체에서 자동적으로 계산할 수 있어 기존의 방법으로는 분석하기 어려운 수천~수만 개의 신경세포들의 정확한 뇌 내 분포 위치 및 상대적 공간 배열을 한 번에 분석하는 것이 가능하다.
또 신경세포들의 연결성을 표준적으로 보정된 3차원 공간에서 표현할 수 있어 특정 뇌 영역 간의 연결은 물론 뇌 전역의 네트워크 분포를 여러 개체의 데이터를 사용해 동시분석도 가능하다.
6월 현재 백 교수 연구팀의 이 기술은 KAIST내 여러 실험실과 미국 MIT, 하버드(Harvard), 칼텍(Caltech), UC 샌디에고(San Diego) 등 세계 유수 대학의 연구 그룹에서 진행하는 뇌 신경 세포의 네트워크 분석에 활용되고 있다.
백세범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개발된 기술은 형광 뇌 이미지를 이용하는 모든 연구에 바로 적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 밖에 다양한 종류의 이미지 데이터에도 광범위하게 적용 가능하다”고 말했다.
뇌인지공학프로그램 최우철 박사과정과 송준호 연구원이 공동 제1저자로 참여한 연구결과는 국제 학술지 ‘셀(cell)’의 온라인 자매지 ‘셀 리포츠(Cell Reports)’ 에 5월 26일 게재됐다.
이 연구는 한국연구재단의 이공분야기초연구사업 및 원천기술개발사업, KAIST의 모험연구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