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프리존,대전=이기종 기자] 코로나19로 인해 발생한 국가적 위기와 국민 경제적 고통 등을 고려해 정부 차원에서 ‘과학의 달’ 행사를 취소하거나 축소한 상황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기관은 언론을 대상으로 기관 예산을 관행적으로 사용한 것이 본지의 정보공개 취재로 3일 드러났다.
매년 4월은 정부 차원에서 ‘과학의 달’로 기념해 진행하고 있고 이를 위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그 산하 기관들은 청소년 등을 대상으로 다채로운 행사를 추진한다.
이 과학의 달은 지난 1969년 ‘과학의 날에 관한 규정’에 의해 확대가 된 것으로 ‘과학의 날’의 기념은 과학기술에 대한 국민의 인식을 제고하고 과학기술의 혁신 분위기를 확산시켜 국가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제정됐다.
우리나라의 ‘과학의 날’ 시초는 영국의 생물학자이자 진화론의 창시자 찰스 다윈의 기일 50주년이 되던 해인 지난 1934년 4월 19일에 실시한 ‘제1회 과학데이 행사’로 알려져 있다.
이후 정부는 지난 1969년 ‘과학의 날에 관한 규정’에 의해 과학기술처(과학기술정보통보통신부 전신) 개청일인 4월 21일을 ‘과학의 날’로 지정했다.
최근 ‘과학의 달’과 관련한 행사 및 홍보의 수준을 보면 과기정통부가 중앙행정기관, 지방자치단체(광역, 기초), 교육자치단체(광역, 기초), 대학교, 산하 공공기관, 소속기관,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공사립과학관, 과기정통부 소관 비영리단체 등을 대상으로 보낸 ‘2018년 4월 과학의 달 포스터 배포 및 홍보 협조 요청’ 공문에 잘 나타나 있다.
그 내용을 보면 “우리 부는 매년 과학의 날(4. 21) 및 정보통신의 날(4. 22)을 맞이하여 4월을 ‘과학의 달’로 지정하고 국민들과 과학기술 성과를 공유하면서 과학문화의 대중화를 촉진하는 다양한 행사들을 기획·추진하고 있다”며 “귀 기관은 ‘4월은 과학의 달’ 포스터를 배포하고 홍보 활동에 참여해 주실 것을 요청 드리오니 올해 행사도 국민의 관심과 참여 속에 내실 있게 추진될 수 있도록 적극 협조하여 줄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올해에는 세계적 대유행병인 코로나19로 인해 정부 차원에서 모든 국가적 행사를 취소하거나 축소를 했다.
또 국민의 경제적 고통을 분담하고 이를 감내하기 위해 정부 차원에서도 대통령과 정부 고위공무원을 비롯해 지자체장, 공공기관 임직원 등까지 월급 반납(30%)을 했다.
특히 정세균 국무총리는 지난 4월 20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국가적 위기 상황에 대해 엄중함을 국민에게 호소했다.
여기에서 정 국무총리는 “지난 1월 20일 국내에서 첫 환자가 발생한 이후 계속된 코로나19와의 싸움이 오늘로 석달째”라며 “국민들의 일상은 사라지고 학생들은 학교에 가지 못하고 있다. 기업은 생존 문제에 직면하고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이다. 우리 곁에 봄은 왔지만 여전히 달력 속에 박제되어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분위기에 따라 과기정통부도 올해 ‘2020년 과학·정보통신의 날 기념식’을 코로나19 국가적 시행 대책인 ‘사회적 거리두기’에 맞춰 행사를 대폭 축소하고 그 행사를 온라인으로 공개했다.
특히 행사적 규모에 있어서 지난해 800여명이 참석한 행사와 비교하면 이날 참석자는 최기영 과기정통부 장관, 허욱 방통위 상임위원, 이우일 과총 회장, 이계철 ICT대연합 회장 등 소수의 과학기술·정보통신 분야 주요 인사와 대표 수상자 등만 참석했다.
그러나 이러한 국가적 위기 인식과 국민 경제적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지난 4월 기점으로 과기정통부 산하 기관이 언론을 대상으로 한 예산 집행 실태는 역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과기정통부와 산하 기관인 소속기관 및 유관기관을 대상으로 정보공개 청구를 했다.
청구 내용을 보면 최근 3년(2018~2020년) 3~5월간 예산 사용 현황 및 문건이며 한국언론진흥재단을 경유했거나 위탁한 예산 등을 조사했다.
이 대상에서 먼저 과기정통부 소속기관으로 우정사업본부, 국립중앙과학관, 국립과천과학관, 국립전파연구원, 중앙전파관리소 등이 있다.
다음으로 과기정통부 유관기관에는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와 소관 25개 정부출연연구기관이 있다.
여기에는 한국과학기술연구원, 녹색기술센터,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국가핵융합연구소, 한국천문연구원, 한국생명공학연구원, 한국한의학연구원,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한국표준과학연구원,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한국원자력연구원, 한국생산기술연구원, 한국전자통신연구원, 국가보안기술연구소, 한국건설기술연구원, 한국철도기술연구원, 한국식품연구원, 세계김치연구소, 한국지질자원연구원, 한국기계연구원, 재료연구소,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한국전기연구원, 한국화학연구원, 안전성평가연구소 등이다.
또 4대 국립과학기술원은 한국과학기술원, 광주과학기술원, 울산과학기술원, 대구경북과학기술원 등이다.
기타 연구개발 및 투자지원 관련 기관으로 한국연구재단, 한국과학창의재단, 고등과학원, 나노종합기술원, 한국과학영재학교, 한국뇌연구원, 기초과학연구원,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국가과학기술인력개발원, 한국원자력의학원, 동남권원자력의학원, 국립대구과학관, 국립광주과학관, 한국나노기술원, 국립부산과학관, 과학기술일자리진흥원, 한국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 정보통신산업진흥원, 한국인터넷진흥원,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 한국정보화진흥원, 한국데이터진흥원,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 과학기술인공제회,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정보통신기획평가원 등이 있다.
마지막으로 우체국 관련 기관으로 우체국물류지원단, 우체국금융개발원, 한국우편사업진흥원, 별정우체국연금관리단, 우체국시설관리단 등이 있다.
정보공개 청구와 관련한 답변 중에서 과기정통부는 언론 대상으로 한 정부부처 예산 사용에 대해 “각 실국에 자료제출 요청하여 회신 요청한 결과 ‘언론을 대상으로 지출한 예산’이 없음으로 회신하여 왔다”고 답했다.
이어 과기정통부 산하 기관의 답변을 종합해 보면 각 기관마다 특성에 따라 작년과 동일하게 예산을 사용하거나 더 많이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에서 대전·세종 등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는 국가과학기술연구회와 소관 25개 정부출연연구기관 등을 대상으로 세부적으로 예산 집행 현황을 살펴보면 국가과학기술연구회는 연구회 및 소관 출연(연) 이미지 광고 등을 위해 충청투데이, 중도일보 등 2건에 대해 4,400,000원(작년 6,600,000원)을 집행했다.
또 한국화학연구원은 대전일보, 중도일보, 금강일보, 충청투데이, 디지털타임스, 헤럴드경제, 파이낸셜뉴스 등 7건에 대해 13,550,000원(작년 14,200,000원)을 사용했다.
이어 한국기계연구원은 대전일보, 중도일보, 금강일보, 충청투데이, 디지털타임스, 머니투데이, 헤럴드경제 등 7건에 대해 15,350,000원(작년 15,400,000원)을 사용했다.
NST 등과 같이 예산을 집행한 연구기관은 한국천문연구원, 한국식품연구원, 한국한의학연구원 등이다.
그러나 이러한 기관들과 달리 예산을 더 많이 지출한 사례 중에서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은 대전일보, 중도일보, 충청투데이, 디지털타임스, 파이낸셜뉴스 등 5건에 대해 11,000,000원(작년 6,000,000원)을 사용했다.
그러나 이들 기관보다 더 심각한 것은 지출한 예산에 대해 부분적으로 비공개하거나 전체를 비공개하는 것이다.
먼저 부분적으로 비공개한 사례 중에서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은 6건(M언론, N언론, O언론, P언론, Q언론, R언론) 등에 대해 13,500,000원(작년 10,250,000원)을 집행했다.
또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은 5건(000타임스, 00일보, 00투데이, 00일보, 00일보) 등에 대해 8,250,000원(작년 9,350,000원)을 집행했다.
이어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은 5건(디0000, 중00, 충000, 대00, 과00) 등에 대해 9,900,000원(11,550,000원)을 집행했다.
한편 NST 소관 연구기관 이외의 다른 기관 중에서 국가수리과학연구소는 5건(D일간지, J일간지, C일간지, H일간지, K일간지) 등에 8,950,000원(작년 5,850,000원)을 사용했다.
또 국가과학기술인력개발원은 2건(ㄷ000, ㅊ000) 등에 대해 4,400,000원(작년 1,650,000원)을 썼다.
특히 자료를 공개하지 않은 기관 중 한국항공우주원구원은 본지가 올해 초에 취재했던 내용(2015-2019년 언론홍보비 예산, 언론인 대상 기관장 접촉 현황 등)을 반복 재출해 올해 2020년 해당 기간(3~5월)에 한국언론진흥재단 위탁 등 중간과정을 통해 진행된 예산 현황은 확인할 수 없었다.
또 한국원자력연구원은 “언론사별 예산 계획 및 지출 자료 등 청구인님께서 요청하신 자료를 별도로 보유하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이어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제2조에 따라 ‘정보의 공개’라 함은 ‘공공기관이 직무상 작성 또는 취득하여 관리하고 있는 문서 도면 사진 필름 테이프 슬라이드 및 그 밖에 이에 준하는 매체 등에 기록된 사항을 열람하게 하거나 그 사본 복제물을 제공하는 것 또는 전자정부법에 따른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정보를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러한 원자력연구원의 해명은 타 기관들이 예산을 집행한 과정과 비교할 때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
이번 세종이나 대전 대덕연구단지에 위치한 연구기관은 지방 및 중앙언론으로부터 광고 후원의 공문을 받고 이를 원장 등의 내부적 검토 과정에 따라 결정해 한국언론진흥재단 등의 위탁 경로에 따라 진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과정을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기관 자체에서 기획한 것이 아니라 언론사들로부터 요청을 받고 이뤄졌다는 것이다.
이를 근거로 비교할 때 원자력연구원은 그동안 언론사 대상으로 광고 후원 등 일정 거래가 이뤄지지 않았다면 문제가 없다.
그러나 본지의 정보공개 청구에 대해 제도의 허점(비공개)을 이용해 이를 은폐하거나 아니면 그동안 예산집행 등에 있어서 정상적인 절차가 아닌 임의적이고 비정상적인 절차를 통해 예산을 진행한 사례가 있다면 국비 사용에 있어서 큰 문제가 될 것이다.
이와 관련해 대전에서 활동한 전직 정부출연연구기관 홍보 관계자는 “언론에 게재하는 기관 광고는 매년 실시되고 과학의 달에 집중이 된다”며 “이러한 광고 후원이 이뤄지지 않으면 광고 이외의 다양한 형태로 이뤄진다”고 말했다.
본지가 이번 4월 ‘과학의 달’에 집행한 기관 예산 관련 취재는 일반적으로 이뤄지는 광고 게재에 대해 주목하는 것이 아니다.
정부출연연구기관 등 정부부처 및 공공기관 입장에서 보면 연구 성과와 사업 공고 등을 확대하고 이를 국민에게 전달하기 위해서 적절한 홍보 예산 사용은 필요하다.
그러나 지난 4월은 코로나19로 인해 국가적 위기 상황이 발생했고 그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고위공무원 이상 월급 반납과 더불어 정부 예산 사용의 구조적 지출을 지시했다.
또 국민은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등의 정책을 통해 사회적 활동이 원활하지 않게 돼 경제적으로 고통이 심해지는 시기였다.
이 상황에서 과기정통부 산하 기관이 그동안 해오던 것처럼 예산을 집행한 것과 더불어 이를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