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프리존,대전=이기종 기자] 기초과학연구원(IBS)은 나노입자 연구단 연구팀과 서울대학교 치의학대학원 박경표 교수팀이 방사선 조사 시 유발되는 과량의 활성산소를 극소량의 투여량으로도 제거할 수 있는 나노입자를 개발했다고 7일 밝혔다.
항암 치료‧진단 등 의료분야의 방사선 이용이 증가하면서 세계적으로 피폭 부작용을 감소시키는 약제 개발이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방사선을 쬐면 인체 내 물 분자가 수 밀리 초(ms‧1000분의 1초) 내에 분해되며 과량의 활성산소가 발생한다.
이 활성산소는 세포에 손상을 입히고 심각하면 죽음에 이르게 되는데 방사선 분해로 생기는 과량의 활성산소를 빠르게 제거해 체내 줄기세포 손상을 최소화하는 것이 방사선으로부터 인체를 보호하는 근본적인 방법이다.
현재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은 방사선 보호제는 아미포스틴(Amifostine)이 유일하다.
이 아미포스틴(Amifostine)의 개발 시작은 핵 위협에 따라 방사선 보호제의 필요성이 대두되어 미국 육군 산하 월터리드연구소는 방사선에 의한 부작용을 감소시킬 수 있는 화합물 4000여종을 발굴하고 인체에 사용하기 적합한 약물을 골라냈다.
당시 발굴된 WR-2721 화합물은 개발된 방사선 보호제 중 효능이 가장 뛰어난 것으로 평가받으며 아미포스틴이란 상품명으로 시판되어 방사선 항암치료의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아미포스틴은 전신이 아닌 타액선의 손상만 제한적으로 예방할 수 있고 그 반대로 독성에 의한 부작용 우려가 있고 고농도로 투여해야 효과가 유의미하게 나타나고 그 마저도 30분 내로 분해되어 사용에 제약이 있었다.
이번 연구진은 이러한 제한점을 해결하기 위해 방사선으로부터 전신을 보호하면서 부작용은 줄인 보호제 개발 연구를 시작했다.
연구과정을 보면 활성산소를 제거할 수 있는 나노입자에 주목했다.
활성산소는 세포에 손상을 입히는 모든 종류의 변형된 산소를 말하며 과산화수소, 초과산화 이온, 수산화라디칼이 대표적인 활성산소들이다.
일반적으로 세륨산화물(CeO2)과 망간산화물(Mn3O4)은 패혈증, 파킨슨병, 알츠하이머 등 활성산소 관련 질병 치료에 효능이 있음이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방사선 보호제로 활용하기 위해 다량 투여하면 체내에서 독성을 유발할 수 있어 투여량 최소화가 관건이었다.
이후 나노입자의 구조를 제어해 활성산소 제거능력을 향상시켜 이 문제를 해결했다.
이 과정에서 세륨산화물 나노입자 위에 망간산화물 나노입자를 증착시킨 형태의 나노입자를 제작했다.
또 두 나노입자의 격자 차이로 인해 망간산화물 입자 내의 격자 간격이 벌어지고 이에 따라 표면 흡착에너지가 조정됐다.
그 결과로 합성된 세륨-망간산화물 나노입자는 세륨산화물 나노입자보다 항산화 성능이 최대 5배 이상 높아졌다.
이어 인간 소장 오가노이드(줄기세포를 3차원적으로 배양하거나 재조합해 만든 장기유사체)를 사용해 합성된 나노입자의 방사선 보호 효과를 분석했다.
여기에서 나노입자의 투여로 방사선으로 인한 DNA 손상, 세포자살, 스트레스 등 부작용이 획기적으로 개선됐으며 세포 재생 관련 유전자들의 발현이 증가했다.
최종적으로 동물실험을 통해 소량의 나노입자로도 보호 효과가 높음을 입증했다.
이 연구결과에 의하면 실험쥐에게 아미포스틴 권장 투약량의 360분의 1에 해당하는 매우 적은 양의 나노입자를 투여했음에도 치사율 100%의 고선량 방사선 노출에도 66%가 생존했다.
이는 아미포스틴보다 약 3.3배 높은 생존율이며 실험쥐의 장기 손상이 줄고 장기 재생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음도 확인했다.
현택환 단장은 “세륨-망간 산화물 헤테로 나노입자는 방사선 피폭으로부터 인체를 보호하는 효과적인 보호제로 활용될 수 있다”이라며 “방사선의 의학적 활용은 물론 원자력발전소 사고로 인한 피해 우려까지 덜어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경표 교수는 “합성된 나노입자가 임상에 적용될 수 있도록 높은 항산화 성능을 입증하는 동시에 생체 독성 문제를 최소화하는 데 집중했다”고 말했다.
이 연구결과는 재료분야 권위지인 ‘어드밴스드 머터리얼스(Advanced Materials‧IF 27.398)’에 6월 11일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