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프리존,대전=이기종 기자] 한국연구재단(NRF)은 서울대학교 재료공학부 선정윤 교수 연구팀이 거미의 행동학적 특성에 착안해 전기적으로 주변의 물체를 감지해 포획하고 불필요한 오염물을 스스로 털어내는 거미줄 로봇을 개발했다고 17일 밝혔다.
부드러운 소재의 소프트 로봇은 높은 자유도와 적응성을 바탕으로 기존의 단단한 소재의 로봇을 이용하기 어려운 분야에서 기대되고 있다.
이 때문에 최근 소프트 로봇의 구성요소들에 대한 개별적인 연구가 활발하지만 각각의 구성요소들을 하나의 로봇 시스템으로 통합하기 위한 연구는 아직 미비하다.
특히 소프트 로봇이 잠재력을 온전히 발휘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구성요소들이 상호보완적으로 작용할 수 있는 로봇 시스템에 관한 연구가 필요하다.
이번 연구팀은 이러한 제한점을 해결하기 위해 거미의 행동학적 특성에서 영감을 받아 거미의 먹이 감지 및 포획, 오염물 제거 능력을 전기적인 방식으로 모사하는 거미줄 로봇을 개발했다.
연구과정을 보면 신축성의 거미줄만을 이용하여 먹이를 감지 및 포획하고 오염물을 제거하는 거미의 행동학적 특성에서 영감을 받아 연구를 진행했다.
자연에서는 다양한 생물들이 간단한 구조만으로도 상호보완적인 기능들을 통합적으로 구현하는 것을 목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정주성 거미는 점성이 있는 신축성의 거미줄을 이용하여 먹이를 포획한다.
그러나 거미줄의 강한 접착력은 오염을 유발하기 때문에 거미는 거미줄의 포획 능력을 유지하기 위해 먹이를 감지하고 오염물을 제거할 수 있는 능력을 진화시켜왔다.
이번 개발된 로봇은 신축성 전극 역할을 하는 선형의 이온 전도성 오가노젤 코어와 이를 감싸고 있는 신축성 절연체 역할의 실리콘 탄성체로 구성돼 있다.
개발된 거미줄 로봇에 직류 고전압을 인가해주면 로봇 주위에는 강력한 전기장이 형성되며 주변 물체의 분극을 유도하게 된다.
이렇게 분극된 물체와 로봇 사이에는 강한 정전기적 인력이 작용하기 때문에 거미줄 로봇은 금속, 폴리머, 세라믹 등 다양한 종류의 물체를 전기적으로 포획할 수 있다.
또 거미줄 로봇은 모든 구성 요소가 신축성 있는 소재로 구성되어 원래 길이의 3배까지 늘어날 수 있으며 이러한 신축성을 바탕으로 자신보다 68배 더 무거운 물체를 포획한다.
이어 정전기유도 현상으로 물체 표면의 정전하로부터 나오는 전기장을 감지할 수 있다.
이러한 능력은 거미줄 로봇이 물체와의 상대적인 거리를 비접촉 방식으로 감지할 수 있게 해주며 물체가 충분히 접근했을 때만 전기 포획 기능을 작동하여 불필요한 오염물이 포획되는 것을 예방할 수 있게 해준다.
이 감지 능력을 바탕으로 거미줄 로봇은 감지 능력이 없는 경우와 비교해 포획력을 32.5배 높게 유지한다.
이러한 감지 능력에도 불구하고 거미줄 로봇이 오염되는 경우에는 거미줄 로봇에 교류 고전압을 인가하여 오염물을 제거할 수 있다.
이로 인해 인가된 교류 전압의 진동수가 로봇의 공명 진동수와 일치하게 되면 로봇은 초당 수백 번까지 빠르게 진동하며 표면의 오염물을 관성력을 이용해 튕겨낼 수 있고 이러한 오염물 제거 능력을 통해 오염물에 의해 감소한 포획력을 98.7% 이상 회복하는 데 성공했다.
이 연구결과에 의하면 모든 구성요소가 젤이나 탄성체 등 신축성 소재로 되어 원래 길이의 3배까지 늘어날 수 있고 이 신축성을 기반으로 거미줄 로봇 자체 무게 0.2g 보다 68배나 무거운 물체를 포획해 냈다.
또 투명, 혹은 반투명한 소재로 만들어 다양한 환경에서 위장하는데 유리하다.
김호영 교수(교신저자, 서울대학교), 이영훈 박사과정(공동 제1저자, 서울대학교), 송원준 박사과정(공동 제1저자, 서울대학교), 정연수 박사(공저자, 서울대학교), 유현재 박사과정(공저자, 서울대학교), 김만용 교사(공저자, 음암중학교) 등이 참여한 연구는 로봇공학 분야 세계적 학술지 ‘사이언스 로보틱스 (Science Robotics)’에 7월 16일 게재됐다.
이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한국연구재단 나노소재기술개발사업, 리더연구지원사업, 선도연구센터지원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