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프리존,대전=이기종 기자] 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생명화학공학과 최민기 교수, 화학과 김형준 교수 공동연구팀이 실생활에 흔히 쓰이는 플라스틱, 비닐 등의 재료인 화학 원료를 만들 때 자연계 효소와 동일한 원리로 반응물을 선택적으로 전환할 수 있는 고성능 산업용 촉매를 개발했다고 31일 밝혔다.
한정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이용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화학반응 경로 중 목표하는 반응물을 원하는 생성물로 선택적으로 전환해줄 수 있는 촉매를 디자인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촉매 중 가장 효율이 좋은 촉매는 자연계 및 우리 몸 등에 존재하는 효소이다.
이와 달리 석유화학 산업에서 이용되는 촉매들은 알루미나·실리카·제올라이트와 같이 딱딱한 무기물 표면 위에 금속을 퍼뜨려 노출한 구조로 구성돼 있다.
이런 형태의 촉매에서는 금속 표면에 모든 반응물이 흡착되기 쉬워 특정 반응물만을 선택적으로 생성물로 전환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산업용 촉매 설계에서 무기 소재를 사용하는 이유는 이들이 열화학적 안정성이 뛰어나 다양한 반응 조건에서도 촉매가 안정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이번 연구팀은 이러한 제한점을 해결하기 위해 단백질과 같이 부드럽고 유동성이 있으면서도 매우 높은 열화학적 안정성을 지닌 ‘폴리페닐렌설파이드(polyphenylene sulfide, PPS)’라는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물질을 이용해 고분자 막이 금속촉매 활성점을 감싼 형태의 신개념 촉매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연구과정을 보면 내열성과 내화학성이 매우 뛰어나 자동차나 항공우주 산업 등에서 많이 사용되는 상용 고분자인 폴리페닐렌설파이드(polyphenylene sulfide, PPS)에 주목했다.
이 PPS에 팔라듐 입자를 담지해 고분자 막이 촉매 활성점인 금속을 감싼 형태의 촉매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이렇게 합성된 촉매를 이용해 석유화학의 에틸렌 생산 공정에서 매우 중요한 아세틸렌 수소화 반응에 적용했다.
국내 석유화학 산업의 원료는 90% 이상이 나프타(naphtha, 중질 가솔린)이며 원유를 증류할 때 35~220℃의 끓는점 범위에서 유출되는 탄화수소의 혼합체이다.
나프타분해시설(naphtha cracking center, NCC)을 이용해 에틸렌 및 기타 기초유분들을 생산하고 있다.
특히 에틸렌은 주변에 흔한 플라스틱, 비닐, 접착제, 페인트까지 일상에서 사용하는 다양한 제품을 만드는데 이용하는 기본 핵심 원료이다.
NCC에서 생산되는 에틸렌에는 미량의 아세틸렌이 불순물로 함께 포함되게 되는데 이 아세틸렌은 추후 에틸렌을 이용해 화학제품을 만드는데 매우 치명적이기 때문에 미량의 아세틸렌을 수소화반응으로 제거해 주는 공정이 필수적이다.
이 공정에서 99%이상의 에틸렌은 건들지 않으면서 1%미만의 아세틸렌만 선택적으로 전환해야하는 난제가 존재한다.
신규 촉매를 이 공정에 적용시킨 결과에 의하면 1%의 아세틸렌은 금속입자를 둘러싸고 있는 고분자막을 투과해 쉽게 전환되지만 99%의 에틸렌은 고분자막에 가로막혀 촉매 반응이 진행되지 못해 선택도와 안정성이 기존의 촉매에 비해 비약적으로 증진된 놀라운 결과를 확인했다.
최민기 교수는 “자연계의 효소를 모방해 원하는 반응물만 선택적으로 전환할 수 있으면서도 매우 우수한 안정성을 갖는 촉매 설계 방법은 세계적으로 보고된 바가 없던 새로운 개념”이라고 말했다.
KAIST 생명화학공학과 이송현, 신승재 박사과정 학생이 공동 제1저자로 참여한 연구결과는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 7월 8일 게재됐다.
이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중견연구자 지원사업과 LG화학의 지원으로 이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