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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3일' 700번 제주 일주버스, 아름다운 해변부터 ..
문화

'다큐3일' 700번 제주 일주버스, 아름다운 해변부터 굽이굽이 작은 마을까지 인생을 싣고 달린다

노승현 기자 입력 2017/11/13 08:13 수정 2017.11.13 08:14
KBS

13일 방송되는 KBS ‘다큐멘터리 3일’은 700번 제주일주버스 72시간의 기록이 그려진다.

176.1킬로미터 해안선을 따라 제주도를 한 바퀴 도는 700번 일주버스. 시외버스지만 분위기는 마을버스, 시골버스지만 탑승객은 다국적 아름다운 해변부터 굽이굽이 작은 마을까지 제주도를 느리게 달리면서 돌아보는 인생 한 바퀴 돌고 도는 700번 제주일주버스의 3일이다

제주 할망, 남아공 할머니와 한 버스를 타다

제주의 에메랄드 빛 해안가를 따라 도는 일주버스 700번. 제주시외버스터미널을 기점으로 서쪽으로 도는 서일주버스와 동쪽으로 도는 동일주버스로 나뉜다. 176.1km에 이르는 구간에 정류장이 236개. 차창 밖으론 아름다운 제주의 풍경과 제주민의 삶이 펼쳐진다. 돌고 도는 이 버스의 주 이용객은 노인과 학생 그리고 느린 여행자다. 고추 빻으러 방앗간 가는 할망과 남아공 패밀리, 중국인 연인이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버스. 돌고 도는 인생을 닮은 제주일주버스의 72시간 기록이다.

삶의 길에서 만나는 제주 여인들

일주도로는 아름다운 풍광으로 관광객들에게 인기가 높지만 원래 이 길은‘섬’이라는 척박한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주민들이 오가던 삶의 길이다. 새벽 첫 차엔 오일장에 손수 기른 농사물을 팔러가는 할망들이 타고, 차창 밖으론 물질하는 해녀들과 굽은 등의 농사짓는 할머니들이 보인다. 제주도가 관광지가 되기 전 어머니가 자식을 먹이고 가르치려면 할 수 있는 일은 농사와 물질 밖에 없었다. 이곳 여인들은 허리 펼 새 없이 일해 자식을 일주버스에 실어 학교에 보내고, 결국 더 큰 세상으로 떠나보냈다. 그리고 어느새 노인이 되어 남았다. 700번 버스를 타면 힘든 세월, 강인하게 살아온 제주 여인들을 만날 수 있다.

일주버스에서 인생의 전환점을 찾다

700번 일주버스에 돌고 돌아 원점으로 돌아온 사람들이 있다. 버스기사 김형철씨는 제주 출신으로 사업실패 후 고향으로 돌아왔지만 다시 정착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처음엔 중학생 딸이 당한 집단 따돌림으로 지금은 서른이 된 그 딸의 자금문제로 고민인 아버지. 그는 힘들지만 일주버스의 기사로 성실히 일하며 다시 희망을 찾아가고 있다.

일주버스, 인생을 돌아보는 무대

58세의 이원호 씨는 나홀로 여행자다. 35년간 대기업에 몸담았던 그는 가족을 위해 쉬지 않고 달린 대한민국의 아버지. 바쁘게 사느라 뭘 하고 싶은지, 어떤 꿈을 꿨었는지 잊어버렸다. 35년 만에 주어진 자신만을 위한 시간. 700번 일주버스를 타면, 쳇바퀴같이 돌아가는 삶을 멈추고, 다시 힘차게 돌기 위해 숨 고르는 느린 여행자들을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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