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뉴스프리존

국민의당, 바른정당의 빅텐트 뒤에 김종인이 있는이유는?..
정치

국민의당, 바른정당의 빅텐트 뒤에 김종인이 있는이유는?

유병수 기자 입력 2017/11/19 09:20 수정 2017.11.19 10:14
▲ 뉴스영상 SBS 캐처

[뉴스프리존=유병수기자]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전날 서울의 한 대학 강연에서 "통합의 빅 텐트를 치자"며 사실상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주장해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안 대표는 합리적 진보, 개혁적 보수가 중심이 되는 합리적 개혁세력 연대·통합의 '빅텐트'를 쳐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안 대표의 이러한 주장은 지난 겨울 박근혜 탄핵 정국에서 어떤 정치인이 했던 주장과 일맥상통한다. 바로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다. 전날 안철수 대표는 덕성여대에서 진행한 '한국정치와 다당제' 특강에서 '제3지대 빅텐트론'을 들고 나왔다. 안 대표는 "적폐청산과 정치보복 대결 프레임으로 기득권 양당체제로의 회귀 양상과 조짐이 보이고 있다"면서 "기득권 양당세력이 양당구도 회귀를 획책하는 한 정치개혁은 없다"고 강조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끝장토론에 앞서 기선을 제압하려는 의도라는 관측이지만 안 대표의 이번 수위 높은 발언은 호남계 의원들로부터 통합에 대한 '정당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향후 당 내에서 벌어질 갈등에 대한 일종의 '면죄부'를 획득하기 위한 밑그림으로 풀이된다. 안철수 대표는 정치개혁과 다당제의 제도적 정착을 위해 ▲문제해결 중심의 중도정치 세력 출현 ▲개헌과 선거구제 개편을 통한 정치패러다임 변화 ▲양당구도 회귀 저지를 위한 연대와 통합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제3세력이 3, 4당으로 분리돼 있어서는 양당구도 회귀를 저지하기에 역부족"이라면서 "연대와 통합으로 합리적 개혁세력의 빅텐트를 치자"고 주장했다.

지난 14일 유승민 바른정당 신임 대표와의 만남이 안 대표가 통합론에 당당해질 수 있던 주요한 배경으로 보인다. 이날 안 대표를 만난 유 신임 대표는 통합논의 과정에서 불거진 '호남홀대론'이 오해라는 뜻을 명확히 했다. 유 대표는 당시 회동 내용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지역주의도, 호남을 배제한 적도 없고 과거가 아닌 미래를 위해 정치개혁을 제대로 하려면 아무도 해내지 못한 지역주의를 탈피, 극복하자는 얘기"라고 밝혔다. 안철수 대표의 이러한 주장에 떠오르는 인물이 있다. 바로 김종인 전 대표다. 김 전 대표는 지난 대선에서 3지대 빅텐트론을 주장하며 '반문연대' 구성을 주장한 바 있다. 김 전 대표는 현재 정치권에서 은퇴한 상태다. 공식적으로는 그렇다는 얘기다. 지난 2일 '김종인의 경제민주화'라는 제목의 만화책 출판기념회를 열었는데, 행사에 현역 정치인들이 대거 참석했다는 후문이다. 출판기념회에서 기자들의 정계 복귀 질문에 김종인 전 대표는 "다시는 절대 정치에 관여하지 않겠다"면서 "나는 정치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다. 역할이 없다. 역할이 끝났다"고 밝혔다.

그는 "가령 호남을 배제하겠다든가, 햇볕정책을 부인한다는가 하는 정체성을 훼손하는 문제가 없고 플러스알파가 된다면 그것을(통합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안철수 대표와 바른정당 유승민 대표가 직접 김종인 전 대표의 출판기념회에 참여한 것은 의미가 남다르다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일각에서는 안 대표와 김 전 대표 사이의 어떠한 교감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정황상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통합을 모색하면서 메신저로 김 전 대표를 내세울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있다.

다만 안철수 대표의 '빅텐트론'이 국민의당 호남 중진 의원들과 바른정당 중재파를 설득해낼지는 미지수다. 호남에 지역구를 둔 당내 중진들은 크게 반발하며, 17일 열릴 예정이었던 제2창당위원회에 호남 중진의원 상당수가 불참하겠다고 밝혔다. 박지원 전 대표도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양당 통합은) 명분상, 실리상 조금 저능아들이 하는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반발 배경에는 안 대표의 '2당으로 성장' 발언도 있다. 바른정당(11석)과 국민의당(40석)이 온전히 합당한다 해도 51석에 불과해 현재 원내2당인 자유한국당(116석)에 크게 못미친다. 안 대표의 '2당으로 성장' 발언은 사실상 한국당 일부 계파와의 통합 또는 연대도 장기적으로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게 호남중진들 생각이다.

논란이 일자 안 대표는 17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진화에 나섰다. 한국당과의 통합 가능성을 묻자 "절대로 그런 가능성은 없다"며 "더불어민주당과 함께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해명했다. 안 대표는 21일 예정된 당 진로를 위한 '끝장토론'에 참석할 예정이다. 안 대표는 "정치에 끝장이 어디 있나. 의원들이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며 "그 날은 공론화, 의견수렴의 시작"이라고 설명했다. 명분도 부족하다. 제3지대 통합정당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대로 정립하지 않은 상태에서 인위적인 통합논의는 국민적 지지를 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안철수 대표가 주장하는 빅텐트론에는 이념, 정책, 지역, 세대 등에서 중심 축이 될 만한 아무런 근거를 찾을 수 없다. 안 대표의 이번 통합 발언으로 당 지도부와 호남계 의원 간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지고 있어 사실상 다음주 예정된 토론 자리가 당의 운명을 가르는 분기점이 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저작권자 © 뉴스프리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