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천=뉴스프리존]이건구기자=경기 포천시 일동면의 한 농가에서 지난 20일 오후 4시 50분께, 캄보디아 이주노동자인 A모(여, 30세)씨가 숙소로 사용하고 있던 비닐하우스 농막에서 싸늘한 죽음으로 발견되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다.
포천이주노동자센터(평안교회 부설) 김달성 목사는 31일, 본지와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경찰이 의뢰한 국과수 부검결과 A씨의 주요 사망원인이 간경화에 의한 부정맥 합병증이라고 밝혀졌다지만, 현장에서 함께 생활하던 외국인 동료들은 A씨가 평소 건강했었다고 증언하고 있다”며 부검결과에 의혹을 제기했다.
이어 “A씨가 사망한 지난 20일 포천 일동지역의 기온이 영하 18도 이하로 떨어졌었고 숙소로 사용되던 비닐하우스농막에는 지난 18일부터 전기공급이 끊어져 A씨와 동료들은 차가운 냉기 속에 이불 한 채에 의존해 잠을 자야하는 최악의 상황이었다”는 외국인 근로자들의 말을 빌려 동사(저체온사)를 주장했다.
특히 김 목사는 “이날 A씨를 제외한 다른 동료들은 영하의 강추위를 버티지 못하고 다른 외국인 지인들 숙소로 피신해 머물렀지만 귀국을 불과 20여일 남겨뒀던 A씨만이 홀로 남아 결국 안타까운 죽음을 맞았다”며 비인도적인 농장주의 처벌과 이주노동자들의 처우개선을 요구했다.
또한 “시와 시의회에 공식적인 입장을 전달하진 못했지만 지역구 시의원과 만남의 자리가 생길 때마다 외국인이주노동자 등 소외계층을 위한 쉼터나 상담전화 개설을 수없이 요구했지만 아무런 관심을 가져주지 않았기에 결국 이 같은 참담한 사태가 벌어졌다“며 보여주기식 정치행태를 꼬집었다.
김 목사에 따르면 포천시에는 시 인구10%에 해당하는 약 1만5000여명의 외국인 이주노동자가 거주하며 지역경제에 기여하는 바가 크지만, 실제 대부분의 노동현장에서는 A씨처럼 제대로 된 숙소마저 마련하지 못하는 등의 인간으로서의 기본권조차 보장 받지 못하는 최악의 근로환경에 놓여있는 실정이다.
전국 대부분의 외국인 이주노동자들이 교회나 성당, 사찰 등 종교시설에서 부설로 운영하는 복지시설의 도움을 받고 있어, 정부와 지자체의 다양한 복지혜택을 받고 있는 다문화와 달리 복지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는 이유이다.
시 관계자도, 관내에서 발생한 외국인근로자 A모씨의 사망과 관련해 매우 안타깝다는 반응을 보이며 시와 정부 차원의 외국인 이주노동자들을 위한 컨트롤타워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을 표시하고 관계기관과의 협의를 통해 대안을 만들어 보겠다는 의지를 전했다.
한편 포천시 관내에는 외국인노동자들을 위한 복지시설이 평강교회에서 운영하는 ‘포천이주노동자센터’와 성공회가 운영하는 ‘포천 나눔의 집’ 천주교에서 운영하는 ‘가산이주노동자센터’ 3곳뿐으로 모두 이 곳 종교시설에서 재정과 상담 등을 부담하고 있다.
최근 연말연시를 맞은 정부와 지자체는 각종 복지정책을 제시하고 있지만 글로벌시대에 대한민국의 경제성장에 적지 않은 기여를 하고 있는 외국인 이주노동자들을 위해 정부와 지자체가 직접 운영하는 복지시설은 전국 어느 곳에서도 찾아 볼 수가 없어, 이번 사건을 계기로 최소한의 기본권 보호를 위한 정부 차원의 이주노동자센터 설립이 추진될지 여부에 지역의 관심과 이목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