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뉴스프리존] 우성자 기자=가야역사의 시조 김수로와 허황옥의 사랑 그리고 그들의 이상을 그려낸 오페라 <허왕후>가 드디어 막을 올린다. 8일부터 10일까지 김해문화의전당 마루홀(대극장)에서 펼쳐질 오페라 <허왕후>의 개막을 앞두고 무대디자이너, 의상디자이너, 연출가 3인에게 관람 포인트를 물어봤다.
하늘을 열어 새로운 세상을 개척한 '평등' 정신 - 무대디자이너 김현정
무대디자이너 김현정은 평등이라는 키워드로 김수로의 탄생 설화를 재해석, 무대의 뼈대를 잡았다.
김 디자이너는 "처음 대본을 읽고 떠올랐던 단어는 평등"이라며 "왕과 왕비라고 하면 권력과 위계가 있고 백성과는 엄격히 신분이 구분되는 게 일반적인데, 대본 속 김수로와 허왕후는 그런 인물이 아니었다"고 말한다.
그는 "하늘에서 내려온 알에서 태어났다는 건 신의 아들이라는 건데,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김수로가 자신은 다른 이들과 동일하다고 주장한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 그래서 하늘과 땅을 무대 안쪽에 이어붙이고 사선으로 들어 올려, 왕과 백성이 공존하는 세계를 만들고자 했던 김수로의 메시지를 담아 무대를 디자인했다."라고 밝혔다.
가야의 철기 문화에도 주목했다. 그는 "무대를 둘러싸고 있는 벽들은 제철장을 의미한다. 이 벽은 총 6개인데 6가야를 상징하고, 4막에서는 벽이 분리되어 기둥이 되는데, 이는 비로소 새로운 세상이 완성됨을 의미하는 장치다. 무대의 칼은 가야의 철기문화가 얼마나 강력했는지를 보여주려고 한 것"이라고 소개했다.
역사적 사료와 현대적 상상력이 만나 이루는 '하모니' - 의상디자이너 한승수
의상디자이너 한승수의 이번 의상 디자인의 핵심을 어디에 뒀을까.
한승수는 "박물관에 걸려있는 옷이 아니라, 창작물에 걸맞은 의상을 만드는데 주력했다. 역사물에서 가장 함정에 빠지기 쉬운 부분이 ‘고증’인데, 저 역시 당대 고유의 문양들, 이를테면 쌍어문, 쌍홍문, 박쥐문 같은 것들을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한승수는 "의상 디자인이 고증에 머무른다면 그 옷은 박물관에 걸리는 게 맞을 것이다. 제가 만든 옷은 무대에서 빛나야 하고, 그러려면 오페라 <허왕후>의 창작 원동력인 상상력을 의상에도 반영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주인공인 허왕후가 외국에서 온 인물이라는 점에 착안했다. "저는 허왕후가 당대의 '패션리더'였을 거라는 생각을 한다. 당시 유행을 선도했던 이들은 귀족이니까. 게다가 허왕후는 이국에서 건너온 공주였기 때문에 기존의 가야 옷도 새롭게 재해석해서 입었을 것이라고 상상했다. 색채나 문양 등을 적절히 조합해 과거와 현대를 아우를 수 있도록 준비했다."고 말했다.
진취적인 여성으로서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는 '허왕후' - 연출가 이의주
"오페라 <허왕후>에서 가장 중요한 건 '허왕후' 그 자체다." 연출가 이의주는 오페라의 핵심은 허왕후라는 캐릭터에 있다고 했다. 그는 허왕후가 희망을 말하는 여성 캐릭터라는 점에 중요한 포인트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간 여성 주인공이 서사 속에서 소비되는 방식은 주로 비극이었다. 또 대체로 수동적으로 그려지지만, 허왕후는 다르다. 자기 의지로 사랑하고 결정하고 행동한다. 희망을 실현하려 하고, 결국엔 그녀를 통해 새로운 세상이 열리게 된다. 역사 속 단편적인 인물이 오페라를 통해 현대적인 면모를 갖춘 캐릭터로 부활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렇다면 가야가 품은 가치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할까. 그는 "김수로가 왜 가야를 세웠을까? 기존의 국가에서 이루지 못했던 공존, 포용, 환대의 문화를 만들려고 했던 게 아닐까. 그런 메시지가 잘 전달될 수 있도록 무대, 의상 등 여러 요소와 장치들을 활용해 연출했으니 숨은그림찾기 하듯 봐주시면 재미있을 거라 생각한다"는 말로 대신했다.
한편, 김해문화재단 관계자는 "오페라 <허왕후>는 가야역사의 중요성을 일깨우고 그 문화‧예술적 가치를 널리 알리는데 큰 역할을 할 것”이라며 “향후 김해 뿐 아니라 국내외 도시에서 사랑받는 오페라로 나아가고자 하니 관람객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성원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