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뉴스프리존] 이기종 기자= 한국연구재단(NRF)은 성균관대학교 의학과 김경규 교수팀이 이정헌(성균관대 신소재공학부), 유상렬(서울대학교 식품공학과) 연구팀과 함께 황색포도상구균에 선택적으로 결합, 외부 전기신호에 반응해 활성산소를 발생시켜 제균을 유도하는 나노로봇을 개발했다고 14일 밝혔다.
항생제 내성은 현재 가장 심각한 문제 중 하나로서 균이 어떠한 항생제의 사용에도 듣지 않게 되는 현상이다.
이 항생제 내성은 균이 항생 물질에 의하여 압박을 받을 때 돌연변이나 기타 유전자 차원에서 내성을 지닌 극소수의 개체가 살아남고 세대를 거치면서 개체 수가 증폭해 결국 항생제 내성균으로 발전하는 자연적인 현상이다.
특히 코로나19 감염 치료 과정에서 항생제 내성이 급격히 증가할 수 있다는 보고(WHO, 2020)로 코로나 팬데믹에 의해 항생제 내성균의 심각성이 더욱 커질 가능성이 시사되었기에 내성균 감염을 치료할 수 있는 항생제 개발이 시급한 상황이다.
그러나 균을 죽이는 항생 물질은 필연적으로 내성을 유발한다.
이에 항생제 내성을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치료법이 다양하게 연구되고 있지만 아직 실용화에는 이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번 연구팀은 이러한 제한점을 해결하기 위해 동물세포에 붙지 않고 세균에만 달라붙고 원하는 때에 활성산소를 발생하는 나노로봇을 설계했다.
활성산소는 활성이 크고 불안정하며 높은 에너지를 갖고 있는 산소이다.
연구과정을 보면 피하조직에 내성 황색포도상구균이 감염된 봉와직염 생쥐모델에 나노로봇을 주입하고 전기신호를 가하자 감염균이 빠르게 사멸되고 염증이 사라지는 것을 관찰했다.
또 황색포도상구균에 감염된 대식세포(동물) 배양액에 나노로봇을 첨가하고 전류를 흘리면 세균의 세포벽에 결합한 나노로봇이 전기자극에 반응하여 활성산소를 발생해 세포막을 파괴하는 것을 공초점현미경을 통해 확인했다.
이 과정에서 세균에 대한 선택성은 박테리오파지가 세균에 기생할 때 필요한 도킹 단백질(엔도라이신)을 철 나노입자에 코팅해 확보했다.
이어 전기자극을 통해 철 나노입자로부터 활성산소 발생을 유도하여 세균사멸의 시간적인 선택성을 부여했다.
이 연구결과에 의하면 항생나노로봇은 철나노입자를 실리콘 및 단백질로 코팅하는 한편 피부미용에 사용되는 낮은 에너지의 전기자극으로 나노로봇을 구동할 수 있도록 해 임상적용의 가능성을 높였다.
한편 이번 연구팀은 항생제내성치료제 연구소를 중심으로 항생제 내성을 극복하기 위한 다양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 2018년에는 미국 인디애나대학교 연구팀, 영국 사우스햄턴 연구팀과의 공동연구를 통해 대표적인 내성균 중에 하나인 황색포도상구균을 직접 죽이지 않고 독성만을 저해하는 물질을 신선초에서 발굴하여 이 물질을 내성을 유발하지 않는 신개념의 항생제로 개발할 수 있다는 결과를 국제 학술지(Scientific Reports 2018, Journal of Medicinal Chemistry 2018)에 발표했다.
연구 관계자는 “내성 세균을 제거할 수 있는 새로운 전략을 제안하였다는 차원에서 항생제 내성 극복을 위한 중요한 전환점을 마련하였다”며 “ 본 연구에서 증명한 원리를 실제 임상에서 적용할 수 있다면 내성균 감염 치료뿐 아니라, 내성이 발생하지 않게 박테리아 감염을 치료할 수 있으리라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추진하는 바이오‧의료기술개발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됐고 나노의학 분야 국제학술지 스몰(Small)에 4월 10일 게재됐다.